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방지법 '뒷북 처리' 급급…정쟁으로 얼룩진 7월 임시국회

문창석 기자 2023. 7. 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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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본회의서 법안 72개 통과됐지만…'책임 미루기' 연속
양평고속도로·우주항공청·김영호 등 주요 사안마다 '대충돌'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노트북에 각각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피켓이 붙어있다. 2023.7.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여야가 7월 임시국회에서 한목소리를 내며 각종 민생법안을 처리했다. 겉으로는 모처럼 다툼을 중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재난의 정쟁화에 '네 탓' 책임 미루기까지 한 달 내내 공방으로 얼룩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27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그동안 계류됐던 민생법안 등 72개 법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들은 여야가 이미 처리하기로 합의한 만큼 대부분 만장일치에 가깝게 가결됐다.

최근 피해가 막심한 수해 복구 지원과 재발 방지를 위한 하천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250명 중 찬성 249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여야는 지난 26일 합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수해 관련 법안 통과에 뜻을 모으기로 했다.

하지만 7월 임시국회는 그 뿐이었다. 여야는 여론을 의식해 수해 해결책 마련에 협력했지만 정작 원인은 '네 탓 공방'이었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가 원인이라 주장했고,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대응을 꼬집는 데 집중했다.

7월 국회에서 대표적인 갈등은 '서울-양평고속도로'였다.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며 갈등이 폭발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선동정치'라며 정부를 지원사격했다.

갈등은 원 장관이 현안보고를 위해 출석한 지난 26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극에 달했다. 여야는 26일 오전 10시 회의를 연 뒤 차수 변경을 통해 27일 새벽 1시30분까지 강행군을 이어갔지만 별다른 의혹 해소 없이 정쟁만 벌이다 회의를 마쳤다.

민주당은 27일 국회에 양평고속도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날 정의당도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조사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향후 야권이 연합해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여당과의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다른 상임위원회도 상황이 비슷했다. 지난 26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우주항공청 설립 논의를 두고 여야 대치 끝에 파행됐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신경전을 벌이던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고성을 지르는 상황도 있었다. 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는 27일 첫 회의에서 조직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했지만 위원장을 놓고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개의조차 못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모습. 2023.7.2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지명 직후부터 여야가 격돌했던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마찬가지였다. 김 후보자의 대북관과 사상을 문제삼은 야당과 방어에 나선 여당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끝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159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특별법을 만들기 위한 입법 공청회마저도 반쪽으로 이뤄졌다. 지난 13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측이 '야당이 재난을 정쟁화한다'며 퇴장한 끝에 공청회는 야당 주도로 진행됐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역시 여야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합의해놓고도 27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견 대립 끝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오는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선 개정안을 적용할 수 없게 됐다.

주요 국회 일정뿐만 아니라 현안을 두고도 여야는 상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달 초 여야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여론전을 펴는 과정에서 상대를 향해 '사이비 종교 신봉자', '똥을 먹을 지언정', '괴물', '돌팔이' 등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내며 보기 드문 진흙탕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체불명의 해외 소포 발송 사태와 관련해서도 민주당은 정부 대응을 지적했고 국민의힘은 지난 정부의 국정원법 개정안 통과를 문제 삼았다.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도 여당은 학생인권조례를 문제삼았고 야당은 무책임하다며 대립을 이어갔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를 향해 "15일까지 끝내자"고 요청한 선거법 개정 협상 타결은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김 의장은 지난 4일 "늦어도 8월 말까지 선거법 개정과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했다. 이대로 가면 선거구 획정은 과거 총선처럼 또다시 법정시한을 넘겨 선거일을 1~2개월 앞두고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원내대표에 취임하며 가장 중요하게 말씀드린 게 의회정치 복원이었는데 사실상 나아진 게 없는 것 같아 부끄럽고 답답한 심정"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우리 국회가 조금이라도 제 자리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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