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소외되는 두려움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는 무엇을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신이 해보지 못한 가치 있는 경험을 다른 사람이 하고 있거나 그렇다고 보이는 상황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을 뜻한다. 내가 보유하지 않은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거나 "이 방송 끝나면 이 조건으론 사지 못할 것"이라는 홈쇼핑을 보며 뭔가 불안해지는 것도 '포모 감정'이란다. 사람들 간 연결을 돕는다는 소셜네트워크가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해 내가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을 더 부추기기도 한다.
조직이나 인간관계에선 나만 무언가를 놓치고, 소외되는 것 같은 상황들이 숱하게 펼쳐진다. 세상은 내 마음같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지 오래건만, 많은 직장인들이 친구와 가족 관계뿐 아니라 직장 내 업무와 관계에서 소외되었다는 감정 때문에 속을 끓인다. 각별히 공을 들이고 마음을 쏟은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포모를 경험할 때, 상실감은 배로 커진다.
글로벌 회사를 예로 들면, 명확한 상하 위계질서 없이 여러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일해야 하는 '매트릭스' 조직 성격 때문에 생기는 포모들이 있다. 인간적인 갈등이나 부딪힘을 넘어서 속한 부서의 업무 처리 방식이나 의사결정 방향, 우선순위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거나 생산성이 낮아질 수 있다.
"그 미팅에 왜 우리 부서를 초청하지 않았는지" 혹은 "그 회식에 왜 나는 빠졌는지"에서부터 "최종 결정을 우리 팀이 해야 하는데 왜 다른 팀이 했느냐"며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에서도 이 소외 감정들이 출몰한다. 내 입장에서 다 이유가 있는데, 잠깐 숨 고르고 남의 입장이 되어보면 그 입장도 이해 안 가는 바는 아니다.
"일 부탁할 땐 맨날 '우린 패밀리'라고 하는데 최종 의사결정이나 평가할 때 보면 우리 팀은 정말 부모 없는 고아 같다." 오래전 유럽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이 말이 나온 뒤 분위기가 숙연해졌던 때가 생각난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팅에서 '진정성 있는 리더십'에 대해 얘기 나누던 중 눈물 없이 못 듣는 각자의 '포모' 경험담이 펼쳐졌다. 이어 한 명이 "우리가 정말 배워할 건 '조모(JOMO·Joy of Missing Out)'"라고 해서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남들이 하는 것 다 하지 않아도 되고, 모든 것에 끼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에서 오는 기쁨을 말한다.
'소외감'과 '소속감'은 늘 같은 공간에 있다는 말이 있다. 업무 배당이나 인간관계에 있어서나 소외된 사람이 있는지 안테나는 세울 필요가 있겠다. 동시에 내가 속한 자리에 당당하게 발을 딛고 존재감을 가져가되, 불필요한 소외 감정에 대해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유로워진다면 어떨까.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할 곳이 세상에 참 많은 것 같다.
[황성혜 한국존슨앤드존슨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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