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가 롤모델인 '14살 소녀 골퍼'…"맨발 투혼에 푹 빠졌죠"
[스포티비뉴스=부여, 박대현 기자] '골프 여왕' 박세리(46)가 맨발 투혼으로 US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한 해가 1998년. 어느덧 사반세기가 흘렀다.
박세리를 보고 골프를 시작한 '세리 키즈'는 지난 10년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주름잡았다. 메이저대회 리더보드 상단이 한국 여성 골퍼로 채워지는 풍경이 더는 낯설지가 않다.
한국 여자골프 황금기를 이끈 세리 키즈도 대다수가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박세리를 롤모델 삼는 후배는 꾸준히 이어진다.
대한주니어골프협회(JGAK)가 주최하는 '2023 주니어골프시리즈 4차전'이 27일 충남 부여 백제컨트리클럽에서 이틀간 열전을 마감하고 성료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유소년 골퍼가 스코어보드 맨 위를 다퉜다. 남녀·초중고를 기준으로 나뉜 6개 부 모두 접전 흐름이었다.
이수민(14, 청신여중)은 이틀 합계 5언더파 139타로 여자 중등부 정상에 올랐다. 허윤희, 김가은을 5타 차로 따돌리고 시상식에서 웃었다.
롤모델로 박세리를 꼽았다. 이수민은 "어릴 때 박세리 선생님의 US여자오픈 경기를 우연히 봤다. 그때부터 쭉 좋아했다. 그분의 모든 플레이를 닮고 싶다"며 수줍어했다.
골퍼마다 징크스가 있다. 제이슨 데이(호주)는 티타임 한 시간 전에 꼭 그린 사이드에 도착해 6개의 칩 샷을 하고 타이거 우즈(미국)와 김세영(한국)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늘 빨간 셔츠와 바지를 입는다.
이수민은 "'부모님 말씀을 잘 듣자'가 징크스 아닌 징크스다(웃음). 그래야 경기가 잘 풀린다. 대회날 아침 부모님과 다투고 나오면 꼭 샷이 어그러지고 라운드가 꼬여 철저히 지키는 편"이라며 배시시 웃었다.
내년 8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점프 투어에 도전하는 우예슬(17, 원주방통고)은 2라운드 합계 3언더파 141타로 여자 고등부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1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선두로 올라선 뒤 이날도 전략적인 경기 운용으로 이아린, 김민아 추격을 물리쳤다. 우예슬보다 앞서 점프 투어에 출사표를 올린 최서원, 변진이는 나란히 4,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스코어를 줄일 때마다 얻는 쾌감"을 골프의 매력으로 꼽은 우예슬은 넬리 코다(미국)가 롤모델이다.
코다처럼 부드럽고 예쁜 스윙을 선망한다면서 "매일 매순간 연습에 매진해 훗날 '한국의 넬리 코다'로 불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남자 고등부 정상을 차지한 정찬빈(17)은 툭툭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매력적이었다. 이틀 내내 퍼트 난조로 힘겨웠다는 그에게 그럼에도 우승한 비결을 묻자 "샷으로 냅다 (공을 그린 위에) 꽂아버렸죠"라며 씩 웃었다.
롤모델로 캐머런 스미스(호주)와 이재경(한국)을 꼽았다. 정찬빈은 "약점이 퍼트인데 스미스는 퍼트의 달인이라 닮고 싶고 이 프로님은 골프를 정말 잘 치셔서 좋아한다. 퍼트하기 전 항상 물을 마시는 루틴도 인상적"라며 자신이 약한 분야에서 경지에 오른 선배 골퍼를 흠모했다.
JGAK는 최고 수준의 남녀 프로골퍼를 육성하고 초중고 골퍼가 공정하게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 단체이다.
매월 전국 단위 주니어대회를 개최하고, 골프 특기생 장학 지원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국내 유망주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JGAK 대회가 열리는 백제컨트리클럽은 '주니어골프 메카'로 불린다. 백제CC에서 KLPGA 스타 등용문으로 불리는 점프 투어가 열린다. 내년부터는 KLPGA 준회원 선발전도 진행된다.
JGAK 대회에 출전할 경우 이 같은 프로 무대의 장(場)을 미리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소년골퍼에게 상당한 성장 단초를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노현욱 JGAK 전무이사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유소년 골퍼가 충분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매월 대회를 열고 있다. JGAK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자신의 현재 기량을 확인하고, 최고의 선수로 성장해 나가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유소년 골퍼를 육성하고자 하는 여러 기관 및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선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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