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보호구역입니까? 운전자 우선구역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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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오후 부산 북구 백산초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사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부산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4월 영동구 청동초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화물차에 의해 어린이가 사망했고, 5월 해운대구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70대 노인이 사고로 숨졌다.
어린이보호구역의 교통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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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차민서 | 삼강문화재연구원 직원
지난달 19일 오후 부산 북구 백산초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사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보행자 신호등은 꺼져 있었고, 차량용 황색 점멸등만 운영되고 있었다. 백산초 앞 어린이보호구역은 안전장치에 문제가 많은 곳이다. 가파른 경사로로 차들이 쉽게 가속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과속 단속 카메라도 없이 약 3㎝ 높이의 낮은 과속방지턱만 있다. 보행자 신호등은 차량용 황색 점멸등과 공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꺼버렸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전장치를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부산 시내로 진입하는 입구인 백산초 앞은 교통량이 많아 교통체증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편도 1차선의 도로에 경사로까지 가파른 이 곳은교통사고 또한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2017년 백산초 부근에서 70대 노인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로부터 5년이 지나 다시 교통사고로 한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워진 것이다. 어른도 안전하지 않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하교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산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4월 영동구 청동초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화물차에 의해 어린이가 사망했고, 5월 해운대구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70대 노인이 사고로 숨졌다. 이에 부산시는 ‘스쿨존 안전 관리 실태조사’를 실시했지만 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추가 조사 뒤 공개하겠다지만, 아이들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임에도 비공개로 진행하겠다는 부산시의 입장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쳐야 안전할 수 있을까? 부산시는 안전에 눈 감고 방관할 것이 아니라 투명한 행정 처리와 강력한 안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어린이보호구역만큼은 어린이의 보호를 우선시해야 한다. 이런 체계를 만드는 것이 국가 기관이 해야 하는 일이다. 교통의 편의를 사람의 목숨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어른의 편의를 우선하다 일어난 사고를 직시하고 반성해서 이런 사고가 없도록 바꿔야 할 것이다.
어린이보호구역의 교통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라 할 수 없다. 어른이 방관해 일어난 사고이고, 행정이 방관해 일어난 사고이며, 국가가 방관해 일어난 사고다. 교통 편의를 우선시한 어른의 잘못, 민원 발생을 막기 위해 신호등을 꺼버린 행정의 잘못,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국가의 잘못에서 일어난 사고이다.
아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어른의 편의를 우선할 수는 없다. 어린아이의 목숨이, 70대 노인의 목숨이, 선생님의 목숨이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더 이상 아이들을 다치게 하지 말라고, 아이들을 지키고 보호하라고…. 어린이보호구역이 운전자 우선 구역으로 작동하지 않게 어른들이, 사회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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