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긴축 끝낼때마다 신흥국에 '뭉칫돈'… 韓증시도 탄력 기대감
◆ 美 긴축종료 신호 ◆
미국의 금리인상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투자시장에 큰 변화가 불어닥칠 전망이다. 과거에도 미국 금리 정책이 변곡점을 지날 때마다 자산시장이 요동치곤 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와 자금시장만 해도 작년 6월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 이후 일대 혼란을 겪은 경험이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작년과는 반대로 긴축이 마무리되면 외국인 자금 유입 등 증시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 신흥국 증시로 유입되었던 자금 추이를 보면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고 정책 금리가 안정기에 접어들 때 자금 유입이 가장 활발했다.
27일 IMF·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부동산 버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2006년 6월 끝나면서 이때부터 2007년 8월까지는 365억달러가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에 유입됐다. 이는 직전 금리인상기(2004년 6월~2006년 6월) 유입액 228억달러보다 크다.
연준이 경기 둔화 우려로 긴축을 끝낸 2018년 12월에서 2019년 6월까지의 금리유지기에도 신흥국엔 426억달러가 유입됐다. 이 역시 금리 인상기나 인하기보다 많은 액수다.
권도현 국제금융센터 자본유출입분석부장은 "과거 연준의 금리 인상이 종료되고 고점이 유지된 기간 중에 신흥국으로 자금이 크게 유입되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번에도 신흥국 금리인하 여력, 양호한 성장전망, 수급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작년 3월부터 가파르게 금리를 올려 글로벌 자금이 대거 북미로 향했던 점을 감안하면 향후 신흥국 재유입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이미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환율 하락과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한국 증시에서 10조5000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를 더 늘릴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시장의 경우 과거 사례보다 최근 우호적인 환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2022년까지 3년 동안 외국인들은 62조3000억원을 순매도했다"면서 "매도 규모를 감안하면 순매수 여력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20년 초 증시에서 38.9%까지 올라갔던 외국인 비중은 지난달 말 32.1%에 불과하다.
2006년에서 2007년 사이엔 외국인들이 폭발하는 중국증시를 담기 위해 한국 비중을 줄인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달리 중국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최근 1~2년간 이어진 미국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선진국 투자자들이 중국 투자 비중을 줄이고 한국, 일본, 인도 등 타 아시아 국가 비중을 늘리고 있는 점도 우호적이다.
실제로 글로벌 연기금 등 투자자들이 신흥국 주식 펀드 내에서 중국 비중을 줄이는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한국의 투자 비중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 중에서도 장기 투자 성향이 높은 싱가포르 국부펀드와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위험 자산 배분을 늘리면서 상반기 한국 주식 매수를 늘렸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이 금리인상을 마무리한 이후 닷컴 부동산 등 경제 거품이 터지면서 증시가 급락하기도 했다.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더라도 경기가 반등하지 못하거나 기업 실적이 부진할 경우 자본시장에 호재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미국 긴축 마무리 시점에 반도체 기계 등 한국 주요 업종 실적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국가별로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은 산업재, 경기소비재의 실적 개선으로 신흥국 중 유일하게 전체 주당 순이익(EPS)이 상승하고 있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 신흥국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 중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EPS가 최근 한 달 새 58% 늘어나는 등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기아 등 대형주들의 이익 예상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적자를 발표한 2분기 이후 반등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분기 최악의 실적을 받아든 이후엔 오히려 주가가 반등했고 2분기 실적 발표 이후엔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다만 외국인 매수세와는 별개로 기관이나 개인의 자금 유입이 지지부진하면 증시 상승 동력은 예상보다는 약해질 수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해도 고금리 상황이 얼마나 길어지는지에 따라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질 수 있고, 국내에선 쏠림 현상이 극심했던 주가 지수가 균형을 되찾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물가 지표와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경제 지표를 잘 살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에 대해서는 국내 자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김제림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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