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금리인상 가능" 파월 포커페이스에도 … 시장은 안속았다
◆ 美 긴축종료 신호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6일(현지시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금리를 5.5%(상단 기준)까지 인상한 가운데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시종일관 모호한 태도를 내비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시장의 관심사였던 긴축 종료 시점과 관련해 어떠한 힌트도 주지 않으며 차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을 미약하게 열어뒀다.
그러나 시장은 연준이 기대 인플레이션 악화를 우려해 전략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해석하며 이번 금리 인상을 끝으로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다만 파월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는 선을 그은 만큼 시장은 내년에도 4~5%대 고금리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미 경제방송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9월 회의에서 다시 금리를 올리거나, 동결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9월 회의까지 8주가 남았다. 우리는 데이터를 통해 모든 것을 살펴보고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FOMC 기자회견 때마다 물가·고용지표 등 데이터를 보고 금리 인상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던 파월 의장의 기존 방침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발언이다.
파월 의장은 시장의 '긴축 종료' 기대를 키웠던 6월 물가지표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는 예상보다 약간 나은 변화를 보였으나, 단지 한 달의 데이터일 뿐"이라며 "우리는 더 많은 데이터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6월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3%로 2021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또 파월 의장은 향후 금리 인상 여부뿐만 아니라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다만 종전대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9월 FOMC 회의 전후로 불확실성이 크다. 그 다음해는 말할 것도 없다"며 "편하게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때 내릴 수 있겠지만, 올해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 내년이 돼야 금리 인하를 고려해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그는 "2025년까지 인플레이션율이 2%에 도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인플레이션율 목표치가 2%인 만큼, 금리 인하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장은 향후 금리 경로에 모호함으로 일관한 파월 의장 발언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개선된 물가지표와 고용 시장의 점진적 둔화 추세를 고려할 때 연준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보다 동결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 시장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 참여자들은 9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0%로 보고 있다. 11월과 12월 회의에서도 현재 수준(5.25~5.5%)으로 동결된다는 전망이 65.7%, 61.2%로 우세하다.
파월 의장이 기대 인플레이션 악화를 의식해 전략적으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완화적 메시지를 주면 시장이 이를 반영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일부러 금리 인상 여지를 뒀다는 것이다. 프랜시스 도널드 마누라이프투자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파월 의장은 시장이 금리 인하 전망을 선반영해 인플레이션에 다시 불을 붙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위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은 올해 남은 기간 금리가 동결되고 연준이 내년부터 인하를 시작해도 4~5%의 고금리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내년 3월 첫 금리 인하를 시작해 연말께 4.25%까지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6월까지 기준금리가 5% 이상일 확률은 67.2%에 달한다.
고금리 정책이 지속되면서 미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닥칠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뇌관은 최근 크게 냉각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다. 상업용 부동산의 대출 만기가 돌아와도 고금리 부담을 견디지 못해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중견 종합금융그룹 스티펄의 빅터 니시 공동사장은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자회사 KBW 자료를 인용하며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대출 만기 연장 실패로 연착륙이 아닌 경착륙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로존 역시 긴축 기조를 이어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7일 기준금리와 예금금리를 4.25%, 3.75%로 각각 0.25%포인트를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ECB가 지난달까지 8회 연속 금리 인상을 한 데 이어 이달에도 긴축 기조를 이어간 것은 유로존 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 역시 전년 대비 5.5% 상승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최현재 기자 / 뉴욕 윤원섭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일본 이어 떠오르는 여행지…예약 140% 늘어난 곳은 - 매일경제
- 17억 아파트옆에 ‘빈집’ 수십채...서울 황금입지 18년째 멈춘 사연 [매부리레터] - 매일경제
- [단독] “학교 쑥대밭 만들고 줄행랑”...입장문 낸 주호민에 엄마들 분노 - 매일경제
- “학대의도 없었다”…주호민에 고소당한 특수교사 공개한 경위서 보니 - 매일경제
- ‘대박예감’ 신형 싼타페, 벌써 쏘렌토 이겼다…기대작 1위, 선호도 2배↑[최기성의 허브車] -
- 美긴축 끝낼때마다 신흥국에 '뭉칫돈'… 韓증시도 탄력 기대감 - 매일경제
- 에코프로 포스코 ‘널뛰기’, 개미들 잠 못자는데…증권사만 신났다 - 매일경제
- “이게 한국 스타일이야”…와인들고 베트남 가는 신동빈 - 매일경제
- “나만 안 산줄”...뒤늦게 산 주식 30%씩 쭉쭉 빠져, 지옥 문앞에 - 매일경제
- 日 “한국야구 보물 이정후, 충격적인 시즌 아웃”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