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칼럼] 이상민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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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2년 차면 보인다.
선거 때의 과도한 흥분과 실망이 가라앉으면서 정권의 실체가 확연히 드러난다.
구차해도 전임 정권을 한 번 더 걸고 넘어가자.
윤 정권의 2년 차는 앞으로 어떤 긍정적 변화와 성과도 자칫 헛되게 만들 여러 부정적 이미지를 과감히 끊어내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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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기각은 이 정권에 호재 아닌 악재
이 장관은 윤 정부 정체성의 상징 인물
성과도 가리는 부정적 이미지 끊어내야
집권 2년 차면 보인다. 선거 때의 과도한 흥분과 실망이 가라앉으면서 정권의 실체가 확연히 드러난다. 그래서 이즈음의 지지율은 지표가 된다. 대체로 이후 비슷한 수준에서 진동하기 때문이다. 통례상 극적 반등은 없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30%대 지지율에 갇혔다. 국정이 동력을 받으려면 40%는 돼야 하는 데도.
범보수층 시각으로 보자면 윤 정부의 지향과 성취는 평가할 만한 것들이 꽤 된다. 대미·대일 관계 개선을 통해 대북정책과 안보체계를 전면적으로 전환하고, 굴욕적 대중관계를 정상관계로 회복하려는 노력은 속이 후련할 정도일 것이다. 강성 노동운동 세력을 제어하고 자유민주주의 기반의 국가정통성을 복원하는 시도들도 마찬가지다. 그토록 미웠던 전 정권에 대한 완전한 되치기여서 그들 입장에선 크게 반길 만한 성과들이다. 한데 지지도는 왜 이 모양인가.
왠지 모를 일은 갈수록 짙어가는 기시감이다. 구차해도 전임 정권을 한 번 더 걸고 넘어가자. 그들은 공정 정의를 표방했으되 주변의 불공정과 불의에 눈감고, 통합을 약속했으되 도리어 피아 구분에 따른 분열과 적대를 정치동력으로 삼았다. 불통과 내로남불, 독선적 권위주의 같은 것들이 허구한 날 정부 여당에 쏟아지던 비판이었다. 추구하는 정책과 가치보다 정서적 염증이 끝내 정권을 넘겨주는 결과를 불렀다.
놀랍게도 대부분 비판이 현 정부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들이다. 더욱이 윤 대통령의 출마 명분이 ‘법치와 상식, 공정의 회복’이었다. 사실은 이게 촛불시위의 본질이었으되 전 정권 5년 동안 도리어 후퇴했거나 유예된 가치다. 제 식구 챙기기나 대통령 부인의 부적절한 해외처신 같은 것도 더는 전임을 뭐라 하지 못할 지경이 됐다. 요컨대 이념적·정책적 지향은 바뀌었으되 정치 행태와 문화는 고스란히 온존돼 있는 것이다. 그렇게 적폐를 답습하는 사이 전 정권에서와 똑같이 실망한 중도, 온건보수층이 이탈한 결과가 지금의 지지율이다.
이제야 본론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여러모로 윤 정부에서 상징성을 갖는 인물이다. 윤 대통령과 학연으로 얽힌 법조인 출신에 아빠찬스 의혹, 위장전입, 부당변호 논란 등이 불거져 청문보고서조차 채택되지 못한 상태로 강행 임명된 케이스다. 재임 초부터 ”경찰 쿠데타“ 따위의 거친 발언으로 윤 정부의 돌격대장 이미지를 얻었다. 무엇보다 이태원 참사 당시의 한가한 처신, 책임회피성 발언 등은 정부 핵심관료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의심케 하는 계기가 됐다. 더욱이 국민 분노가 들끓는 와중에 대통령이 ”고생 많았다“며 그를 격려한 장면은 이 정권의 부정적 측면을 더 두드러져 보이게 만들었다.
말할 것도 없이 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청구 기각결정은 장관으로서의 적합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 엄격한 탄핵요건에 따른 건조한 법적 판단일 뿐이다. 정치적, 도의적으로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음은 분명하게 지적됐다. 이 결정을 놓고 “(야당은) 무리한 탄핵으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반응할 건 아니란 얘기다. 아무 일 없는 듯한 그의 업무복귀는 그래서 이 정권에는 호재 아닌 악재다.
윤 정권의 2년 차는 앞으로 어떤 긍정적 변화와 성과도 자칫 헛되게 만들 여러 부정적 이미지를 과감히 끊어내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 단초의 하나가 상징성을 갖는 이상민 문제의 정리다. 사퇴든 교체든 이 사안의 처리가 정권의 혁신 가능성을 가늠하는 첫 척도가 될 것이다. 탄핵이 기각된 터여서 도리어 대야 관계에 적지 않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까지 염두에 두면 답은 자명해진다. 그게 제대로 하는 정치다.
이준희 고문 jun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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