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기준금리 격차 더 커졌는데, 올리지도 내리지도… 한은의 고민
환율상승·자금유출에 초미의 관심사
가게부채 증가 vs 경기 침체 고민
8월24일 금통위 결정 주목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6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p) 올렸다. 이에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5.00~5.25%에서 5.25~5.50%로 높아졌다. 2001년 이후 22년만에 가장 높다.
한국(3.50%)과의 기준금리 차도 2.00%p까지 벌어졌다. 사상 초유의 금리격차에 우려감이 커진다. 하지만 예고된 인상에 시장의 반응은 일단 차분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24일까지 물가 및 경기상황, 가계부채 등 이슈를 지켜보고 데이터로 확인한 후 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마지막?
글로벌 시장의 관심은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지속 여부다. 연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데이터에 따라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고, 동결할 수도 있다"다고 밝혔다. 향후 금리 결정은 "최신 경제지표를 기반해 그때 그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 특유의 '모호성'으로 섣부른 예측을 막은 것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투자은행들은 금리인상 중단을 전망하는 의견이 많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회의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겠다는 신호는 주지 않았지만 위원회 지도부가 '신중한 속도의 긴축'을 지지하고 있어 9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예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도 "5.25∼5.50%를 정점으로 생각하며, 내년 3월 25bp 인하 전까지 동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RBC캐피털은 "인플레이션이 재차 가속화될 조짐을 보일 경우 연준은 금리 인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p 금리 격차…한국 견딜 수 있을까
원화는 달러처럼 기축통화가 아니다. 통상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간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한은도 미국의 추가 인상에 발을 맞춰 기준금리를 올리고 격차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일단 1.75%p 격차에서는 우려할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금은 오히려 유입됐고, 환율도 안정세를 유지했다.
원·달러 환율은 경상수지 개선 등과 함께 이달 들어 1270∼1280원대까지 내려갔다. 외국인 증권(채권+주식)투자 자금은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순유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5월 초 이후로는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75%p에 이르렀지만, 5월(114억3000만달러)과 6월(29억2000만달러) 모두 자금 유입이 더 많았다.
2.00%p 상황에서는 금융시장 안정을 낙관할 수만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이날 각각 점검회의를 갖고 한미 금리차 확대의 파급효과를 살펴보고 위험(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한·미 금리 격차가 추가로 확대되면서 긴축적인 금융환경에 따른 파급효과가 우리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8월 금통위에 쏠린 눈…커지는 이창용의 고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수차례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금리격차보다는 국내 물가나 경기 상황, 가계부채 등을 더 예의주시하며 금리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올해 물가가 연말쯤 3% 내외에서 안정될 것으로보고 있다.
발등의 불은 경기 상황이다. 하반기 경기 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면 근근이 버티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지난 2분기 수출이나 소비 증가가 아닌 수입 급감에 기대 힘겹게 전기 대비 0.6% 성장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 효과도 크지 않다. 고물가·금리에 짓눌려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 위기도 언제라도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금리 인상이 신용 경색을 불러 제2의 레고랜드·새마을금고 사태나 급격한 부동산PF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대출은 금리 인상을 부추기는 압박요인이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올해 3월까지 계속 줄다가 △4월 2조3000억원 △5월 4조2000억원 △6월 5조9000억원씩 전월보다 늘었다. 7월에도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국내 5대 은행에서 나간 가계대출이 이번 달에도 3000억원 넘게 늘며 금융권 전체로 넉 달 연속 증가가 예상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2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5700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3246억원 늘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들이 가계대출 증가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한은 금통위는 8월 2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연다. 금통위원들은 지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경기·금융 불안에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시장에서는 금통위원들이 금리 추가 인상을 진지하게 고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이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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