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5개 검찰청 특활비 검증 착수...6개 언론 공동취재단 구성

박중석 2023. 7. 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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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동안 감춰져 있던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쓴 특수활동비 등 예산 정보를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사상 처음으로 검증해 사각지대에 있던 검찰 특활비 예산의 실체와 오남용 의혹을 드러냈다. 이어 전국 65개 지방검찰청이 쓴 특수활동비 자료에 대한 추가 검증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뉴스타파는 5개 독립언론·공영방송과 함께 <검찰 예산 공동취재단>을 꾸렸다. 권력 기관 감시를 위한 전국 단위의 공동 취재단 구성은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뉴스타파는 7월 31일, 대검찰청으로부터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를 추가로 받는다. 수령 자료는 2019년 10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대검이 쓴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했던 20개월 동안의 특수활동비 자료를 모두 검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 함께하는 시민행동 활동가와 뉴스타파 기자들이 대검찰청이 쓴 특활비 등 예산 자료를 파란 박스에 담아 검찰청사 밖으로 나오고 있다.  

압수 수색 상징하는 ‘파란 상자’에 검찰 특활비 자료 들고나와 5주째 검증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는 지난 6월 23일,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쓴 특수활동비 자료 8천여 쪽을 받아내 5주 연속 검증 보도했다. 아무리 강력한 권력 기관이라도 세금을 내는 주권자에게는 반드시 예산이 공개되고, 감시와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시간이었다. 

이번에 검찰청에 가서 파란색 압수 수색 박스에 (검찰 예산 자료를) 들고 나온 이유가 검찰 당신들도 국민들의 감시도 받고 검증도 받고 평가도 받고, 문제가 있으면 보고도 해야 되고 설명도 해야 되고 해명도 해야 되는 그런 기관이라는 걸 확인시켜주는 의미로 파란색 압수 수색 박스에 자료를 담아 온 것이 아닌가 싶고요. 검찰이 다른 기관이나 기업을 압수 수색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져왔던 검찰에 대한 이미지, 왠지 그 앞에 서면 위축되고 검찰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권력 집단인 것처럼 보여왔던 이미지를 깨고, 검찰을 우리 국민의 통제 아래에 두는 상징적인 사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 하승수 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뉴스타파 전문위원) 

사상 최초의 검증... 그 결과는 ‘흥청망청’, ‘엉망진창’, 범죄 혐의까지 

처음으로 들여다본 검찰 특수활동비를 검증한 결과는 참담함 그 자체였다. 보존 연한 5년으로 있어야 할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는 조직적으로 무단 폐기됐고, 피 같은 세금을 ‘흥청망청’으로 썼으며, 회계 처리도 ‘엉망진창’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검찰 스스로 특수활동비 제도를 개선했다는 2017년 9월 이후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에서도 영수증 한 장 남아 있지 않아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없는 ‘무증빙’ 지출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공공기록물법과 국가재정법 위반은 물론 업무상횡령죄, 국고손실죄 등 범죄 혐의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런데도 법무부와 검찰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검찰 내부 핵심부에서 저지른 특수활동비 자료 불법 폐기와 오남용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뿐 아니라 전국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 지청 등 모든 검찰 조직에서 쓴 특수활동비도 함께 검증하기로 했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두 곳의 자료만으로는 검찰이 특수활동비 예산을 제대로 썼는지 완벽하게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2년 5개월간 검찰이 쓴 특수활동비 292억 원 가운데 80억 5,000만 원을 전국 65개 지방검찰청에 정기 배분됐다. 

그 이유는 검찰 내부의 고유한 특수활동비 집행 구조 때문이다. 검찰은 긴급한 기밀 수사 등에 쓰여야 할 특수활동비 일부를 전국 65개 검찰청에 매달 초 정기적으로 고정 배분했다.

이번 뉴스타파와 시민단체의 검증 대상이 된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2년 5개월간 검찰이 쓴 특수활동비는 모두 292억 원이었다. 이 중 80억 5,000만 원은 전국 65개 지방검찰청에 내려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따라서 이 80억여 원의 특활비가 어떻게 쓰였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국 65개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 지청에서 쓴 특활비 내역을 모두 살펴야 한다.

대법원 확정판결 직후 65개 검찰청에 ‘특활비 자료 달라’ 정보공개청구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대법원 확정판결 닷새 뒤인 지난 4월 19일, 이미 공개가 확정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제외한 전국 65개 검찰청에 추가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정보공개청구서를 내면서 검찰 특수활동비의 공개 판례가 최초로 확립됐다는 사실을 밝히고,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승소한 1, 2, 3심의 판결문을 첨부해 사법부의 결정대로 예산 자료를 공개해 달라고 했다. 

