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년여 만에 ‘총장 해임’ 건의까지…에너지공대 학생만 피해

기민도 2023. 7. 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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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에너지공대 감사 결과 발표
감사원이 전임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개교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의 설립 과정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지난 3월8일부터 31일까지 한국전력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나주시 등 4곳을 대상으로 한전공대의 설립 적법성 등을 들여다보는 실지감사(현장감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8일 오후 전남 나주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전경.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27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설립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에너지공대)에 대한 감사 결과 “위법·방만 경영 사례가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이 확인됐다”며 에너지공대 이사회에 윤의준 총장에 대한 해임 건의를 통보했다. 한국전력공사의 적자 누적 책임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 속 최근 한전이 에너지공대에 대한 출연금 삭감이 이뤄진데다, ‘표적 감사’ 논란을 부른 감사원의 에너지공대 설립 적법성 감사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산업부는 이날 에너지공대 감사 결과, 1억3천여만원(264건) 상당의 법인카드와 800만원(28건) 상당의 업무추진비를 부적정하게 사용한 것 등 다수의 비위 사항이 적발됐다며, 관리 감독 미흡 등의 책임을 물어 윤 총장에 대한 해임을 이사회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위 관련자에 대해 징계(6명), 주의·경고(83건) 등의 처분을 요구하는 한편, 부당하게 수령한 시간외 근무수당과 법인카드 부정 사용 금액, 연구목적 외 집행된 연구비 등과 관련해서는 총 5900만원을 환수 조치했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초대 총장으로 취임한 윤 총장의 임기(4년)는 2025년 5월까지다.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이사 대부분이 산업부와 교육부 및 한전 및 전력계열사 대표 등으로 채워져 있어, 조만간 해임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공대는 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지난해 3월 전남 나주에 개교했다. 한전 등에서 출연금을 받아 ‘한전공대’라고도 불리며 올해 예산은 1986억여원이다. 현재 교직원 142명이 근무하고 있고, 297명(학부생 209명, 대학원생 88명)이 재학 중이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발생한 한전의 사상 최대 적자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특히 지난 4월, 여권을 중심으로 ‘지난해 9월 에너지공대에 대한 업무 컨설팅 결과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는데, 한전이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정승일 전 한전 사장이 여권의 압박 속에 물러났고, 뒤이어 에너지공대에 대한 한전의 출연금도 708억원으로 30%가량 삭감됐다.

이런 움직임은 감사원이 진행하고 있는 ‘에너지공대 설립 적법성 감사’와 맞물리며 정치적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등이 제기한 공익감사청구를 받아들여 지난 3월부터 한전과 산업부, 교육부, 나주시를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야권에선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야당 의원이 주도한 특별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에너지공대에 대한 ‘표적 감사’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공대는 이날 “감사 결과에서 지적된 문제점이 총장의 해임을 요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에 해당하는 것인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재심의 요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안이 대학 설립 초기 시스템이 불안정한 가운데 발생한 일인데다, 검찰에 수사 의뢰까지 할 정도의 불법 사례가 적발된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에 참여하는 전남도도 윤 총장에 대한 해임까지 건의한 것은 “과도하다는 게 지역민의 평가”라는 입장을 내놨다.

에너지공대가 이처럼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게 됨에 따라, 에너지공대의 준공(2025년) 계획이 지연되고 학교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에너지 전환을 위해 중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정책 정쟁화뿐 아니라 교육도 정쟁화되고 있다”며 “한국 사회의 과제들을 연구하려고 만든 학교가 흔들리고 있고, 죄 없는 학생들이 그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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