서아프리카 니제르서 또 쿠데타…군부 "대통령 축출" 주장(종합)
총사령관, 군부 지지 선언…美국무 "민선 대통령 지지" 표명
성공시 '친러 경도·프랑스군 철수' 말리 등 전철 밟을수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서아프리카의 내륙국 니제르에서 또 군부 쿠데타(군사정변)가 발생하며 정국이 혼란에 빠졌다.
일부 군부 세력이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축출했다고 주장하며 정권 전복을 선언했으나 니제르 정부는 쿠데타를 용인할 수 없다며 국민 저항을 촉구했다.
서방을 비롯한 국제 사회도 무력에 의한 권력 찬탈 시도를 강력히 비난하며 바줌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니제르군의 최고 수장이 쿠데타에 나선 군부의 지지를 표명하는 등 쿠데타 찬반 양측의 대치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쿠데타 세력 "군이 상황통제"…국경폐쇄, 통금 선포
하수미 마수드 니제르 외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4와 인터뷰에서 "쿠데타 시도가 있었지만,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니제르의 모든 민주·애국 시민들에게 촉구한다"며 "조국을 수십 년 전으로 퇴보시키고 진보를 막는 분파적 행위에 저항해 달라"고 당부했다.
마수드 장관은 또 바줌 대통령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요구하며 이를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스스로를 '국가수호위원회'라고 부른 국방군과 보안군 인사 10명은 전날 늦은 밤 국영TV에 출연해 치안 악화와 경제·사회 관리 실패 등을 이유로 "현 정권을 끝내기로 했다"며 바줌 대통령을 축출했다고 밝혔다.
그들은 안정이 회복될 때까지 모든 국가기관의 운영을 중단하고 군이 상황을 통제한다며 영공·국경 폐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통행금지령 등을 선포했다. 그러면서 "외부 세력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쿠데타 시도가 바줌 대통령이 직위 해제를 하려고 했던 경호부대 지휘관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바줌 대통령 "니제르 국민들이 지켜볼 것"
전날부터 수도 니아메의 대통령궁에 가족과 함께 억류된 것으로 알려진 바줌 대통령의 거취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통령의 한 측근은 바줌 대통령이 사임하지 않았고, 사임하지도 않을 것이며 관저에서 안전한 상태라고 전했다
바줌 대통령은 이날 최근 'X'로 이름을 바꾼 트위터에서 "어렵게 달성한 성취는 보호될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 니제르 국민들이 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12월 대선과 이듬해 2월 결선 투표를 거친 그는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니제르 역사상 최초로 평화적·민주적 절차를 통해 당선된 민선 대통령이다.
2021년 4월 2일 바줌 대통령의 취임식 직전인 3월 31일에도 공군 장교의 쿠데타 시도가 있었으나 무산된 바 있다.
군수뇌부는 쿠데타 지지 표명…국내외 비난 속 대통령 지지 시위도
이번에 쿠데타에 나선 군부 세력이 나머지 군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니제르군 총사령관인 압두 시디쿠 이사 대장은 이날 성명에서 "군 지휘부는 다양한 군부 세력 간 치명적인 대치를 피하기 위해 국방군과 보안군의 집권 선언에 동의하기로 했다"며 쿠데타에 나선 세력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반대로 일반 국민과 정당 사이에서 바줌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강력해 보인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전날 바줌 대통령의 억류 소식이 알려진 뒤 지지자 수백 명이 대통령궁으로 행진하며 시위했다. 시위대는 경호부대 병력의 경고 사격을 받고 흩어졌다.
니제르의 정당들은 전날 성명을 내고 경호부대의 대통령 억류를 "자멸적이고 미친 반공화국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나라 밖에서도 쿠데타 시도에 대한 비난이 잇따랐다.
서아프리카 지역 15개국의 모임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와 아프리카연합(AU)은 각각 "쿠데타 시도"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고 바줌 대통령의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전날 오후 바줌 대통령과 통화하고 '전적인 지지와 연대'를 표명했다고 유엔 대변인은 밝혔다.
유럽연합(EU)도 "니제르의 민주주의를 악화하고 안정을 해치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사헬 지역 극단세력 대응 차질 빚나
니제르는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1974년, 1991년, 1996년, 1999년, 2010년 등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쿠데타가 발발한 적이 있다.
이번 쿠데타가 여섯 번째로 성공해 바줌 대통령이 실제 물러난다면 니제르를 거점 삼아 사헬(사하라 사막 이남 반건조지대) 지역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대응하는 미국과 프랑스 등의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말리나 부르키나파소와 같이 군부 쿠데타 이후 친러 성향으로 기울며 현지 프랑스군이 철수하는 전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군은 쿠데타로 군정이 들어선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서 러시아와 바그너 용병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양국에서 모두 철수했다.
지난 3월 미국 국무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니제르를 방문했던 토니 블링컨 장관은 전날 바줌 대통령과 통화하고 "민선 대통령인 그에 대한 강력한 지지 방침을 재확인했다"며 이번 쿠데타를 규탄했다.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는 무력으로 권력을 잡으려는 모든 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유엔 지표상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니제르는 서쪽으로 말리, 부르키나파소와 국경을 접한 내륙국이다. 프랑스군과 미군은 니제르에 군기지를 두고 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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