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선생님도 누군가의 아들딸
- 영화 '디태치먼트' (2011) "당신이 우리 딸을 퇴학시킨 선생이야? 무슨 이유로? 감당 못 한다고 퇴학시킬 거면 선생은 왜 하는 거야?"
학부모는 교무실로 난입해 폭언을 하고, 학생은 입에 담지도 못할 모욕적인 말로 교사를 겁박하는 모습, 낯설지가 않죠.
20여 년 전, 바로 옆 나라 일본에선 '몬스터 패런츠', '괴물 학부모'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비상식적인 요구와 행동을 하는 학부모를 일컫는 말인데, 지금의 우리 상황과 많이 비슷하지요.
당시 도쿄에선 한 달 잔업만 100시간 이상, 여기에 한밤중 전화 항의는 예사, "결혼이나 육아 경험이 없어 아이들을 다루지 못한다" 등등 폭언을 일삼는 학부모들에게 시달리던 23세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같은 해, 또 다른 교사가 비슷한 이유로 생을 마감하면서 '교권 붕괴'가 일본 사회를 뒤흔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됐냐고요.
선망받던 교사는 기피 직종이 됐고, 공립 초등학교 교사의 임용 경쟁률은 2000년 12.5 대 1에서 지난해 2.5 대 1까지 떨어져 최저를 기록하며, "교사가 사라졌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 됐습니다.
그나마도 정신질환으로 한 달 이상 병가를 낸 교사만 만 9백 명을 넘습니다.
이렇다 보니 일선 학교에서는 교원 면허가 없어도 교사가 될 수 있게 했습니다. 민간 기업 등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사람에, 대학 3학년 학생마저도 지원할 수 있게 했거든요.
결국 일본 사회는 아이들 교육의 질 저하를 감내해야 하는 한심한 상황이 돼 버린 겁니다.
영국에서는 우리와 비슷한 '노터치 정책'을 고수해오다 결국 2011년 이를 포기했죠.
선진국 제도와 경험을 배우겠다면서 틈날 때마다 앞다퉈 해외 탐방이다, 연수다 해서 혈세를 쓰는 공무원들과 여의도 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잘하는 것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왜 저렇게 됐나 그 이유를 살펴 우리는 그 길로 가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요.
바로 옆 일본의 교육 현장만 반면 교사해 봤어도 이런 일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선생님도 누군가의 아들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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