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倚門倚閭 <의문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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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의, 문 문, 기댈 의, 이문 려.
의문의려.
"이 어미가 매일 문에 기대어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너도 왕을 섬기는 자로서 어찌 왕이 어디 있는지 모르면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느냐?" 왕손가 어머니의 일화는 이후 섬기는 대상이나 사랑하는 이의 안부를 걱정할 때 인용돼 왔다.
경북 예천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의 부모 심정이 곧 의문의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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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의, 문 문, 기댈 의, 이문 려. 의문의려. 문에 기대어 기다린다는 뜻으로 밖에 나간 자식이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을 표현한 고사성어다. 전한 시대 유향이 전국시대 전략가들의 책략을 모은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얘기다.
중국 춘추시대 때 왕손가(王孫賈)는 일찍 출세해 15세에 제(齊)나라 민왕의 신하가 되었다. 그 어머니는 자식을 몹시 사랑하여 그가 조정에 나갔다 집에 늦게 돌아올 때면 문 앞에서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곤 했다고 한다. 연(燕)나라가 제나라를 침입하자 왕이 황급히 피신했고 왕손가는 왕을 추적했으나 찾지 못했다. 왕손가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어찌하여 왕을 보호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왕손가는 "왕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크게 화를 내며 이런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 어미가 매일 문에 기대어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너도 왕을 섬기는 자로서 어찌 왕이 어디 있는지 모르면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느냐?" 왕손가 어머니의 일화는 이후 섬기는 대상이나 사랑하는 이의 안부를 걱정할 때 인용돼 왔다. 이후 의미가 축소돼 밖에 나간 자식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부모의 간절한 심정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주로 사용된다.
경북 예천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의 부모 심정이 곧 의문의려일 것이다. 고 채 상병의 부모는 그 슬픈 와중에도 해병대에 편지를 보내 "전 국민의 관심과 위로 덕분에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습니다. 진심 어린 국민 여러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가슴 깊이 간직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자식의 죽음은 부모의 수명을 10년 정도 단축시킨다는 말도 있다. 자식을 잃은 슬픔보다 더 큰 고통은 없다고 한다. 감히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겠는가. 고 채 상병의 명복을 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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