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대한 깨달음, '아름다운 기부'를 딛고 자란다 [임명신의 7차원 우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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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사와 블랙홀 등 온갖 천체를 품은 '우주'는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대상이다.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우주에 대한 탐구 작업과 그것이 밝혀낸 우주의 모습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서울대에 들어선 천체 투영관
천문학 발달을 이끈 기부사례
기초과학을 위한 기부 활성화
얼마 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28동에서 '관허 코스모스홀 개관 기념식'이 열렸다. 관허 코스모스홀은 돔형 천장을 가진 천체 투영관이면서 멀티미디어 강의와 문화 공연 등이 가능한 특수한 공간이다. 돔형 천장에 비친 아름다운 밤하늘, 심해와 인체의 내부 모습 등에 대한 영상 자료는 과학의 대중화와 교육의 혁신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여기서 이름에 사용된 '관허'는 서울대학교 천문학과(현 물리천문학부 천문전공)에 오랫동안 재직하셨다가 2019년 타계하신 고 홍승수 교수님의 호이다. '코스모스'는 홍 교수님이 심혈을 기울여 번역하신 유명한 과학 교양서적이며, 아직도 우리나라 과학 교양서적 베스트셀러 목록의 상위권에 있다. 이렇듯 관허 코스모스홀은 천문학 연구와 과학의 대중화에 큰 공을 세우신 홍승수 교수님의 뜻을 기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최신식 멀티미디어 강의동 탄생에 큰 역할을 한 것은 관허 코스모스홀의 건립에 필요한 비용 충당을 돕기 위해 거액의 기부금을 선뜻 내주신 유족분들의 결정이다. 이렇듯 기부는 관허 코스모스홀과 같은 귀중한 사업 추진의 성사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부문화가 발달해 있는 미국에서는 기부로 지어진 천문대가 많다. 그래서 망원경 이름에 망원경 건설에 결정적 역할을 한 기부자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허블이 우주 팽창을 밝혀내는 연구에 사용한 망원경은 미국 윌슨산 천문대에 있는 2.5m 구경 후커 망원경이다. 후커라는 사업가가 당시 세계 최대의 광학 망원경으로 준공된 이 망원경의 주경(빛을 반사하기 위한 커다란 거울) 제작을 위해 1906년 당시 돈으로 4만5,000달러(현재 돈으로 약 20억 원)를 쾌척하였고, 이 종잣돈을 디딤돌 삼아 역사적인 발견을 이루어낸 망원경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1990년 첫 관측을 시작한 이래 지금도 세계 최대 광학망원경의 하나로 군림하고 있는 10m 구경 켁(Keck) 망원경(하와이 마우나키아산 소재)의 경우 석유회사 오너가 창립한 W. M. Keck 재단이 1억4,000만 달러(약 1,800억 원)를 지원하여 건설되었다. 이 망원경은 노벨상 업적 중의 하나인 우주의 가속팽창 발견 등에 활용되는 등 지금도 우주의 신비를 밝혀주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일이 없지는 않다. 서울대 천문학과 명예교수님이신 이상각 교수님의 기부금 덕분에 호주에 원격 로봇형 망원경인 '이상각 망원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 망원경은 서울에서 볼 수 없는 남반구 밤하늘에 있는 천체를 관측하는 연구와 수업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혹자는 '왜 돈이 안 될 것 같은 하늘의 별 보는 일에 기부금을 내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필자는 감히 그 물음에 "그런 노력이 있어서 인류가 자연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런 과학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현재와 같이 발달한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말로 대답하고 싶다. 노벨상 연구 업적도 기부금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조금 더 작은 기부도 우주의 비밀을 캐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세대의 육성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요즈음 거액의 자산을 대학에 기부하는 개인들의 선행 기사를 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액수는 적지만 소중한 기부도 수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물론 기부를 받는 쪽에서는 기부금이 뜻깊은 일에 활용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일어난 또 다른 반가운 변화는 기업도 우주를 알아가기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는 점이다. 오늘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천문학전공과 후지필름 코리아가 천체관측 장비의 제공 및 천문학 발전에 대한 지원 관련 협약을 맺었는데, 이런 노력이 모여 우리나라 과학 발전으로 잘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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