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활용 국내 제약업계 호기… 블록버스터 신약개발 충분히 가능"[고견을 듣는다]
임상 3상 실패확률 높아 회사 명운걸어… 위험줄이려 그 전단계 기술수출로 성장
바이오 시밀러·CMO 한국 굉장히 두각… 세계 50대 바이오기업에 3개 진출 가능
[]에게 고견을 듣는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前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윤석열 정부는 지난 2월 '바이오경제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를 열고 바이오산업을 반도체, 미래자동차와 함께 중점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제약바이오·헬스 시장은 반도체와 자동차 시장을 합친 것보다 크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정부와 산업계가 맞손 잡고 2027년 글로벌 탑6 제약바이오 강국을 향해 기치를 들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구심체 역할을 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으로부터 그 가능성과 산업계 동향을 들어봤다. 노 회장은 식약청장(현 식약처장)과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비서관을 지낸 이 분야 정통 관료이자 전문가다. 노 회장은 지난 3월 업계의 추대로 협회장에 취임했다.
노 회장은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바이오경제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를 열고 정부가 제3차 제약바이오 육성 계획도 발표했다"며 "산업계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산업계도 같은 방향으로 힘을 결집하고 있다"고 했다. 노 회장은 "2027년까지 연 1조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급 신약을 두 개 이상 개발하고, 세계 50대 제약바이오 기업 순위에 3개 이상 들게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AI 등 신 기술 트렌드를 적극 포용·활용하는 우리 산업계의 특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밝혔다.
노 회장은 이밖에 규제산업으로서 제약바이오산업이 어떻게 규제와 성장을 조화시킬 것인지,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산업으로서 어떻게 달라지는 환경에 적응해 고품질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인터뷰는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사무실에서 가졌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제약바이오산업은 우리 생활에 밀접한 의약품을 공급하는 핵심 산업인데, 일반인들이 산업적으로는 이해가 깊지 못한 거 같습니다.
"일반 국민들이 그렇게 좀 느끼시는 측면이 있습니다. 제약 산업의 특성이라는 게 있습니다. 다른 상품들은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굉장히 열심히 노력을 하잖아요. 그런데 의약품은 기본적으로 광고가 금지돼 있습니다, 일반 의약품은 할 수 있지만요. 실질적으로 치료에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법에 의해서 광고를 할 수 없도록 돼 있어요. 자기 회사나 상품을 적절히 알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고, 또 의약품의 오남용이나 이런 걸 막기 위한 하나의 제도적인 장치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우수한 의약품이나 제약사를 국민들한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좀 적어요. 그리고 의약품이라는 게 대개 건강할 때보다는 몸이 아플 때 쓰는 거기 때문에 건강한 분들은 의약품을 접할 기회가 좀 상대적으로 적은 거고요."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국민들의 제약 산업에 대한 인식이 좀 바뀐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최근 3년 동안 경험한 코로나19는 더 이상 질병의 문제, 특히 감염병의 문제가 어떤 특정한 환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의 문제이고 한 국가를 벗어나 지구촌의 문제라는 것을 각인시켰어요. 의약품이 아픈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가 되는구나, 하는 것을 아주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 됐었다고 봅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을 경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정부 뿐 아니라 모든 분들이 다 인식하게 됐습니다. 이제 제약바이오 산업이 얼마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그 이전보다는 훨씬 더 잘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산업계도 앞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보건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이 다른 분야 이를테면 반도체, 자동차, 조선에 비해 성장이 좀 더디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60년대에는 의약품 제약회사 광고가 전체에서 60~70%까지 차지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반도체나 자동차, 조선 이런 분야가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발전하면서 저희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줄어든 감이 있죠. 제약 산업은 신약 개발을 해야 세계적인 매출을 올리고 회사의 명성도 올라가고 성장합니다. 고칠 수 없었던 질병을 고치게 되고 그래서 명성이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다른 산업 분야도 어렵긴 마찬가지지만 특히 제약 분야에서 신약 개발이라는 것은 간단치 않습니다. 신약을 개발하려고 하면 기간은 10년, 돈은 1조원 이상, 그리고 성공확률은 보통 1만 분의 1 정도라고 얘기를 합니다. 흔히 새 제품을 개발할 때 데스밸리라고 얘기하는 것이 제약산업은 굉장히 길고 깊습니다. 신약 개발을 하려고 하면 자본과 기술, 인력이 다 뒷받침 돼줘야 하는데, 그만한 자본과 인력이 축적되지 못한 원인이 있고요. 또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70년대 후반에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기본적으로 쓰이는 의약품의 일정 분량을 공급해야 했기 때문에 제약회사들이 아주 크게 신약 개발을 통해서 흥하지는 못하지만, 또 건강보험이라는 틀에서 수요가 기본적으로 뒷받침 돼 주니까 거기에 좀 안주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겁니다."-제약 산업에서 규제의 양가적 측면이 있군요.
