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감세로 5년간 세수 89조 덜 걷혀… 나라살림 괜찮을까 [2023년 세법개정안]
개정안 통과땐 2028년까지 세입 3조↓
경기불황·GDP 넘는 가계 빚 경제 부담
‘2024년 예산규모 줄어드나’ 우려 목소리
결혼자금 면세 등 ‘부자감세2’ 비판도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향후 정부 세입은 누적법으로 5년간 총 3조원 이상 줄어든다. 세수 감소를 통해 적극적인 기업활동을 끌어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지난 24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법개정 취지를 설명하면서 “경제운용을 민간·시장 중심으로 전환, 민생안정과 경제활력 회복 및 글로벌 복합위기 대응을 뒷받침하기 위해 과감한 개편을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감세는 지난해 단행된 세제 개편에 비해 소규모지만 누적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내년부터 감소할 세입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세제 개편으로 2023년부터 5년간 총 64조4081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이번 세법 개정 효과를 더하면 5년간 세입이 약 67조5000억여원 줄어들게 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해 세제 개편(-72조4000억원),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13조원), 올해 세법 개정안(-2조9000억원)을 모두 합치면 2022년∼2028년 감세효과가 총 8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처럼 과도한 감세는 재정수지 악화를 불러와 ‘재정건전성’이라는 현 정부의 기조를 오히려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 예고된 ‘세수펑크’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미 올해 40조원 이상 세수결손이 예견된 상황이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중국 수출 부진 등이 맞물리고, 부동산시장 침체까지 겹치며 3대 세목인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가 모두 떨어진 탓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에도 경제가 안 좋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인데 대규모 감세가 한 번에 몰려 올해와 같은 세수펑크가 재연되거나 본예산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세법 개정안이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부자감세’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업·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줄여 세입기반을 훼손해 서민을 위한 정부지출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서 민생경제 회복·결혼 지원 차원으로 마련된 주택담보대출 이자상환액 소득공제 확대,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확대(최대 1억5000만원)는 오히려 고소득·중산층을 위한 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애초에 기존에 부모로부터 5000만원을 증여받을 수 있는 청년들이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망설인다는 발상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진정 결혼을 장려할 목적으로 증여세 공제 한도를 1억5000만원까지 늘리는 거라면, 제도를 만들기에 앞서 해당 청년이 몇 명인지 대략적인 수치라도 제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올해 일몰을 맞는 비과세·감면 71개 중 58개의 적용 기한도 연장된다. 7개는 재설계하기로 했다. 일몰 종료를 추진하는 제도는 6건이다. 비과세·감면이 연장되는 것은 그만큼 세수에는 부담이 되는 요인이다.
이번 세제개편의 최대 수혜자는 고소득자·대기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세법 개정에 따라 세부담 경감 효과는 서민·중산층 6302억원, 고소득자 710억원, 대기업 69억원, 중소기업 425억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총 근로자 1991만명 중 서민·중산층에 해당하는 수는 1760만명이며, 심지어 이 중 약 600만명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즉 서민 대상 감세혜택은 제한적이다. 기업 규모별로도 중소기업의 비중이 92% 이상임을 고려하면 실제 감세 혜택은 대기업이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재정학회 이사를 맡고 있는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민 복지와 감세는 반비례 관계”라며 “대규모 감세를 하면서 복지까지 챙긴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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