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확인했다"…'실적 부진' 전자업계, 하반기 반등 나설까
디스플레이·부품, 1분기보다 실적 개선…하반기 바닥 탈출 '무게'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글로벌 경기 침체로 IT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자 업체들이 어김없이 올해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냈다.
다만 전자 관련 업황이 상반기에 바닥을 찍었고, 하반기부터는 차츰 수요가 회복되면서 실적이 개선되는 등 '바닥 탈출'이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전자 관련 업체들은 업황 반등에 대비해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 등 채비에 나선 모양새다.
반도체, 아직은 적자지만…손실폭 축소에 하반기 실적개선 기대감↑
27일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천68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5.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 역시 22% 넘게 줄었다.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의 부진 때문이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2분기 적자만 해도 4조3천600억원에 달한다. 반도체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상황은 전날 2분기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손실은 2조8천821억원이다.
양사의 상반기 반도체 적자만 15조원이 넘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1분기에 비해 2분기 적자 규모가 줄어든 데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DS 부문 영업적자는 4조5천800억원으로, 2분기 들어 적자 규모가 2천200억원 줄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3조4천23억원) 대비 영업 손실 규모를 15% 줄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던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지난 5월을 기점으로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에 진입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산 효과는 하반기 들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단 추가 감산을 기정사실화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 모두 선별적인 추가 생산조정(감산)을 진행 중"이라며 특히 낸드의 감산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낸드 감산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제품의 감산 규모를 5∼10% 확대한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도체 업체들의 자구 노력에 덧붙여 하반기 들어 글로벌 IT 수요와 업황의 점진적 회복이 예상된다. 당장 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반도체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인다.
즉 감산 효과 본격화에 따른 메모리 재고 개선, 반도체 시장 활성화가 맞물리며 하반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4분기부터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업체들은 업황 반등 현실화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메모리 포트폴리오를 고부가가치·고용량 제품 중심으로 최적화해 고성능 서버와 프리미엄 모바일 제품 분야에서 DDR5, LPDDR5x, HBM 등 D램 첨단 제품의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전사 투자를 전년보다 50% 이상 축소한다는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고용량 DDR5와 HBM3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는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LG전자는 불황을 뚫고 비교적 호실적을 냈다. 2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2.7% 증가한 19조9천984억원으로 2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 반영에 작년 동기보다 6.3% 감소한 7천419억원으로 집계됐다.
LG전자는 "자동차 부품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 및 TV 성수기 적기 대응을 통해 실적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며 "원가 개선, 효율적 자금 집행 등 수익성 중심 사업 운영으로 영업이익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스플레이·부품업계도 하반기 '바닥탈출' 전망
디스플레이 업계도 수요 부진으로 바닥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영업손실 8천815억원을 기록하며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다만 1조98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1분기보다는 손실 규모가 줄었다. 출하 확대와 원가 혁신, 재고 관리 강화, 운영 효율화 등 비용 감축 활동에 나선 결과다.
매출도 4조7천38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5.5% 감소했으나, 1분기의 4조4천111억원보다 7.5% 증가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전방 산업 재고 조정이 상반기에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보고 오는 4분기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 TV, PC 등 전방 산업 수요 위축에 전자 부품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도 실적이 부진했으나, '바닥 탈출'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전기의 2분기 영업이익은 2천50억원으로 작년 동기의 3천601억원보다 43% 감소했다. 다만 전 분기의 1천401억원보다는 46% 증가했다.
매출은 2조2천205억원으로 전 분기의 20조218억원과 비교하면 10% 늘었다.
회사 측은 하반기에 주요 부품 재고 축소, 전장 부품 수요 증가 등에 따른 실적 개선을 전망했다.
LG이노텍의 2분기 영업이익은 184억원으로 작년 동기의 2천899억원보다 93.7% 급감했으나, 매출은 3조9천72억원으로 5.5% 증가했다.
스마트폰용 고부가 카메라모듈 공급 비중 증가, 차량 조명모듈 및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전기차용 파워 부품 공급 확대로 매출이 늘었다.
LG이노텍은 "2분기는 비수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고물가 여파로 인한 전방 IT 수요 약세가 지속돼 수익성이 감소했다"며 "하반기에는 고객사 신모델 부품 공급이 본격화하며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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