"양면이 겹쳐서 저희들이 신약개발에서 뛰쳐나가지도 못한 측면이 있고,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발전이 늦어진 것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제약 산업은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입니다.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해 충분한 정보가 공개된다고 하면 수요공급의 균형에 의해 가격과 물량이 결정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수요가 늘면 많이 팔리게 되고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올랐다가 그 다음에 공급자가 또 들어오게 되면 다시 균형을 맞추고 하는 건데, 의약품 시장은 제약회사가 가격을 결정할 수 없어요. 실험하고 허가 받고 이런 과정도 여러 가지 지난한 과정을 거치지만 일단 가격을 우리가 결정할 수 없고, 또 아까 말씀드린 대로 광고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요를 환자가 결정할 수 없는 특성이 있습니다. 의사들이 환자들을 위해서 결정해 주는 거죠. 그러니까 자유시장경제의 수요 공급의 원리가 의약품 시장에서는 완전히 깨지는 겁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롤이 어떤 산업보다도 크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겠군요.
"제약시장은 경제학적인 용어로 대표적인 '시장 실패'가 나타나는 시장입니다. 그럼 시장 실패가 있는 영역에서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되는 상황이 되지 않습니까? 정책적으로 뒷받침이 된다든지, 균형을 맞춰줘야 하는데, 정부가 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건강보험제도 틀 내에서 정하는 가격의 결정 기전이나 이런 것들이 산업을 성장시키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타 산업에 비해 제약 산업이 아직 세계적 플레이어가 등장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이해하는 데는 그리 간단하지 않아요. 지금은 아주 개괄적으로만 말씀 드리는 겁니다."
-산업계에서 약가 인상의 필요성과 요구가 있는 걸로 압니다.
"헌법에도 개인의 자유와 기업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듯이 다른 산업계에서는 다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는데, 우리 제약 산업은 기본적으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그런 메카니즘 때문에 인정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거죠. 건강보험은 아시다시피 국민한테 건강보험료를 걷어서 그것을 재원으로 아픈 국민들을 치료해줘야 되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약값을 계속 통제를 해왔죠. 그런 과정에서 인상 요인이 있어도 인상이 잘 안 되는 측면이 좀 있었고요. 계속 새로운 기전들이 들어와서 약값이 인하되는 것이 반복되다 보니까 이제 산업계에서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많은 피로감을 느끼는 측면이 있습니다. 기업으로서는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되는데, 언제 어떠한 정책이 나올지 모르니까 두려움을 갖고 있는 거죠."
-제약 산업계가 정부 정책에 협조를 잘 해온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그걸 알고 있나요?
"정부에서 보험 재정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분야에서는 지금까지도 제약 산업계가 많은 협조를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또 양질의 의약품을 공급함으로써 국민 건강도 지켜왔고요. 그런 부분을 국민들께 열심히 알려야지요."
-윤석열 정부도 제약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요.
