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일부 조항 위헌’ 선거법 개정 시한 넘겨버렸다

이우연 2023. 7. 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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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마련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시한 내 처리가 사실상 불발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장 대안으로 마련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의결을 보류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공직선거법 103조 3항에 대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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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공직선거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마련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시한 내 처리가 사실상 불발됐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등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장 대안으로 마련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의결을 보류했다. 개정안은 일반 유권자도 어깨띠 등 소품을 활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인쇄물·현수막 등 시설물 설치 금지 기간을 현행 선거일 전 180일에서 120일로 단축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공직선거법 103조 3항에 대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조항은 “누구든지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 또는 야유회, 그 밖의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다만, 헌재는 집회나 모임 금지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 또는 야유회’ 개최 금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헌재는 이 조항의 효력을 오는 31일까지로 제한했다. 당시 헌재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시설물을 선거 180일 전부터 설치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90조를 놓고서도 ‘현수막, 그 밖의 광고물을 게시할 수 없다’는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가운데 여야가 이견을 보인 대목은 103조 3항이다. 정개특위 위원장 대안은 현행 이 조항을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의 경우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 및 참가 인원이 30명을 초과하는 집회나 모임의 개최만을 한정적으로 금지한다’고 바꿨다. 5개 형태 모임을 제외하곤 30명까지 집회나 모임을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개정안을 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 재량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왜 30명으로 끊어져야 하는지, 동창회나 다른 5개 열거된 모임은 왜 똑같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인원수와 관계없이 2명만 모여도 금지돼야 하는지, 그 합리적인 기준을 찾아볼 수 없다고”고 했다.

이에 민주당이 헌재 결정에 따른 개정 시한이 이달 말이라는 점 등을 들어 시급하게 법안 처리할 것을 촉구하자, 여야 합의를 종용하던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결국 산회를 선포하면서 개정안 처리가 불발됐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정개특위 위원들은 정회 후 공동 성명을 내고 “김도읍 위원장의 월권과 독단적 법사위 운영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김도읍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을 무시하고 그대로 점심시간을 핑계로 국회를 떠나버렸다”며 “공직선거법 처리 불발의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 말 그대로 뺑소니 의사진행을 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했다.

이에 김도읍 위원장은 “정회 이후 민주당 위원들이 식사하러 갔다고 하길래 회관에 가 있었다. 간사 간 협의뿐만 아니라 원내지도부 간의 결정이 필요하니 원내대표 간에 의견을 물어보라고 얘기했다”며 의사진행을 의도적으로 미룬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이날 있었던 만큼 개정안은 8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헌법불합치 판결이 났다고 하더라도 법안 처리 과정에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며 “가까운 시일 안에 다시 개정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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