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과학적 접근? 손바닥에 '王'자 쓰고 과학 얘기하는 꼴"
[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가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인재(人災)"라고 지적하며, 정부여당이 이번 폭우의 피해 원인을 '4대강사업 반대론자'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지한, 엉터리 논리"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27일 환경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오송 참사의 경우 "재난안전법상 행정안전부가 재난 컨트롤타워였으나 행안부가 보이지 않았다"며 행안부 장관의 부재로 재난 지침이 작동이 안 된 채 "(피해 상황이) 그냥 방치돼 발생한,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해 피해"라고 말했다.
이어 "행안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를 기점으로 정치적 책임 내지 적어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책임을) 안 지고 있으면서 이와 같은 사태랑 연결이 됐다"며 "결국은 재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무능함 또는 관심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 판단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정책적 실패를 감추려는 시도는 그만해야 한다"면서 "4대강에서 홍수가 나니까 '4대강사업 반대론자들 때문이다'라고 하거나, 심지어 사실관계도 정확하지 않은 '보 철거를 했기 때문이다'라는 정치권의 반응은 참으로 무지한, 그 한순간만을 모면하기 위한, 엉터리 논리이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폭우 피해, 제방 관리와 개발 행위 때문"
박 교수는 금강, 논사천, 미호강 등 이번 폭우 피해는 "제방 문제" 또는 "제방 관리 부실의 문제"라며 흙막이 벽체의 구멍으로 토사가 유출되는 '파이핑(Piping)' 현상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금강 지류인 논산천과 산북천의 제방 유실은 "4대강사업을 하면서 만든 우회수로 제방 사이로 물이 졸졸 새는 파이핑 현상이 일어나 무너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오송 참사를 초래한 미호강 제방 붕괴는 "임시 제방을 기존 제방보다 약 3m 낮게 설치해 임시 제방 위로 물이 넘쳐 유실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관련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미호천교 확장공사 과정에서 미호강의 기존 제방을 훼손"했다며 직무유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북 예천의 경우, "산사태 후 찍은 사진을 보니 임도(林道) 두 군데에서 시작이 된 것 같다"며 인위적인 개발을 경계했다. 임도는 임산물을 나르거나 삼림의 관리를 위해 만든 도로를 말한다.
그는 "산에 임도를 만들거나 군사용 도로를 만드는 등의 개발 행위로 산사태의 위험성이 있다"며 산 경사에 의한 토압(흙의 압력)이 작용하더라도 흙 안에 15~20%의 공간이 있어서 견딜 수 있는데, 이 공간에 물이 차 수압이 작용할 경우 산사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사태는 상황이 시작돼 끝나는 데까지 10~2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따라서 "산사태를 예방할 때는 산사태의 위험이 상존하는 흙으로 된 산이나 물길이 있는 곳을 우선 순위로 둬야 한다. 그리고 주거지 뒷산을 어떤 형태로든 개발했다면 반드시 위험 징후를 선정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대강사업 과학적으로 접근하자? 손바닥에 '王'자 쓰고 과학 얘기하는 꼴"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준경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공동대표, 이정일 동아법무법인 변호사, 박수택 생태환경평론가도 참여했다.
이준경 공동대표는 "국민의 60~70%가 4대강사업은 일관되게 잘못된 정책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면서 "4대강사업은 수질과 생태 파괴, 부패의 종합판"이라고 지적했다.
이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 13년째 국가 세금으로 한국수자원공사에 공사채 발행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점, △ 대법원의 4대강사업 입찰 담합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과 같은 4대강사업으로 초래된 부패는 외면한 채 폭우 피해를 기회 삼아 '4대강 재자연화'를 뒤집으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혹세무민(惑世誣民)' 근거로, 이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일관되게 4대강사업 관련 자료를 왜곡하고 있으며 "기상학적 가뭄을 정치적 가뭄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4대강 수질 평가 항목으로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과 부유물질(SS), 총인(TP)만 보고, 총유기탄소(TOC)는 과거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또는 "과거 자료가 있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와 "녹조를 바로 알려주는 엽록소a나 용존산소(DO)"는 불리하기 때문에 비교를 하지 않는 식으로 악의적인 왜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뭄 문제와 관련해서도 환경부가 지난 3월 29일 공급조정, 수요관리, 비상대책으로 가뭄이 해소되었다고 발표했는데, 이틀 후 윤 대통령이 환경부 장관에게 "그간 방치된 4대강 보 최대한 활용하라"며 일명 '보 물그릇 활용' 지침을 내리자 "'4대강 보 만능론이 난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공동대표는 "감사원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공익감사 청구' 결과 발표 이후 환경부가 '4대강사업 정쟁화는 끝났다. 이제는 과학적 사실로 접근하자'고 하고 있는데, 시민단체가 늘 하던 말"이라며 "환경부의 이 말은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과학을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일 변호사는 4대강 경제성 분석의 핵심은 '현재 있는 보를 해체한 이후 수질·수생태계 개선이 얼마나 높아지느냐'인데 감사원은 "'보 해체 후 수질·수생태계 개선에 따른 편익'을 산정할 때 '보 설치 전'과 '보 개방 후'로 비교 시점을 비교·평가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면서 이는 2013년 1월 2차, 2018년 7월 4차 감사 결과 등 종래 감사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 해체 후 4대강 조건은 '보 설치 전' 조건과 가장 유사"하다며 "보 해체의 편익 중 수질·수생태계 개선 편익과 관련해서 '보 설치 전'과 '보 설치 후'를 비교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또 감사원이 4대강 조사·평가단 구성시 특정 단체의 추천 인사를 문제 삼은 데 대해 "과정 자체의 문제를 통해 내용을 문제 삼으려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박수택 평론가는 정부여당이 "4대강사업 이후 방치된 지류·지천 사업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고 하고 있지만, "지류 지천 사업은 이명박 정부 이전부터 지금까지, 전국에 걸쳐, 여러 부처와 지자체가, 다양한 명목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천환경정비사업, 수해상습지개선사업, 하천재해예방사업, 긴급수해복구사업, 생태하천조성사업, 생태하천복원사업에다 '고향의강 사업'이라는 감성적 이름까지 붙"여 진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현장을 살펴본 결과 이름과 다르게 자연 훼손, 예산 낭비로 나타나고 있다"며 제방을 터서 하천의 물길을 넓혀주는 등 친환경적인 정비 방안이 있는데도 "하천에 돌 붙이는 것"만 하고 있는 게 전국적인 상황이라고, 박 평론가는 말했다.
[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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