"정부에서 여러 가지 지원 정책을 발표해서 저희 산업계에서도 굉장히 환영하는 논평을 냈습니다. 정부와 산업계가 기본적으로 방향이 같습니다. 그래서 대통령께서도 제약바이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는 말씀을 하셨고요. 지난 2월 '바이오경제 신시장 창출 전략회의'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그 이후에 정부가 제3차 제약바이오 육성 계획도 발표를 했어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1년여 간 정부의 의지를 굉장히 강력하게 표명을 하셨어요. 그래서 산업계에서도 그러한 방향에 대해 환영하고 정부가 제시한 목표 달성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7년까지 연 1조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급 신약을 두 개 이상 개발하고, 세계 50대 제약바이오 기업 순위에 3개 이상 들게 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50대 기업에 들려면 매출이 3조가 넘어야 되거든요. 또 제약바이오 분야 수출도 27년까지 지금보다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를 위해 인력 양성 등 여러 가지 분야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원책이나 목표를 제시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뛰는 선수들은 산업계 아닙니까? 산업계가 기업 스스로를 위해서도 그렇고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도 그렇고, 정부 정책 목표를 맞춰 나가기 위해 고민과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최근 바이오 분야 1, 2위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협회에 참여한다고 들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주 최근에 지지난주에 가입을 했고요. 그전에 최근 새로 만들어진 회사입니다만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참여했습니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이 있고 셀트리온 헬스케어와 셀트리온 제약이 있는데, 셀트리온 제약은 이미 협회 정회원으로 있습니다. 셀트리온의 3개 회사가 합병을 발표했는데, 그렇게 되면 기왕에 셀트리온 제약이 협회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그 지위를 승계하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바이오 의약품 회사 가운데 가장 큰 3개 회사가 저희들과 함께 산업발전에 노력을 할 수 있도록 하게 돼서 아주 반갑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시밀러 분야가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해왔는데, 이 분야는 일반 신약 분야보다 우리가 치고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습니까.
"네, 잘 말씀해 주셨는데요, 전통적인 케미칼 의약품을 위주로 하는 건 '빅파마'에 비해 갭이 큰 게 사실이지만, 새로운 바이오 분야 그중에서도 바이오 시밀러 분야는 저희들이 굉장히 앞서나가고 있어요. 바이오 제품에도 오리지널이 있는데, 그쪽 분야에서는 아직은 좀 떨어져 있지만 바이오 시밀러나 바이오 CMO(바이오의약품을 대행 생산하는 방식, 반도체 분야의 파운드리와 비슷) 분야에서는 굉장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CMO 회사로서 스위스의 론자 다음에 두 번째의 생산 캐파를 가지고 있습니다. 셀트리온이라든지 삼성바이오에피스 이런 회사들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을 이미 했고,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분야는 저희들이 선진국과 거의 갭이 없이 선두 주자로서 역할을 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까 회장님도 말씀하셨지만, 산업을 키우는 데는 정부지원도 필요하지만, 결국 실행하는 것은 기업인데요,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구개발 해가지고 특허기술을 빅파마한테 파는 데서 이제 자체 신약개발로 도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그런 단계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거든요. 저희들이 당위를 갖고 해야 된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기업은 선택을 잘못하면 죽어버리는 문제들이 생기기 때문에 저희들보다 오히려 기업이 더 명확하게 잘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임상시험 2상, 3상을 거쳐서 성공적으로 제품을 만들어 팔게 되면 훨씬 더 큰 매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건 알지만 대개 임상 3상에서 가장 많은 돈이 들고요. 또 3상 시험에서 실패할 확률이 굉장히 큽니다. 그러니까 전 임상이나 1상에서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다음에 마주하는 것이 단순한 리스크가 아니라 회사의 명운을 걸어야 되는 리스크이기 때문에 그것을 감수하고도 회사가 살아나갈 수 있다고 판단하면 가는 거고요. 만약에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하면 못 가는 겁니다."
