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쫓아올까 불안”…흉기난동-살인예고에 텅 빈 신림 골목

김수현 기자 2023. 7. 2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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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쫓아올까 봐 저도 모르게 자꾸 두리번거리게 되네요. 자주 다니던 골목이었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27일 낮 12시경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골목.

하지만 조선의 범행 후 '신림역에서 사람을 해치겠다'는 살인예고까지 이어지면서 지금은 골목에서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신림역 인근에 사는 한 직장인(27·여)는 "호신술을 배웠고 호신용품을 살까도 고민했지만 이번 흉기난동 사건을 보니 대비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아예 이사를 생각하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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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현장에서 한 시민이 이번 사건으로 희생 당한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 오후 2시7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근 상가 골목에서 피의자인 조모씨가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30대 남성 3명이 다쳤다. 조씨는 범행 이유에 대해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어서“라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7.22/뉴스1
“누군가 쫓아올까 봐 저도 모르게 자꾸 두리번거리게 되네요. 자주 다니던 골목이었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27일 낮 12시경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골목.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민영(37) 씨는 ‘묻지 마 흉기 난동’으로 숨진 남성(22)을 추모하기 위해 골목을 찾았다고 했다. 피의자 조선(33·구속)은 21일 오후 이 골목 일대 약 140m를 오가며 1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김 씨에 따르면 이 골목은 평소 식당이 많고 직장인과 대학생 등으로 평일 낮에도 붐비던 곳이었다. 하지만 조선의 범행 후 ‘신림역에서 사람을 해치겠다’는 살인예고까지 이어지면서 지금은 골목에서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한 시간 동안 지나간 시민은 20여 명 남짓이었는데 그나마 절반은 추모 공간을 방문하러 잠시 들른 이들이었다.

● 상인들 “무서워 문 잠그고 장사”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일대에서 경찰들이 일대 순찰을 하고 있다. 최근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묻지마 칼부림 사건 이후 24, 25일 연달아 온라인 커뮤니티에 살인 협박 게시물이 올라오며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칼부림 사건 이후 경찰은 일대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구대, 기동대, 자율방범대 등 많은 인력을 투입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2023.07.26. 뉴시스
인근 상인들은 “누군가 흉기를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범행 장소에서 60m 거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이윤옥 씨는 “사건 다음 날(22일)에도 싸움이 벌어져 온 거리가 공포에 질렸다”며 “흉기 난동 이후 혼자 있는 게 무서워 손님에게 물건을 건넬 수 있는 창구만 남기고 문을 잠갔다”고 했다.

손님 발길도 뚝 끊겼다고 했다. 추모 공간 인근 식당 2곳에는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20, 30개 테이블이 모두 텅 빈 상태였다. 식당 종업원 김정옥 씨(63)는 “흉기난동 사건 직후 손님이 70% 이상 줄었는데 신림역에서 추가 범행을 예고하는 글까지 올라오면서 지금은 손님 발길이 사실상 끊긴 상황”이라고 했다.

전날 밤 기자와 만난 가라오케 주점 주인 윤모 씨(66)는 “평일 저녁 최소한 방 5, 6개에는 손님이 들어찼는데 지금은 한 명도 없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예고살인 글까지 올라오니 정말 죽을 맛이다. 글을 올린 사람들을 찾아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인들의 인적이 끊긴 거리에는 최근 일대 순찰을 강화한 경찰들이 10분에 한 번씩 오가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 여성 노린 범행예고에 주민 불안 호소

흉기난동에서 남성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신림역에 가서 여성을 해치겠다’는 글이 현재까지 4건 올라와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 중 범행 사흘 후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해치겠다”는 글을 올렸던 20대 남성은 27일 오후 구속됐다.

범행 예고글이 이어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신림역 인근에 사는 한 직장인(27·여)는 “호신술을 배웠고 호신용품을 살까도 고민했지만 이번 흉기난동 사건을 보니 대비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아예 이사를 생각하는 중”이라고 했다.

조선의 묻지 마 범죄에 희생된 남성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인근에 사는 대학생 이모 씨(23)는 “대낮에 길거리를 걷다가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흠칫 놀라곤 한다”며 “호신용품 구입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 경찰 “범행 전 ‘홍콩 묻지 마 살인’ 검색”

27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조선은 올 1월부터 최근까지 포털사이트에 ‘홍콩 묻지 마 살인’, ‘정신병원’ 등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달 정신질환을 앓던 30대 남성이 홍콩의 쇼핑몰에서 20대 여성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을 찾아본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은 포털사이트에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정신병원 탈출’, ‘정신병원 입원비용’ 등을 검색하기도 했다. 경찰은 검색 기록과 범행의 관련성을 조사 중이다. 또 조선을 살인 및 살인미수, 절도, 사기 등의 혐의로 2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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