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 제품 증산·메모리 재고는 축소 …'반등효과' 극대화
반도체 4.3조원 적자 냈지만
재고 조정 후 점진적 회복세
AI반도체 라인업 이례적 공개
디스플레이는 XR 수요 공략
갤럭시Z5 출시 쌍끌이 효과
"폴더블폰 리더십 더 공고히"
◆ 삼성전자 2분기 실적 ◆
삼성전자가 최악의 반도체 불황 터널을 지나고 시장 반등기를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가치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선점을 위해 박차를 가한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지속 감산과 더불어 차세대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내놓으면서 투트랙 전략으로 업턴(Upturn·경기 반등)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2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4조36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 1분기 영업손실(4조5800억원)에 비하면 적자 폭이 줄어드는 등 바닥을 지났다는 신호가 감지됐다.
특히 DDR5와 HBM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용 제품 수요가 늘면서 삼성전자의 D램 출하량은 전망치를 상회했다. 그간 발목을 잡았던 재고도 지난 5월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락)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 콜에서 "서버 고객사의 구매 수요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면서도 "고객사 재고 조정이 상당 수준 진행된 PC와 모바일 등 소비자향 수요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경기 반등 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차세대 전략 제품 출시에 대한 계획을 이날 구체적으로 밝혔다.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신제품 라인업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양산을 시작한 HBM3의 다음 세대인 HBM3P 24Gb 제품을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처음 밝혔다. 또 HBM 외에도 AI용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일반 D램을 고용량으로 늘린 32GB DDR5 제품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서버뿐 아니라 스마트폰 등 개별 제품용 AI 메모리 개발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2024년 말 양산을 목표로 저전력 차세대 D램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AI를 데이터 서버가 아닌 기기 자체에서 구현하는 방식에 특화된 제품이다.
D램뿐 아니라 낸드도 강화한다. 고용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64TB 서버용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차세대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 대응할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차량용 메모리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오토모티브 메모리 시장은 금액 기준으로 향후 5년간 연평균 30% 중후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실제 오토모티브 메모리 수요는 빠르게 증가해 2030년 초에는 PC 응용보다도 더 큰 사업 기회가 될 것으로 보여 관련 사업 경쟁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HBM3, DDR5 등 고부가가치 신제품 출하 확대가 수익성 개선의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라면서 "4분기에는 1년 만에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5월 29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하기로 한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문 기업 '이매진(eMagin)' 인수 작업을 올해 말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래 성장동력인 확장현실(XR)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설명이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이번 인수의 가장 큰 목적은 미래 성장 동력인 XR 기기 시장에 대한 기술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XR 기기가 대중화하면 일상에 스마트폰을 능가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매출 40조2100억원, 영업이익 3조8300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보다 수익성이 소폭 악화됐다.
이 가운데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2분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작 효과' 감소로 전 분기와 비교해 매출이 줄었다. MX와 네트워크사업부의 2분기 매출은 연결 기준 25조5500억원, 영업이익은 3조4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9.7%, 영업이익은 22.8% 각각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감소 추세 속에 올해 초 출시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3의 신제품 효과가 2분기 들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회복이 지연되면서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삼성전자는 전날 공개한 프리미엄 폴더블폰 판매를 확대하는 한편 상위 모델 판매를 강화하는 '업셀링' 전략으로 매출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제품 완성도를 높이고 차별화 경험을 강화한 갤럭시 Z플립5, Z폴드5를 다음달 본격 출시해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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