-우리 제약바이오업계가 그 단계까지는 아직 아니다, 그런 말씀인가요.
"아직은 아쉽지만 그 언저리 단계에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이제 좀 자본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그 전 단계에서 기술 수출로 성장전략을 삼는 거고요. 그다음 단계의 새로운 제품에 대한 희망을 갖고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조금 더 기술과 자본력이 있는 회사들은 다음 단계로 가고 있고요. 큰 기업들이 제약 산업에 들어와서 이제 큰 매출을 올리고 R&D를 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협회가 기술과 인력 분야에서 기업들에게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요.
"우리 제약바이오업계도 반도체산업과 마찬가지로 인력의 문제가 있습니다. 시장은 굉장히 빨리 변하고 급격히 성장하는데 인력을 키워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필요한 인력을 제때 공급해 줄 수 없는 시간 갭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들 나름대로 또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의 바이오 전문 인력 교육기관인 나이버트(NIBRT)와 협력해 몇 년 전 인천 송도에 교육기관을 세우고 인력양성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주목적은 아니지만 WHO(세계보건기구)에서 글로벌 바이오 인력 양성 허브로 우리나라를 지정했습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가 5개 지역을 허브로 추가 지정해 인력 양성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도체에 관련된 인력 공급을 위해 대학교의 반도체 특성화학과를 만들듯이 제약바이오 분야도 그러한 특성화 과목들을 수도권을 포함해 여러 지역에 만들었습니다."
-수도권 개발 억제로 그동안 대학 정원을 늘리지 못하는 걸림돌이 있었잖아요.
"그동안 수도권에서 대학 정원이 순증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정부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정책이 올해 발표됐으니까요. 당분간은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인력양성 사업들이 잘 진행이 되고, 저희 협회에서도 AI 관련된 신약 개발 인력도 키우고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와 관련해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들을 계속 교육하고 있으니 곧 좋은 결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지고, 또 우리나라가 굉장히 우수한 인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금방 갭을 메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약도 의학로봇이라든가 인공의족이라든가 메카트로닉스와 융·결합하는 추세인데요. 우리 산업계는 어떤 움직임이 있나요.
"생체역학이라고 하는 바이오 메카트로닉스 쪽에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의족이나 인공 로봇이 대표적이고, 이런 것들을 통해서 재활 분야 의료기기에서 많은 결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을 더 말씀드리면, 저희가 주목하는 분야 중 하나가 오가노이드 분야입니다.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실험을 반드시 거쳐야 됩니다. 임상시험입니다. 거의 대부분 동물실험을 해서 동물들이 많이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이제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동물을 적게 쓰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자는 것이 오가노이드라는 대체 방법입니다."
-반려동물과의 삶이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참 적절한 변화인 것 같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제 줄기세포를 갖고 인공장기와 비슷한 형태의 조직을 만들어서 임상시험에 사용한다든지 여러 가지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 쪽으로 국내 기업들도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오가노이드는 향후 많이 발전할 분야 중 하나입니다."
-제약바이오 분야 오랜 관료 경험과 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전문가가 협회장을 맡아 산업계가 매우 만족할 것 같습니다. 정책을 입안·집행하실 때와 그 수용자인 산업계의 기업을 대표하는 지금 자리가 갖는 입장이 좀 다를 것 같은데요.
"과분한 말씀입니다. 많이 다릅니다. 왜냐하면 이쪽 분야가 규제산업 분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역동성 있게 움직이는 건 산업이잖아요. 정부가 직접 뛸 수는 없잖아요. 제가 정부에 있을 때는 그래도 산업계를 많이 이해하려고 하면서 정책을 만들어 나가기는 했었습니다만, 산업계에서 일하는 분들만큼 현장은 충분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노력은 했음에도 불구하고요. 그런데 지금 제가 제약회사에서 직접 일하는 건 아니지만 산업체를 대변하는 입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실감 있게 다가오고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걸 키워나가야 되는지 이런 것들이 좀 더 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사실 산업계에 있는 분들은 정부 정책에 대해 잘 알기가 어려워요. 정부 정책을 하시는 분들은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산업계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저는 부족하지만 그런 측면에서 정부의 정책과 산업계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협회에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제가 역할을 할 수 있는 영역이 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 순간도 산업계를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또 정부 정책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이해를 하고 있으니까 양쪽이 조화롭도록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규제혁파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제약바이오 분야는 어떤 영향이 있습니까.
