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특활비 사용 패턴 분석, 업추비 회식 날 돈봉투도 돌렸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 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3년 5개월의 행정소송 끝에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자료 16,735장을 사상 처음으로 공개 받아 <검찰 예산감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세금을 오남용한 국회의원 80여 명을 추적해 2억 원이 넘는 세금을 환수한 <국회 세금도둑 추적>에 이은 두 번째 권력기관 예산감시 협업 프로젝트다. - 편집자 주
뉴스타파는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기인 2017년 7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된 주요 사건 96건의 압수수색, 소환 조사, 구속 영장 청구, 기소 등 검찰의 주요 수사 활동 일자와 특수활동비 지출 날짜를 교차 분석했다.
3년 5개월간 진행된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검찰이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특수활동비 예산 자료를 공개하면서도 구체적인 수사 정보가 알려질 수 있다는 이유로 특수활동비 집행 명목과 수령인을 모두 가린 데 따른 대응이다. 매년 검찰이 발간하는 ‘검찰연감'과 참여연대가 공개하는 ‘검찰 보고서’에 기록된 수사 정보를 활용해 주요 사건을 수집했다.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에 쓰도록 돼 있는 특수활동비가 적법하게 집행됐는지 판단하려면, 검찰이 공개한 특수활동비 지급 시기와 금액 외에도 수령인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검찰의 수사 일자와 특수활동비 지출 날짜를 교차 분석한 뉴스타파의 이 작업을 통해, 어느 검사가 언제 어떤 명목으로 특수활동비를 받아 썼는지, 검찰이 가린 특수활동비 집행의 비밀이 풀리길 기대한다.
특활비 패턴① 주요 피의자 구속일에 특활비·업추비 동시 지출
2017년 11월 20일, 검찰은 ‘특활비 청와대 상납 사건’의 피의자인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 비서관을 특가법상 뇌물, 국고손실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해당 사건의 첫 번째 주요 피의자 기소였다. 수사 담당 부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3차장 한동훈-부장 양석조-주임 배성훈)였다.
안봉근, 이재만 두 피의자가 구속된 이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해당 사건 담당 부서인 특수3부 검사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윤 지검장이 ‘특수 3부 오찬 간담회’ 명목으로 ‘중앙로 152 지하 1층(서초)’에서 44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쓴 이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동시에 총 1,520만 원의 특수활동비도 지출했다. 200만 원씩 7명, 100만 원 1명, 20만 원 1명이 특수활동비를 받았다.
당시 정기 검사실 배치표에 따르면, 2017년 8월 17일 서울 중앙지검 특수 3부 인원은 6명(양석조, 배성훈, 김익수, 박종선, 박건영, 최종혁)에서 2018년 1월 22일 9명(양석조, 배성훈, 김익수, 박종선, 박건영, 최종혁, 김가람, 윤석환, 차호동)으로 확대된다. 따라서 1,520만 원의 특활비가 9명에게 지급됐던 2017년 11월 20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검사는 최소 6명에서 최대 9명 규모로 파악된다.
특활비를 상납받았다는 이유로 청와대 비서관을 기소한 바로 그날, 수사 검사들은 특활비 잔치를 벌인 것이다. 검찰의 일상화된 '내로남불'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활비 패턴② 특수부 검사들과 오찬·만찬 날에 특활비 집행
2018년 1월 17일 새벽,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재직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오후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가 구속된 김 전 기획관을 첫 소환 조사했다. ‘MB 집사’라 불리던 김 전 기획관이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수수한 혐의로 구속돼 검찰로 소환된 이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특수부 검사들과 만찬을 가졌다. 강남구 역삼동의 한 식당에서 ‘검사장님 주재 특수부 만찬 간담회’ 명목으로 업무추진비 98만 1천 원을 지출했다.
‘MB 집사’가 구속되고 특수부 검사들과 만찬 간담회를 가진 이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총 18명에게 4,5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지급했다. 500만 원씩 3명, 200만 원씩 15명이 한 장의 영수증을 작성하고 현금으로 특수활동비를 받았다. 이번에도 특활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피의자를 소환 조사한 날, 검사들은 거액의 특활비를 나눠 가졌다.
이런 식으로 특수부 검사들과 함께 업무추진비로 밥을 먹은 날 거액의 특활비가 집행되는 패턴은 윤석열 중앙지검장의 임기 내내 반복됐다. 뉴스타파 분석 결과,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기간 윤석열 대통령은 업무추진비로 특수부 검사들과 오찬⋅만찬 간담회를 가진 날은 모두 27차례였는데, 이 가운데 특수활동비 집행 기록이 있는 날은 20일이나 됐다.
특활비 패턴③ 검찰 주요 행사일에 특활비 집행
2018년 2월 22일, 서울중앙지검은 범죄수익환수부 현판식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현판식에는 윤석열 중앙지검장을 비롯해 윤대진 1차장검사, 박찬호 2차장검사, 한동훈 3차장검사, 이두봉 4차장검사, 박철우 범죄수익환수 부장, 김민형 범죄수익환수 과장, 강진구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현판식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참석자는 총 7명이다.
이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3,0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지급했다. 돈을 받은 사람의 수는 참석자 수와 같은 7명이었다. 500만 원씩 5명, 300만 원 1명, 200만 원 1명이다. 7장의 영수증에 있는 수령인의 이름은 가려져 있어 확인이 불가하다.
‘검찰의 금고를 열다’, 특수활동비 분석 자료 공개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가 세상에 공개되기까지 행정소송을 시작하고 3년 7개월이 걸렸다. 소송 기간 동안 검찰은 "자료가 없다", "있어도 못 준다", "정리가 안돼 못 준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했다. 그중에서도 '수사 기밀'은 검찰이 주권자인 시민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내세운 강력한 사유였다.
검찰은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이 '수사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을 앞두고는 준비서면을 통해 ‘집행 명목 항목에 구체적인 수사 정보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다’며 ‘검찰 내 어느 부서에서 어떠한 사건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인지 여부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검찰은 특수활동비를 집행한 날짜와 금액 말고는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특수활동비 수령자의 성명과 수령 일시, 집행 명목 등이 공개된다면, 정보를 조합해 특정 사건의 정보취득 경로, 수사진행 상황, 수사 경위 및 경과 등을 유추하거나 추측하여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발생시킨다’는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검증하기로 했다. 2017년 7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검찰이 쓴 특수활동비 내역에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의 일정, 각종 수사 정보를 모두 수집해 한눈에 들어오도록 특별 페이지를 만들었다.
이제 '특별한 기밀 수사'에 썼다는 검찰의 특수활동비가 과연 예산 취지에 맞게 적법하게 쓰였는지 함께 검증할 시간이다.
<정리한 정보 목록>
-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의 홈페이지 공개 일정
-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기재된 오찬, 만찬 등 추가 일정
- 검찰연감 중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목록 및 정보
- 참여연대의 검찰보고서 중 서울중앙지검 수사 정보
>> 검찰의 금고를 열다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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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연다혜 dahy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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