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가 갈랐다 … KB금융, 신한 앞질러 1위 수성
KB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 사상 최고 수준의 충당금을 쌓고도 총 9조원이 넘는 견실한 이익을 거뒀다. 높은 수준의 손실완충능력과 이익 창출이 양립 가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손해보험을 앞세운 KB금융이 상반기 리딩뱅크 지위를 굳혔다. 은행만 놓고 보면, 만년 3위 하나은행이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신한은행 실적을 넘어선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신한은행, 제주은행 등 신한금융 계열 은행 합산 실적을 뛰어넘어 2위 자리를 굳혔다.
신한 하나 우리금융은 27일 실적 발표를 통해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각각 2조6262억원, 2조209억원, 1조538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25일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2조9967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4대 금융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9조1824억원이었다. 4대 금융 당기순이익은 올 1분기 총 4조6026억원에서 2분기 총 4조5798억원으로 0.5% 줄었다. 하지만 4대 금융은 신규 충당금 규모를 올 1분기 총 1조7338억원에서 2분기 총 2조1904억원으로 늘렸다. 충당금 전입 전 이익창출력을 유지하면서 손실흡수능력은 늘린 것이다. 4대 금융 상반기 충당금 신규 전입액 규모는 총 3조9242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수준이다.
4대 금융지주 사업 부문별로 볼 때, 비은행 부문이 올 상반기 순위를 갈랐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을 보면, KB금융은 KB손해보험(5252억원), KB증권(2496억원), KB라이프생명(2157억원), KB국민카드(1929억원) 등이 고른 실적을 나타냈다. 반면 신한금융은 신한카드(3169억원), 신한라이프(3117억원), 신한투자증권(2419억원)이 선전했지만, 손보사인 신한EZ손해보험(-11억원)의 열세를 만회하지 못했다. 하나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 이익이 미미해 KB 신한금융과는 현격한 격차를 보였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 취임 직후인 2015년, 그룹 지배구조를 쇄신할 것을 약속하고 사외이사 전원 사퇴라는 결단까지 내리는 산통 끝에 KB손보(옛 LIG손해보험)를 품에 안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반면 신한 하나금융 등은 인수전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올해 금융지주 순위를 8년 전 결단이 가른 셈이다.
금융지주 실적과 별개로 이날 발표된 하나은행 실적은 금융권에서도 화제다. 올 상반기 은행 당기순이익은 KB국민은행(1조8585억원), 하나은행(1조8390억원), 신한+제주은행(1조6871억원), 우리은행(1조4720억원) 순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신한은행을 넘어선 뒤 올 상반기 이익 격차를 벌리고 있다.
금융지주별로 실적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신한금융은 올 상반기 이자이익 5조2680억원, 비이자이익 2조32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충당금 추가 적립, 디지털 투자와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판관비 증가로 비용이 늘어나며 2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6% 줄어든 1조2383억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취약차주 등 부실 우려 확대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추가 충당금 적립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주주환원책의 일환으로 이날 이사회를 열고 주당 525원 분기 배당과 100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소각도 결정했다.
하나금융은 올 상반기 이자이익 4조4072억원, 비이자이익 1조3701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순이자마진(NIM)은 전 분기보다 0.04%포인트 내린 1.84%를 기록했지만, 외환 파생 관련 트레이딩 등 매매평가익 등을 바탕으로 비은행 부문에서의 약점을 만회하는 비이자이익을 올린 것이 주효했다. 하나금융은 주당 600원 분기 현금 배당에도 나선다.
우리금융의 올 상반기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은 각각 4조4130억원과 6107억원이다. 우리금융은 주당 180원 규모 첫 분기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가 취약한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 비이자이익이 전년 동기 7830억원 대비 22.0% 줄어든 것이 뼈아프다. 이와 관련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최근 사내 게시판을 통해 "그룹 상반기 실적은 당초 목표에 미달했다. 경제 상황이 불안정해 수익 여건이 나빠진 측면이 있고 미래의 손실 요인을 충분히 반영해 건전성을 높이려 했지만 실적 부진의 1차 책임은 저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반기에는 자본적정성, 건전성 관리를 우선하되 영업 확대뿐만 아니라 전 그룹이 비용 효율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우람 기자 /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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