"저는 정부의 규제 완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산업계를 대변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리는 게 아니고 제가 현직에 있을 때도 네거티브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내부에서 많이 주장을 했었습니다. 산업계의 특성에 따라 다르긴 한데, 예전 기술의 발전이 더딜 때는 규제정책이 큰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처럼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상황에서는, 특히 AI 발전속도를 볼 때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바뀌는 세상에서 포지티브 방식으로는 산업계를 육성할 수 없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는 네거티브로 가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있어야 되겠지만,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사회나 정부가 빨리 의도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디폴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새로이 분출되는 신산업 분야를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사회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날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정확한 방향성을 갖고 우선 해결할 수 있는 분야부터 해결을 해 나간다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분이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규제는 잡초와 같아서 다 뽑아낸 것 같지만 거기서 새로 또 올라오기 때문에 꾸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요."
-정부에 계실 때 그런 체험을 하혔을 텐데요.
"제가 식약처에 있을 때부터 노력을 해서 이루어지기 한 거지만, 우리나라의 네거티브 규제로 성공한 대표적인 게 있습니다. 예전에 화장품 관련된 법은 원료로 쓸 수 있는 것들을 규정을 했었는데 2012년도에 법을 고쳐서 쓸 수 없는 물질들을 규정했어요. 쓸 수 없는 것이 아니면 기본적으로 회사의 책임 하에 모두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화장품업계가 중국의 사드보복 이후 어려움이 좀 있지만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단순한 산업정책 지원 정책만이 아니라 규제가 네거티브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청와대 고용복지 수석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 신약 개발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됐던 것 중 하나가 개량신약입니다. 우리나라에 제네릭 산업도 중요하지만, 우리 제약기업들이 역량에 비해서 폄하되고 있는 것이 좀 안타까워서 그 부분을 다시 좀 들여다보았습니다. 제약기업들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신약도 중요하지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신약으로 가는 갈이 그렇게 간단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네릭으로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고요. 그럼 신약으로 가는 중간 단계에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필요한데, 그것을 저는 개량신약 시장으로 봤던 거죠. 제가 청와대에 세 번 근무를 했는데 2008년도 MB정부 초창기에 고용보건복지비서관을 할 때 산업계 의견을 들어보니 그런 결론이 나와서 2009년도에 개량신약 제도를 도입을 했었습니다."
-이후 산업적 효과가 얼마나 창출되었나요.
"당시 약가가 계단식이어서 오리지널이 특허가 끝나면 제네릭이 들어오는데 시장에 들어오는 순서에 따라서 20%씩 약값이 깎였어요. 노력을 해서 R&D를 했는데, 제네릭이 오리지널 약값의 20%만 받는 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사회가 잘 되기 위해서는 노력하는 개인이나 기업, 단체가 칭찬받고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력한 대가가 제대로 보상 받지 못하면 제약 산업 발전이 어렵겠다고 본 겁니다. 그래서 건강보험제도에 개량 신약의 범주를 정하고 시장에 들어오는 시기와 상관없이 오리지널 약값의 90%까지 쳐줬어요. 그 이후에 우리나라 개량 신약의 붐이 불었습니다. 현재까지 약 134개의 개량 신약이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제약 산업 제네릭을 바탕으로 신약으로 가기 위한 도약대를 만드는 단초가 됐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 협회가 혁신의학컨소시엄(KIMco)을 구성해 산업계의 R&D를 직접 챙겨온 것으로 아는데요.
