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온실가스와 경제성장, '디커플링'을 위하여

2023. 7. 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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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온실가스 배출 3.5% 감소
원전과 재생에너지 동행 주효
시급한건 제조업 녹색 경쟁력
지속가능 경제체제 구축을

국가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의 잠정 집계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전년 대비 3.5% 줄어든 6억5450만t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평균 0.9%가 늘어난 것과 대조됩니다. 그 요인은 크게 에너지 전환과 산업 부문에서 각각 4.3%(970만t), 6.2%(1630만t)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전환의 경우 석탄과 LNG 등 화석연료 발전은 줄어든 반면 무탄소 전원인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각각 11.4%, 23.4% 늘어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원전 발전량이 줄었던 2017년과 2018년 모두 온실가스 배출이 2% 이상씩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 이유는 더욱 선명해집니다.

산업 부문은 설명이 좀 복잡해집니다. 대표적 CO2 다배출 업종인 철강의 경우 온실가스가 8.9% 감소했는데 이는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조강 생산량 자체가 460만t 줄었기 때문으로 나타났습니다. 석유화학은 예상보다도 더 크게 5.9%나 줄었는데 수출 부진으로 기초유분 생산량이 160만t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철강이나 화학은 자체적 노력보다는 외부 요인에 의해 온실가스 감축이 '발생'한 것이란 분석이 그래서 나옵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의 경우 생산은 6.3% 늘었지만 온실가스가 25.8% 줄어든 것과 비교됩니다.

그렇다면 이번 국가 온실가스 통계 발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첫째, 원전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믹스 정책이 앞으로도 견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빌 게이츠가 세운 테라파워의 크리스 르베크 사장은 얼마 전 저와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출력 유연성이 높은 SMR(차세대 소형원전)을 통해 석탄 발전을 대체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탄소중립 시대의 양대 기둥이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지난해 이집트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만난 미국 에너지부 고위 관계자도 같은 맥락의 발언을 했는데 여기에 수소와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을 추가하더군요.

2036년이 되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합친 비중이 60%를 훨씬 넘어설 텐데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는 어떻게 구축할 것이냐에 관한 실질적 내용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기요금 결정 체계를 선진화하는 것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어야 할 과제지요.

둘째, 산업 부문의 녹색화가 시급한 만큼 이를 위한 인센티브와 페널티가 제대로 확대되어야겠습니다. 제조업은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의 원천인 동시에 직간접적으로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66%를 차지할 만큼 탄소 집약적입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비롯해 글로벌 탈탄소 압력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지요. 외부 요인이 아니라 자체적인 녹색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본질이라는 뜻입니다. 일부 기업의 경우 과다 할당된 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거두는 사례가 있는데 이 또한 바로잡아야 할 일입니다. 녹색 기술과 금융의 대대적인 스케일 업은 물론 적절한 탄소 가격 설정이 긴요하다는 얘깁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한국은행이 공동 개최한 포럼에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셋째,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감축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실현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국내총생산(GDP)이 2.6% 늘었는데 온실가스는 3.5% 줄어든 2022년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같은 녹색성장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되려면 모든 경제주체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겠습니다.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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