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칼럼] `과학`의 신뢰를 위협하는 이공계 교수들
국민 불안을 부추기고, 어민 생계를 위협하는 후쿠시마 괴담에 대한 과학적 해명을 거부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하루 120톤의 오염수를 처리·희석·방류하는 일이 '유례없는 시도'라는 전자공학자도 있고, 생태계의 복잡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학적 안전성'은 용납할 수 없다는 물리학자도 있다. '과학'보다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과학사학자도 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믿지 않겠다는 역학자(疫學者)도 있다. 아쉽게도 모두 서울대의 이공계 교수들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과학계가 분열하고 있다는 어느 일간지의 보도 이후에 시작된 당혹스러운 일이다.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꽃가루의 브라운 운동과 해류의 분산(分散) 기능까지 무시한 부끄러운 '가짜과학'을 뒤늦게라도 해명하겠다는 노력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의 '균열'로 규정해버린 황당한 기사·사설이었다.
자신에게 가짜과학을 분별하는 능력을 기대하지 말아 달라는 기자의 억지가 명문대 이공계 교수들을 자극했던 모양이다.
'과학적 안전'에 대한 이공계 교수들의 인식은 비현실적이다. 현실에서는 아무도 '100% 안전'을 요구하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100% 안전은 비현실적인 꿈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도 위험하고, 가공식품도 위험하다. 심지어 의약품도 100%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100% 안전을 요구하는 세상에서는 인간의 생존이 불가능하다.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상식일 것이다.
과학적 안전은 우리가 현실적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수용하고 있는 '허용 기준'이다. 방류·허용 기준을 비현실적인 이론적 '안전 기준'으로 착각하는 '무지'가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괴담을 만들어낸다. 그런 '무지'가 어설픈 '편견'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염수의 처리·희석·방류가 낯설다는 지적도 황당하다. 서울시도 후쿠시마 방류량의 5만 배나 되는 하루 600만 톤의 하수·오수·폐수를 한강으로 처리·희석·방류한다. 지난 2012년까지는 매일 600만 톤이 넘는 인분·가축분뇨·하수 슬러지를 공해상에 투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하루 120톤의 오염수 방류가 '유례없는 시도'라는 주장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억지일 수밖에 없다. 억지 주장에 답답하기만 하다.
위험커뮤니케이션에서 과학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과학적 사실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절대 아니다. 과학에 대한 신뢰도 결국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
과학적 사실을 빼놓고,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꼼수가 있다는 발상은 위험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완전히 벗어난 억지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처리·희석·방류의 안전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무작정 '국민을 지켜주겠다'는 객기(客氣)만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일 뿐이다. 과학계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10년 전부터 우리 해역의 200곳에서 방사성 오염물질의 유입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 결과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IAEA 보고서에 대한 거부도 도를 넘어섰다. 미국·캐나다·EU는 물론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도 '인간이나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IAEA 보고서의 결론을 인정하고 있다. IAEA 보고서를 알프스의 기술분석서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알프스는 일본이 개발한 첨단 장비가 아니라 단순히 성능·내구성을 강화한 대형 정수기일 뿐이다. 오염수의 수질 분석에 대한 지나친 관심도 문제다. 오염수가 아니라 방류수의 수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학계가 강조하는 것은 후쿠시마 앞바다가 아니라 우리나라 해역의 안전성이다. 2011년 사고 직후 2년 동안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발생한 심각한 방사능 오염이 지난 12년 동안 우리에게 미친 영향은 없었다는 것이 명백한 과학적 사실이다.
그런 사실을 무시한 억지·궤변은 과학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위협하고, 억지 괴담에 힘을 실어주는 엉터리 '가짜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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