"제약회사들이 공동으로 투자를 해서 별도로 만든 재단 법인인데, 저희 협회가 가장 큰 스테이크 홀더입니다. 그냥 단순하게 돈만 모아놓은 게 아니라 거기에 운영위원회를 조직해서 어느 회사가 앞으로 가능성이 있는지를 굉장히 면밀하게 심사를 합니다. 심사 결과로 나온 회사에는 시드머니를 바탕으로 투자합니다. 작년에는 미국 LA에 있는 한국인이 설립한 한 바이오테크 회사와 휴온스를 포함해 23억을 투자한 바가 있고요. 지금 세컨 라운드를 운영위원회에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후보 회사를 선정하고 공동으로 투자를 한다는 새로운 모델을 정착시켜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경기 하강기에 바이오테크 같은 이런 데에 대한 투자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그 나름대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규모도 좀 더 키워 나갈 계획입니다. 아직 최종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좋은 모델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제약바이오업계도 AI 도입이 늘어나고 있을 텐데요.
"언뜻 봐도 제약이나 바이오 쪽도 AI를 활용한 R&D라든가 임상에 활용도가 높아질 것 같은데요. 업계 전문가들도 2000년대 나온 인터넷이 인류의 생활을 바꿔놨듯이 앞으로 AI가 그 이상의 폭넓은 영향력을 미칠거라고 합니다. 저희들도 그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고요. 사실 AI가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가 제약바이오 분야의 신약 개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AI를 통해 최종적인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단계까지는 어느 나라도 가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스타트하고 있기 때문에 선두주자와 갭이 굉장히 작은 편입니다. 아시다시피 신약 개발 과정은 엄청난 '트라이얼 앤 에러'(trial and error) 과정입니다. 시도와 실패, 시도와 실패가 반복됩니다. 어떤 특정 질환의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뽑아내 그걸 전 임상 1상, 2상, 3상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허가를 받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논문들을 읽어줘야 되거든요. 그런 작업을 AI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실수 없이 할 수 있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사례로 코로나 팬데믹 때 화이자 같은 경우가 백신을 만들어낼 때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신약이나 백신은 한 10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화이자가 백신을 1년이 안 걸려 빨리 만들어냈지 않습니까? AI모델을 통해서 환자가 어디에 많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추론을 해내서 그 지역에서 단 시간 내에 전 세계 7개국에서 4만6000명의 임상시험 대상자를 뽑아내 임상시험을 신속하게 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화이자가 엄청난 수익을 올렸지만, 또 전 세계 인류가 감염병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았습니까? 모더나도 비슷하고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고요."
-AI를 잘 활용하면 빅파마와의 갭을 빨리 메울 수 있겠습니다.
"저희가 주목하는 것이 바로 그겁니다. 우리가 다른 산업 분야에서 좀 처져 있을지 모르지만 AI를 잘 활용하면 굉장히 비슷하게 나갈 수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도 3년 전부터 협회 내에 AI 신약개발지원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거기서 인력 양성도 하고 여러 가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한 20여개 AI 관련 회사들이 들어와 있고요. 또 AI를 통해 신약 개발에 관심 있는 28개 회사들이 들어와 있어요. 대한민국에서 제일 실력있는 AI학자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역점 사업 중 하나로 '멜로디사업'이라는 게 있습니다. 학습 모델을 통해 신약 개발 단계를 끌어당기는 겁니다. 여러 군데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가장 어려운 문제가 개인 정보나 기업의 기밀 침해 문제입니다. 이 모델을 쓰면 기밀 침해를 하지 않고 공통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멜로디 모델은 유럽에서 만들어졌는데, 도입해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입니다. 협회와 보건복지부, 과기부가 협력해 한 5년간 해 나가려고 합니다. 올해 예산이 확보가 됐기 때문에 내년부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신약 개발 속도도 훨씬 빨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번 대통령께서 세계 6대 제약바이오 강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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