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흉기 난동, 혹시 나한테도"…번화가 골목길도 '덜덜'
최근 서울 신림역 인근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뒤 온라인에도 ‘살인 예고’ 글들이 여러 건 게시되면서 시민들이 ‘골목길’을 두려워하고 있다.
27일 오전 수원특례시 팔달구 로데오거리. 유동인구가 많은 수원역과 밀접한 이 거리는 평소 다양한 연령대가 많이 찾는 대표적인 지역 번화가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약 1㎞ 거리에 수많은 음식점과 호프집이 들어선 골목길이 기다랗게 조성돼 있다. 낮밤 할 것 없이 늘 북적이는 장소지만 ‘신림역 사건’이 발생한 이후 시민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수원로데오거리에서 만난 20대 여성 신모씨는 “좁고 어두운 길을 혼자 지나갈 때 ‘언제든 나에게도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한다”며 “특히 요즘에는 부모님도 골목길은 피해 가라고 누차 당부할 정도여서 거리가 멀더라도 일부러 다른 큰 길로 돌아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안양시 만안구 안양1번가 상가 거리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안양역 바로 앞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상권이 발달한 이곳은 안양시를 대표하는 번화가지만 최근 인적이 줄었다.
만안구에서 한 음식점을 운영하는 60대 윤모씨는 “서울에서도 (제 매장이 위치한 곳과) 비슷한 골목길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고 들었다. 혹시나 여기서도 안 좋은 일이 일어날까 무섭다”며 "영업을 끝내고 귀가할 때 이왕이면 사람이 많은 곳, 밝은 곳으로 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신림과 지역 및 생활권이 다른데도 ‘골목’이라는 장소만으로 공포심이 공유되는 이유는 뭘까.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환경이 비슷할 경우 사건이 일어난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피해 사례를 보고 공포감을 느끼는 동조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이나 지자체 등은 ‘우리 지역에서도 모방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안전 우려 지역에 도보 순찰을 강화하거나, 방범 장애물을 추가 설치하는 등 보행자가 안전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위기에 경찰도 지역별 순찰과 현장 조치 강화에 나섰다. 경찰청은 최근 경기남·북부경찰청을 비롯한 전국 지방청에 “긴장을 늦추지 말고 철저히 근무하라”며 순찰 및 현장 조치 강화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의 한 경찰 관계자는 “본청으로부터 최근 일어나는 사건·사고들과 관련해 현장 조치 등 순찰 및 근무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받아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상태”라며 “경찰은 보행자 안전 확보 등을 위해 앞으로도 세심히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림 흉기 난동 사건’은 지난 21일 오후 2시7분께 서울 신림역 4번출구 인근 상가 골목길에서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3건의 ‘살인 예고’ 협박 글이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김건주 기자 g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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