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에 용접 맡겨 시공비 줄였다...‘부실 덩어리’ 부산오페라하우스

박주영 기자 2023. 7. 2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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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감사위원회 특정감사 결과 발표
부산항 북항 재개발지 안 중구 중앙동 해양문화지구 부지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지어지고 있다. 세계 공모를 통해 설계된 이 건물은 지난 2018년 5월 착공, 지하 2층·지상 5층에 연면적 5만1617㎡ 규모로 지어지고 있다./김동환 기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세계적 랜드마크를 목표로 진행 중인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건립 공사가 관람객 안전의 기초인 소방부터 건물의 구조적 요소, 랜드마크 핵심요소인 파사드 설계 및 시공 검증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착공 후 5년여 동안 서병수·오거돈 시장을 거쳐 박형준 시장에 이르는 동안 이를 감시하거나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부산시의 시스템이나 리더십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 추진 실태에 대한 특정감사를 벌여 모두 12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 관련자 징계 3건·훈계 7건·주의 8건 등 신분상 조치를 했다”고 27일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시공을 맡은 A사는 화재 발생 시 관람객 안전의 기초가 될 옥내 소화전, 스프링클러, 연결송수관 등을 설계와 달리 연결했다. 또 소방 배관 전체를 무자격자에게 용접하도록 해 시공비를 13억원의 4분의 1가량으로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다른 시공사인 B사는 냉난방·급수·급탕에 쓰이는 스테인리스 강관 7000∼1만곳의 용접을 설계와 다르게 해 1억원 안팎의 부당이득을 챙겼고, C사는 지하층 골조 거푸집 공사 가운데 공조배관 등 설치 공사를 미등록업체에 불법 하도급해 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 감사위는 “이같은 소방 배관 등 부실 설비에 대한 전면 재시공과 시공사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도록 시 측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부산항 북항재개발지 안 ‘부산오페라하우스(가칭)’ 조감도.

오페라하우스 건물의 구조적 하자도 발견됐다. 시 감사위는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물의 벽체·보 등 주요 구조부에 균열이 집중적으로 발생해 있고, 지반 기초 말뚝이 연약한 풍화토에 지지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외부 전문가들의 검증 결과, ‘향후 부등침하 등 구조적 문제로 발전할 개연성이 있어 공인된 전문기관의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시 감사위에 따르면 오페라하우스 건물의 858개 균열 가운데 84%인 720여 곳에 대한 균열 원인이 조사돼 있지 않았고, 78곳은 구조보수가 아니라 단순 표면처리 공법으로 보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 감사에서 벽체와 보 등 주요 구조부에서 균열 104건이 발생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건물의 구조적 하자는 붕괴나 기울어짐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에 속한다.

오페라하우스 ‘랜드마크성’을 담보하는 핵심요소인 파사드 공법 검증을 위해 부산시가 지난해 10월 구성한 기술자문위원회도 관련 전문가 3명 대신 행정부시장, 문화체육국장, 시의원 등 미자격자를 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부산시의 대응 부실도 확인됐다.

또 이 자문위가 전원 합의로 트위스트 공법을 검증 대상에서 제외했는데도 부산시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임의로 다시 그 대상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감사위는 “공사 감리단이 시공사에서 보고한 파사드 설계도 검토 결과를 내용 점검없이 시에 전달만 하고 시도 이에 대한 점검과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페라하우스는 롯데그룹이 2008년 부산을 위해 내놓기로 약정한 1000억원을 기반으로 건립이 추진됐다. 오페라, 발레, 뮤지컬 등을 공연할 수 있는 대극장과 소극장 등을 갖추고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구역에 지하 2층, 지상 5층, 전체면적 5만1617㎡ 규모로 지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국제 공모를 통해 진주를 품은 조개가 바다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핵심 콘셉트로 한 설계가 확정됐고 서병수 시장 임기 말인 2018년 5월 착공했다. 그 해 7월 오거돈 시장이 취임하면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가 5개월여 뒤 공사가 재개됐다.

이후 2년여 전부터 비정형 곡면으로 설계된 파사드 공법의 시공 현실성을 두고 논란이 일기 시작, 지난 해 봄 본격적으로 문제가 불거졌다. 건물의 기본 콘셉트를 반영한 공모 당선 설계는 비스듬하게 옥상으로 이어져 산책로와 공중 공연장 역할을 하도록 한 위 조개껍질과 땅바닥인 아래 조개껍질 사이 파사드를 유리 등을 이용해 활처럼 곡선 형태로 만들도록 돼 있었다.

또 유리 외벽 조각을 잇는 창틀은 비정형적으로 비틀어진 모양으로 해 예술성을 더했다. 그러나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공법이 설계에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시공 과정에 적용 공법을 두고 트위스트니, 폴딩이나 ·스마트노드니 하면서 의견이 엇갈렸다. 공법에 따라 공사비, 건물의 구조 안전성, 공사 기간, 미관성 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설계사와 시공사는 물론이고 부산시도 적시에 결정을 못 내렸고 논란만 심해지자 부산시의회가 지난해 12월 14일 시 감사위에 감사를 요청했고, 감사위는 올 1월~4월 4개월간 특정감사를 벌였다.

이러는 동안 공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아 착공한 지 만 5년이 넘은 현재 공정률이 40%에 그치고 있다. 준공 시기도 당초 2020년에서 2024년, 2025년으로 미뤄졌다. 공사비 역시 파사드 공사비와 원자재가 상승 등으로 착공 당시 2115억원에서 3117억원으로 1000억원가량 더 불어났다.

공사비는 파사드 공법 결정 지연과 보완 설계, 공사 기간 연장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준공도 2026년 10월로 1년 더 늦춰졌다. 하지만 이 또한 계획대로 될 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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