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벗어나 두 발 딛고 경례 "옛 전우와 기억 어제 일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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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 70주년이자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6·25전쟁 참전용사와 유가족이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찾았다.
27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유엔군 참전의 날·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6·25 참전용사와 유가족 200여 명이 전우와 가족이 잠든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해 참배와 헌화식을 거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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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기 의지 힘든 발걸음에도
전우 가족 만나러 200명 방문
잠든 형 만난 그리스 매소카스
"형 보고싶은 마음 여전" 눈물
정전협정 70주년이자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6·25전쟁 참전용사와 유가족이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찾았다. 이날 머리 위로 내리쬐던 한낮 뙤약볕도, 흐르는 세월 속 쇠약해진 두 다리도 옛 전우와 가족이 보고파 이역만리 부산을 찾은 이들을 막을 순 없었다.
27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유엔군 참전의 날·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6·25 참전용사와 유가족 200여 명이 전우와 가족이 잠든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해 참배와 헌화식을 거행했다. 이어 오후에는 총 25개국 170여 명 규모의 유엔군 참전국 정부 대표단이 방문해 참전용사의 넋을 기렸다.
한때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돌 정도로 무더운 날씨도 옛 전우를 찾은 90대 백전노장을 막을 순 없었다. 제복을 갖춰 입은 참전용사는 전우의 묘비 앞에 국화를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예를 갖췄다. 보행기나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던 참전용사도 그 순간만큼은 몸을 일으켜 70여 년 전 용맹했던 청년 용사의 모습으로 잠든 전우 앞에 섰다.
중국계 미국인 참전용사 케이 웡(90대) 씨는 “우리 가족은 박해와 억압을 피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자유와 평화의 가치가 그 무엇보다 소중했기 때문이다”며 “19살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참전한 건 자랑스러운 결정이었다. 옛 전우들과 함께했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말했다.
유엔기념공원에 잠든 참전용사 형을 만나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찾은 동생도 눈에 띄었다. 디미트리오스 매소카스(90) 씨는 1951년 19살의 나이로 참전했던 그리스 참전용사 조지 매소카스 씨를 만나기 위해 두 딸과 손자와 함께 유엔기념공원을 찾았다.
그는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는 형의 강인한 눈빛이 떠오른다”며 “처음 형의 전사 소식을 접했을 때는 비통한 심정뿐이었지만,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걸 보며 형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어 “형을 단 한 번이라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나이를 먹어도 여전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영국에서 온 참전용사 레이몬드 미드(92) 옹은 초록색 제복을 차려입은 채 전우 3명의 묘역을 찾아 헌화하기도 했다.
참전용사와 유가족은 참배를 마친 뒤에도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생애 마지막일지 모를 옛 전우와의 인사를 마친 한 노장이 보행기에 몸을 의지한 채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를 본 보훈부 관계자가 급히 달려가 양산으로 햇빛을 가려주자, 노장은 싱긋 웃으며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에 관계자는 “당신을 도울 수 있어 제가 영광입니다”고 답했다.
유엔기념공원에서 참배 일정을 마친 참전용사들은 이날 오후 7시40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유엔군 참전의 날 국제기념식에 참석해 한국의 번영과 감사인사에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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