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에 독박 쓰느니 "그래서 안 간다는데".. '제주·국내'보다 해외, 이러니 발길 끊길 수밖에
설문조사결과.. “해외여행 늘 것”
전국 각지 대상, 여행 관심도 ‘뚝’
해외여행 “기간·경비, 모두 증가”
제주 하락세 ‘뚜렷’.. 물가 조사도
7월 말,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에 돌입하며 국내 관광지마다 피서객 발길이 몰릴 시기를 맞았지만 기대감이 불거지진 않는 모습입니다.
‘바가지 물가’ 논란 속에, 각 지자체마다 뚜렷한 개선 방향이 타진되지 않는 것도 주요인으로 풀이됩니다.
민·관 협업은 물론 시장 자율적인 개선 대책과 함께 적정 가격 수준 등 구체적인 방향성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국내 관광지로 입지를 다졌던 제주의 위상 하락은 뚜렷합니다.
가속화되는 해외 이탈에다, 고비용·고물가 논란 속에서 가격 경쟁력을 둘러싼 시비가 여전한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 전국 각지 ‘여행 관심도’ 하락.. “국내보다 해외”
오늘(27일) 여행 전문 리서치 플랫폼인 ‘컨슈머인사이트’가 공개한 ‘월간 국내·해외 여행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숙박여행 계획률이 75.9%로 나타났습니다.
전국(서울~제주) 소비자 5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 결과로 코로나19 이전과 현재를 비교하는 지표 TCI(코로나여행지수)를 적용한 결과, 국내 숙박여행 계획률 TCI가 102로 나타났습니다.
100보다 숫자가 높으면 여행 수요가 증가한다는 의미로, 102면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봐서는 수요가 비슷한 것처럼 보입니다.
좀더 들여다보면 상황은 심각합니다.
중장기 분석에선 호텔 이용률(28.3%)이 꾸준히 높다고 나타났지만 지난 4월 이후 지속 하락세로, 여행 1일 기준 경비가 7만 6,000원으로 전달(7만 8,000원)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6월(9만 원)보다 15.6% 감소했습니다.
고물가 여파 속에 서비스 물가 상승 추이를 감안하면 여행경비도 증가해야 하지만 정작 소비자은 지갑을 닫고 많이 쓰지도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관련해 컨슈머인사이트는 여행 계획 증가에도 불구하고 단기, 근거리, 저비용 여행이 대세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숙박 예정지는 경상(27.1%), 강원(26%), 수도권(14.2%), 전라(13.2%), 제주(12.5%)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는 전년(17.8%)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해외여행 폭증과 고물가 문제가 복합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제주 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국내 여행지 관심도를 봤더니 수도권이나 충청권, 경상권, 전라권, 강원도, 제주도 등 대부분 지역에 대한 관심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추세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관심도 감소 폭은 제주가 가장 컸습니다.
TCI는 84로 100을 밑돌았습니다. 하락 폭만 해도 -17.7%를 기록했습니다. 2019년 55.9%, 2022년 64.8%에서 2023년 47.1%로 낙폭이 두드러집니다.
이어 강원도(-9.5%), 충청권(-7.1%), 수도권(-6.6%), 전라권(-5.7%), 경상권(-5.4%)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 “해외여행 경험률 최고치 경신”.. 여행기간·경비 ‘급증’
반면 같은 기간 해외여행은 정반대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들의 해외여행 경험률이 23.7%로 전달과 같은 수준에, 코로나19 이후 최고치를 지속 경신했습니다. TCI만 보면 여행기간(112)과 총경비(125) 모두 팬데믹 이전보다 큰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가구상황별로 봤더니 신혼부부의 해외여행 계획률이 52.7%로 전년 대비 가장 큰 폭(19.1%포인트(p))의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컨슈머인사이트 측은 “코로나19 직후 늘었던 개별여행 수요가 서서히 단체·패키지수요로 전환되고 있다”면서도 “아시아권과 남태평양 중심으로 인기”라고 설명했습니다.
관련해 각 지방자치단체 즉 지자체마다 단속반 등을 구성하고 현장 계도에 나서고 지역상권 캠페인을 전개하지만 여전히 ‘바가지’ 상술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팽배한 점이 국내여행에 대한 외면을 부른다는 시각이 제기됩니다.
국내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종전 급증하는 항공권 요금 등을 감안할 땐 해외여행 경비가 더 비쌌지만, 이 역시 노선이 늘고 국제선 유류할증료 인하 등으로 점차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같은 가격이라면 만족도가 높은 곳으로 가려는게 소비자 심리”라면서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내여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매력 감소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더불어 “제주의 바가지 문제만 아닌, 내륙권 역시 비용 문제에 대한 불만이 적잖은 상황”이라면서 “국내여행에 대한 비용 부문을 둘러싼 각종 온·오프라인의 부정적 반응은 결국 해외수요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항공편 위축까지 더해 제주로선 더욱 입지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더해집니다.
지역 내 관광업계 한 관계자ㄷ “코로나 팬데믹 시기 제주에 쏠렸던 항공노선들 역시 지속적으로 국제선에 집중되면서 내국인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며 “현재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접근성 하락과 함께 제주 경쟁력 위축을 더 가중시키는 실정”이라고 우려했습니다.
■ 물가 당국, ‘바가지요금’ 조사 나서.. 추이 ‘촉각’
정부는 물가 잡기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습니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지난 18일 ‘2023년도 특별물가조사사업 수행단체 공모’를 냈습니다. 국민 생활과 관련 깊은 품목·분야에 대한 가격·유통 구조 분석을 위해 소비자단체나 연구기관을 모집해 현장 가격 조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비정기적으로 추진합니다.
이번 조사 과제로는 ‘관광 산업’이 포함돼 ‘숙박비 현황 조사’ 항목에선 ‘숙박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활용한 시기별 호텔·리조트 예약 가격 비교를 통한 성수기 가격 인상 현황 분석’을, ‘지역 축제 물가 분석’ 항목에선 ‘평소 대비 지역별 축제 시기의 외식·물품 가격 등을 비교 분석’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분석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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