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항공기-북 포탄 맞교환? 윤 편향외교 반작용 ‘군사밀착’

이제훈 2023. 7. 2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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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북한, 27일 저녁 8시부터 대규모 ‘전승절’ 열병식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북한이 ‘조국해방전쟁 승리(전승절) 70돌’이라 부르는 정전협정 70돌을 기념해 국방성 주최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2023’ 전시장에 세르게이 쇼이국 국방장관을 포함한 러시아 군사대표단과 함께 방문해 “신형무장장비들을 돌아봤다”고 노동신문이 27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 동맹 강화와 중국, 러시아를 겨냥한 가치 외교로 한-러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협력을 고리로 밀착하고 있다. 특히 북·러가 국방 분야 “견해 일치”를 강조하면서, 협력 정도에 따라 한반도 주변 정세가 다시 긴장과 갈등으로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 노동신문은 27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6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등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만나 “국방안전 분야에서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과 지역 및 국제 안보 환경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교환했으며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보도했다. 쇼이구 장관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임에도 북한이 전승절로 부르는 정전협정 체결(1953년 7월27일) 경축행사에 참가하려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쇼이구 장관 등 러시아 군사대표단과 함께 북한 국방성 주최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2023’ 전시장을 찾아 “신형 무장장비들을 돌아봤다”고 덧붙였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는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과 지금껏 공개된 적이 없는 대형 무인정찰기 등이 담겼다. 쇼이구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한테 전했고, 김 위원장과 쇼이구 장관은 서로 선물을 주고받았다. 신문은 북·러가 이날 국방장관회담을 열어 “두 나라 군대들 사이의 전투적 우의와 협조를 확대발전시키는 데 완전한 견해 일치를 보았다”는 소식도 전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26일 만나 “국방안전 분야에서 견해 일치”를 이뤘으며 ‘무장장비전시회-2023’을 함께 둘러봤다고 ‘노동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주목할 대목은 김 위원장이 ‘혈맹’인 중국의 당정대표단보다 푸틴의 최측근인 쇼이구 장관이 이끄는 러시아 군사대표단에 더 공을 들이는 듯한 모습이다. 노동신문은 전체 6개 면 가운데 1·2·3·5면을 러시아 군사대표단 관련 소식으로 채운 반면,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이 이끄는 중국 당정대표단 소식은 2·6면에 실렸다. 질과 양 모두 러시아 쪽의 비중이 높다.

관심은 북·러가 어떤 부분에서 “완전한 견해 일치”를 이뤘는지에 쏠린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탓에 군수물자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첨단 무기가 아니라도 포탄 등 북한의 군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북한은 전부터 러시아에 △첨단 탄도미사일 기술 △항공기 △방공 무기 등의 지원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러가 서로가 절실한 부분에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군사·외교 소식통은 한겨레에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탄도미사일 기술을 지원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다만 항공기와 방공 무기를 제공할지는 지켜볼 문제”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1990년 한-소 수교 이후 지금껏 30년 넘게 북한에 공개적·공식적으로 무기를 지원한 적이 없다. 역대 한국 정부가 한-러 협력을 고리로 북-러 군사협력을 견제·제어한 영향이 컸다.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 등 군수 지원과 함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자치지역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 등의 재건 인력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견해 일치”가 군수물자일 가능성에 촉각을 세웠다. 외교부는 27일 “정부는 관련 동향을 계속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하는 북한과의 불법 무기 거래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6일(현지시각) 정례 회견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도움을 받으려고 다른 나라들을 접촉하고 있다”며 “그가 북한과 접촉하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7일 0시 ‘조국해방전쟁 승리 70돌 경축 대공연’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군사대표단장(국방장관), 리홍중 중국 당정대표단장(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 부위원장) 등과 함께 관람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 오른쪽이 쇼이구 장관, 왼쪽이 리홍중 부위원장이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한-미 동맹 다걸기 외교와 가치 외교를 앞세운 러시아 자극 행보의 결과가 북-러 사이의 직접적인 국방, 군사 밀착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으로 우리가 강력히 연대해 함께 싸워나간다면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친우크라이나-반러시아’ 태도를 거듭 확인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학살 혹은 전쟁법규에 대한 심각한 위반 등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인도주의적 혹은 재정적 지원만 하는 것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시사하기도 했다.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그 나라(한국) 국민이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북한의 손에 있는 것을 볼 때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고 반발했다. 한·미·일 공조 강화로 압박을 느낀 북한은 “로씨야(러시아) 군대와 인민과 언제나 한 전호(참호)에 서 있을 것”이라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담화(1월27일) 등 ‘친러’ 방침을 거듭 밝혀왔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27일 ‘조국해방전쟁 승리 70돌 경축 대공연’ 관람에 앞서 중국 당정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한 리홍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 부위원장을 만나 “언제나 중국인민과 손잡고 나아갈 것”이라 밝혔고, 리 부위원장은 시진핑 중국공산당 중앙위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친서를 김 위원장한테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여러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겨레에 “윤석열 정부의 국익을 외면한 편향 외교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북핵 문제 대응 등 한국의 안보에 굉장히 심각한 상황 전개”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밤 8시부터 김일성광장에서 전승절 70주년 열병식 행사를 대규모로 연 것으로 알려졌다.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나 김 위원장의 연설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김 위원장은 27일 ‘조국해방전쟁 승리 70돌 경축 대공연’ 관람 전인 26일 밤 리훙중 부위원장을 만나 “언제나 중국 인민과 손잡고 나아갈 것”이라 밝혔다. 리 부위원장은 시진핑 중국공산당 중앙위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친서를 김 위원장한테 전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북한이 ‘조국해방전쟁 승리(전승절) 70돌’이라 부르는 정전협정 70돌을 기념해 국방성 주최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2023’ 전시장에 세르게이 쇼이국 국방장관을 포함한 러시아 군사대표단과 함께 방문해 “신형무장장비들을 돌아봤다”고 노동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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