이로부터 4주 뒤인 5월 17일, 전국 65개 검찰청은 일제히 특수활동비 등 예산의 세부 집행정보와 지출 증빙서류를 공개하겠다고 통보했다. 전국 65개 검찰청이 공개하는 예산 자료는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 3가지 예산 항목으로, 각각 집행 명세와 카드 영수증, 현금수령증 등 지출 증빙자료이다. 공개 기간은 2017년 1월부터 최대 2023년 4월까지다.  

두 달 뒤인 7월 14일부터 서울고등검찰청과 서울서부지검을 시작으로 서울북부지검, 서울동부지검, 부산지검, 대구지검, 창원지검 등 전국 65개 검찰청이 쓴 예산 집행 자료를 받기 시작했다.

수령 과정은 고단함의 연속이었다. 우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과 마찬가지로 전국 모든 검찰청도 파일 형태가 아닌 복사본으로 예산 자료를 줬다. 받아온 자료를 하나하나 스캔하고 입력하고 검증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해야 했다. 모든 지방검찰청이 먹지로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을 가렸고, 업무추진비 지출 영수증의 상호도 모두 지웠다. 일부 검찰청에서도 대검 및 중앙지검과 같은 시기의 특수활동비 자료가 폐기된 사실이 확인됐지만 왜 없어졌는지 명확한 해명을 듣지 못했다.

▲ 뉴스타파 기자들은 각 검찰청을 방문해 예산 집행 자료를 수령하면서 특활비 자료가 폐기된 경위가 무엇인지, 왜 법원 판결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지 물었지만, 대부분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또한 일부 검찰청은 업무추진비 지출영수증조차 먹지로 가려 공개했다. 이에 뉴스타파는 자료 수령을 거부하고, 법원 판결대로 다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업무추진비 영수증에 있는 매출 기록을 먹지로 가리는 것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법원은 “(업무추진비로 쓴) 간담회 등 행사 참석자의 소속과 명단, 카드번호, 승인번호, 계좌번호 등의 개인식별정보”는 비공개할 수 있지만, 그 외 업추비 지출 증빙정보는 다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 일부 지방검찰청은 위의 사진처럼 업무추진비 지출 영수증의 정보를 먹지로 지운 채 공개했다. 이에 뉴스타파 취재진은 자료 수령을 거부하고 법원 판결대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권력기관 검찰 검증 위한 전국 규모의 공동 취재단 구성은 이번이 처음

다음 달 8월 중순까지 전국을 일주하며 65개 검찰청 예산 자료를 다 받아내면, 사상 처음으로 전국 모든 검찰 조직의 예산 검증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전국 단위의 검찰 예산 검증을 위해 뉴스타파는 5개 언론사와 함께 검찰 예산을 공동 검증하고 취재하는 ‘언론사 간 협업 프로젝트’를 구성했다.

▲ 2023년 7월 1일,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리영희홀에서 <검찰 예산 공동취재단> 1차 회의가 열렸다.  

참여 언론사는 모두 뉴스타파를 포함해 6곳이다. 신생 독립언론 ‘뉴스하다’가 인천 지역 검찰청을 검증하고, 대구 경북지역은 독립언론 ‘뉴스민’, 부산 지역 검찰청은 ‘부산MBC’가 맡고, 경남 지역은 ‘경남도민일보’, 충북 지역은 ‘충청리뷰’, 서울과 수도권 등은 ‘뉴스타파’가 맡아 전국 65개 검찰청의 예산 검증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기로 했다. 

권력 기관인 검찰의 예산 감시를 위해 전국 단위로 공동 취재단을 꾸린 것은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6개 독립·공영방송의 공동 검증과 취재 결과는 조만간 공개한다.

7월 31일, 윤석열 총장 시절 대검 특수활동비 자료도 추가 수령

이와 함께 뉴스타파는 7월 31일, 2019년 10월 이후 올해 4월까지 대검찰청이 집행한 특수활동비 자료도 추가로 받는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했던 20개월 동안(2017.8~2021.3)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를 모두 확보해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검증한 결과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 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2019년 11월부터 3년 5개월의 행정소송 끝에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자료 16,735장을 처음으로 받아내 <검찰 예산감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세금을 오남용한 국회의원 80여 명을 추적해 2억 원이 넘는 세금을 환수한 <국회 세금도둑 추적>에 이은 두 번째 권력기관 예산감시 협업 프로젝트다. 

뉴스타파 박중석 pjseok@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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