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억짜리 부산 오페라하우스 부실 시공으로 건설 중단
3천억원이 들어가는 부산 북항 오페라하우스가 부실시공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시공사와 감리단을 지도·감독하는 부산시 건설본부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시공사에 공사비를 계속 부당 지급한 데다 기술자문위원회 위원을 엉터리로 구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27일 “부산시의회 감사 요청에 따라 지난 1~4월 부산 북항 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 시공사·감리단·발주처를 대상으로 시공, 계약·안전, 설계, 자문위원회 등 4개 분야로 나눠 특정 감사를 했더니 12건의 위법·부당한 사항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주 시공사인 에이치제이중공업(HJ중공업)은 설계도에 따라 급수·급탕·공조냉난방용 스테인리스강관 용접을 2만5146곳에 고강도·고품질 특수용접 방식으로 해야 하는데도, 지하기계실 구역만 특수용접 방식으로 처리했고, 나머지 구역에는 발주처인 부산시 건설본부 승인 없이 피복 아크용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위원회는 “에이치제이중공업이 자료 제출을 거부했으며 부당이익금을 1억여원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또 에이치제이중공업은 이번 감사 기간 이전 균열관리대장에 관리하고 있던 858개 균열 가운데 720개(84%)의 균열 원인을 조사하지 않았다. 감사 기간 벽체·바닥 주요부위 104건 균열이 추가로 확인됐다. 에이치제이중공업은 2019년 12월~2020년 3월 지하층 골조 거푸집 공사 일부를 부산시 건설본부로부터 하도급 승인을 받지 않은 미등록업체에 맡겨 불법 시공을 하도록 했다.
공동 시공사인 ㅎ사는 오페라하우스 소방시설공사를 하면서 옥내소화전·스프링클러·연결송수관 설비에 설계도에 따라 소방 분기배관인 배관이음쇠티를 설치해야 하는데도 지난해 12월까지 부산시 건설본부 승인 없이 저렴한 분기배관을 임의 시공했다. 감사위원회는 “이를 통해 13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감리단은 시공사가 보고한 오페라하우스 파사드(건축물의 주된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 설계도서(트위스트 공법) 검토 결과에 대해 별도의 기술적 검토를 하고 추가 검토와 보완 지시 등을 하지 않고 부산시 건설본부에 전달만 했다.
부산시 건설본부도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 건설본부장은 시공사·감리단·일부 자문위원이 4차 시공자문단회의에서 스마트노드 공법에 보완 의견을 제기하자 시공자문위원회 회의를 임의로 중단해 공법검증 기술자문위원회를 다시 구성·운영하게 하여 오페라하우스 공사가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부산시 건설본부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건설기술 업무 관련 4급 이상 기술직렬 공무원’을 공법검증 기술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해야 하는데도 규정에도 없는 당연직을 만들어 부산시 행정부시장·문화체육국장·시의원 등 3명을 위촉했다. 또 공법검증 기술자문위원회는 파사드 공법 3개 가운데 트위스트 공법은 빼는 것에 만장일치 합의했으나 부산시는 3개 공법을 모두 검증한다고 자문위원회 명의로 발표했다.
한상우 감사위원장은 “감사위원회 처분에 따라 현재 40% 공정률을 보이는 오페라하우스 공사는 부적절하게 시공된 부분을 정상화할 때까지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부실시공을 조기 발견해 원상회복 조처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실 시공한 시공사들을 감사위원회가 직접 처분할 수가 없는 데다 부산시 직원 3명만 경징계하라는 처분을 내려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북항 오페라하우스는 부산역 앞 북항 재개발 1단계 구역 안 해양문화지구 2만9542㎡에 지하 2층, 지상 5층, 연면적 5만1617㎡(대극장 188석. 소극장 300석) 규모로 들어선다. 애초 롯데그룹이 기부한 1천억원으로 지으려 했으나 파사드 공사 지연·수익성·공사비 분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지면서 공사비가 3050억원까지 늘었다. 2026년 10월 준공 목표로 한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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