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3000여 언어도 표기···한글, 세계 공용문자로"

최수문기자 기자 2023. 7. 2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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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어떤 언어도 표기 가능한 세계 최고(最高)의 문자'라고 하지만 실제 한글로 뭘 해봤냐고 하면 아쉬운 점이 많아요. 한글을 통해 외국어를 적어보자, 그래서 세계 공용 문자가 되고 정말 한글이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하자고 한 것이 이번에 '한글로 세계 언어 표기하기' 사업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김 소장은 "현재 세계에 7000개 내외의 언어가 있는데 쓰는 사람이 없거나 글자가 없어 금세기 말이면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사라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며 "한글이 이를 기록해 보존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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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한글누리연구소장 겸 서울대 명예교수 인터뷰
공용문자 위한 ‘한글로 세계 언어 표기하기’ 공모전 개최
7000여 언어중 절반 소멸 가능성
어려운 발음도 한글로 기록 보존
찌아찌아어 한글표기는 시작일뿐
'세계인이 쓰는 한글'영상 공모로
로마자 등 뛰어넘는 우수성 알릴것
김주원 한글누리연구소 소장 겸 서울대 명예교수가 세계 공용 문자로서의 한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서울경제]

“한글이 ‘어떤 언어도 표기 가능한 세계 최고(最高)의 문자’라고 하지만 실제 한글로 뭘 해봤냐고 하면 아쉬운 점이 많아요. 한글을 통해 외국어를 적어보자, 그래서 세계 공용 문자가 되고 정말 한글이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하자고 한 것이 이번에 ‘한글로 세계 언어 표기하기’ 사업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김주원 재단법인 한글누리연구소 소장 겸 서울대 명예교수는 27일 서울 여의도 한글누리 재단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설립된 재단법인 한글누리는 한글의 문자학적 이론 연구와 한글을 기반으로 한 외국어 표기라는 실용적 연구를 위해 지난해 초 설립된 민간 연구 기관이다. 산하에 한글누리연구소가 있다. 경동나비엔이 적극 후원하고 있다.

K컬처, 즉 한류의 확산과 함께 외국인의 한글 관심 확산을 위해 최근 ‘세계인이 함께 쓰는 한글’이라는 이름의 영상 콘텐츠 공모전을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자국의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한글을 세계 공용 문자로 활용하려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현재 세계에 7000개 내외의 언어가 있는데 쓰는 사람이 없거나 글자가 없어 금세기 말이면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사라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며 “한글이 이를 기록해 보존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자로서 한글의 우수성은 다른 문자 체계보다 정확히 말을 표기한다는 데 있다. 물론 표기가 어려운 발음도 있지만 로마자 등 다른 문자 체계보다 훨씬 뛰어나다.

한글누리에 따르면 최근 연구 결과 세계 주요 언어 451개 가운데 현재 한글 자모 24자로 29%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한글보다 자모가 많고 글자 조합이 다양한 옛 훈민정음을 사용하면 표현 언어가 56%로 늘어난다.

김 소장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의 이유가 ‘온 백성이 자신의 소리를 적는다’는 데 있고 이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외국어도 해당된다”며 “이미 훈민정음으로 중국어나 만주어·몽골어를 적은 전통도 있다”고 풀이했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어를 한글로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한글이 할 수 있는 역할의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예 문자가 없는 무(無)문자 언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같은 난(難)문자 언어도 한글로 더 쉽게 표기할 수 있다”며 “한글을 통해 그들의 문화가 보존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한글은 인류 문화 보존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형주 기자

‘세계인이 함께 쓰는 한글’ 공모전은 이런 한글누리 재단의 사업을 위한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모전은 한글을 아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노래 가사 쓰기 △이야기 쓰기 △훈민정음 서문 낭독하고 번역해 쓰기 등 3가지 분야를 대상으로 8월 말까지 진행된다.

김 소장은 한글누리의 사업에 관한 일부의 우려에 대해서도 이해를 당부했다. 일부에서 다른 나라 말의 표기 과정에서 한글맞춤법 체계가 파괴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표시했으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소장은 “원래 이탈리아 글자인 로마자가 프랑스어나 독일어로 확산되면서 변형이 생겼는데 이는 불가피한 것”이라며 “한국어 한글맞춤법과 외국어 한글맞춤법은 달리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수문기자 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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