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X됐네"…사라진 파랑새, 트위터 로고의 변천사

테크플러스 이수현 기자 2023. 7. 2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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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P 연합뉴스

지난 7월 24일(현지 시간), 트위터 웹사이트에서 익숙했던 파랑새는 사라지고 알파벳 ‘X’가 새 로고로 등장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로고 변경 계획을 밝힌 지 불과 하루만인데요. 이에 따라 회사 이름과 로고 모두 트위터가 아닌 ‘X(엑스)’로 바뀌게 됐습니다.

X가 된 트위터는 기존의 소셜미디어(SNS) 기능뿐만 아니라 결제와 원격 차량 호출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슈퍼 앱’으로 거듭날 계획이에요. 머스크는 트위터라는 이름, 그리고 파랑새 로고가 140자 단문만 주고받던 시절에나 의미가 있다고 봤습니다. 이제 회사가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슈퍼 앱을 지향하는 만큼 파랑새와 작별을 고해야 할 때라고 말했죠.

영화 <19곰 테드> 속 한 장면 / 출처: 유튜브 캡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트위터’라는 이름과 파랑새는 이름과 로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트위터는 ‘트윗’과 ‘리트윗’ 등의 단어를 일상의 일부로 만들며 큰 인기를 끌었어요. 파랑새는 트위터 그 자체였습니다. 온라인에서는 트위터 이용자들은 파랑새를 합성한 각종 밈(Meme)을 퍼뜨렸는데, 이 사진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국내에서는 파랑새 로고 덕분에 ‘짹짹이’라는 별명까지 얻었고요.

그런데, 머스크가 이 모든 걸 한순간에 지워버렸습니다. 이젠 트위터를 엑스라고 불러야 하는데 아직 입에 붙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무엇보다 트위터의 상징이었던 파랑새를 알파벳 ‘X’로 대체했다는 것에 이용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데요. 이제는 볼 수 없게 된 파랑새를 추억하며, 트위터 로고 변천사를 되짚어 보려고 해요.

트위터 창업자 4인방, 단돈 15달러에 파랑새 캐릭터 구매

트위터의 첫 로고, 공식 서비스 출범 전 로고라 비공식 로고라고 할 수 있겠다. / 출처: 트위터

트위터의 창업자는 잭 도시(Jack Dorsey), 비즈 스톤(Biz Stone),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 노아 글래스(Noah Glass)입니다. 서비스 초기 프로젝트의 코드네임은 ‘twttr’였습니다. 그래서 2005년, 첫 로고도 ‘twttr’를 초록색의 끈적이는 액체 질감으로 디자인한 모양이었어요. 파랑새 로고에 대한 아이디어는 2006년, 트위터가 공식 서비스로 출범하면서 처음 등장합니다.

창업 멤버들은 트위터라는 플랫폼 명칭이 ‘새의 지저귐’이란 뜻을 가진 만큼 새를 로고로 쓰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온라인 상업용 이미지 전문 웹사이트 ‘아이스톡(iStock)’에서 파랑새 그림을 15달러를 주고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이 새에게 ‘래리(Larry the Bird)’라는 이름을 붙였죠. 래리라는 이름은 창업자 중 한 명인 비즈 스톤이 미국 프로농구(NBA)의 전설적인 선수 래리 버드(Larry Bird)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해요.

트위터 로고 변화 / 출처: 뉴욕타임스

1기 파랑새는 당시 일본에 거주 중이던 영국인 그래픽 디자이너 사이먼 옥슬리(Simon Oxley)의 작품이었습니다. 파랑새가 나무에 앉아 있는 모양으로, 지금의 로고보다는 조금 더 그림 같은 형태였죠. 당시만 해도 원작자인 옥슬리는 트위터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는 “트위터라는 회사가 내 그림을 로고로 사용한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며 “당시에는 트위터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밝혔죠.

큰 눈에 앞머리 세운 파랑새까지…시행착오 많았던 트위터 로고

2010년의 파랑새(좌측)과 2012년부터 현재의 파랑새(우측) / 출처: 지디넷

지금의 파랑새를 만나기까지 트위터는 꽤 많은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1기 파랑새가 로고로서 역할을 한 건 3년밖에 되지 않아요. 창업 멤버 중 한 명이었던 비즈 스톤은 기존 파랑새 이미지에 날개와 크고 흰 눈, 날카로운 꼬리를 추가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디자이너 필립 파스구쪼(Philip Pacuzzo)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게 2009년의 로고였죠.

하지만 해당 로고는 1년이 채 안 돼 다시 수정 작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두 사람은 한 차례 로고를 간소화합니다. 그렇게 2010년에는 현재의 파랑새와 가장 유사하지만, 앞머리를 세운 파랑새 로고가 탄생해요. 하지만 이 로고도 2년밖에 가지 못했습니다.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한 모습의 새가 되기 위해서는 조정이 필요한 상태였어요.

15달러였던 파랑새는 수백억대 몸값인 트위터의 상징으로

최종 로고는 가장 간소화된 모습이지만, 수많은 원형을 겹쳐 그린 섬세한 디자인이다. / 출처: 마틴 그레서 트위터

“트위터는 래리고 래리는 곧 트위터다” 지난 2012년, 트위터가 새로운 로고를 발표하면서 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던 더그 바우만(Doug Bowman)이 한 말입니다. 그리고 그의 말은 현실이 됐죠. 2012년부터 최근까지 사용됐던 가장 익숙한 파랑새 로고는 더그 바우먼과 디자이너 마틴 그레서(Martin Grasser)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로고 자체는 그동안의 파랑새 중 가장 간소화된 모습이지만, 사실 그 어느 때보다 섬세한 작업이 들어갔다고 해요. 15개의 원이 서로 겹치면서 새의 부리, 머리, 날개, 가슴 등의 곡선을 형성했습니다. 특징적인 건, 이전 파랑새들보다 더 위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에요. 마치 트위터가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할 것이란 포부를 보여주는 듯했죠.

실제로 새로운 파랑새 로고와 함께 대지에서 날던 트위터는 하늘을 향해 비상하기 시작합니다. 2013년, 트위터는 뉴욕 증시 상장 첫 거래에서 당시 최대 SNS 페이스북의 주가를 추월하며 순조로운 시작을 알립니다. 이로 인해 트위터의 시가총액은 순식간에 320억 달러를 넘어서죠. 단돈 15달러 파랑새가 시가총액 수백억 달러의 몸값을 가진 트위터 그 자체가 된 겁니다.

못 말리는 머스크의 X 사랑은 상징 파괴로…파랑새의 희생, 헛되지 않길

트위터 본사에 'X' 로고가 영사돼 있다. / 출처: 일론 머스크 트위터

파랑새 로고는 트위터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파랑새는 없고, 그 자리를 ‘X’ 로고가 대신하고 있죠. 테슬라의 모델 X부터, 스페이스 X, 트위터를 인수할 때 세운 법인 ‘X 법인(X.Corp)’까지. 일론 머스크의 못 말리는 X 사랑은 유명합니다. 어쩌면 이런 그의 X를 향한 집착이 트위터의 ‘파랑새’ 지우기로 이어진 듯한데요.

이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트위터 본사에서는 기존 로고 간판이 철거된 채, 거대한 ‘X’ 로고만 남아 있습니다. 파랑새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머스크가 SNS ‘X’를 슈퍼 앱으로서 제대로 이끌어나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테크플러스 이수현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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