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째 한국과 緣 이어가는 美 포니 가문
故 포니 준장 증손자 벤 포니
피란민 10만명 구한 증조부
월남서 한국군과 함께한 조부
6·25 관련책 집필하는 父
본인은 서울대서 박사과정
"동아 평화위해 일하고파"
"6·25전쟁은 한국의 역사이자 미국의 역사이고, 제 가족의 역사입니다. 게다가 광복절인 8월 15일은 제 생일입니다. 70년 우정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하루 전인 지난 26일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벤 포니 씨(36)는 한미동맹 70주년의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포니 씨의 증조할아버지는 6·25 당시 피란민 10만명의 목숨을 구한 '흥남 철수 작전'의 주역 고(故) 에드워드 포니 준장(당시 대령)이다. 그는 "증조부께서 살아계셨다면 우리 가족과 한국의 관계가 지속돼 온 것과 한국이 자유롭고 번영하는 민주국가로 변모한 것을 보고 놀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니 씨는 2021년 3월부터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의 꿈은 증조부에 이어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경제안보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포니 씨는 "증조할아버지가 전쟁에서 피란민들의 목숨을 구한 것처럼 기술 전쟁에서 타국의 탈취로부터 한국의 첨단산업 기술을 지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 분야는 기술 유출 사례, 산업스파이 활동, 외국 정부의 탈취 전략 등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작가를 꿈꾸던 포니 씨는 2009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포니 씨는 아버지 덕에 증조부에 대한 깊은 이야기와 흥남 철수 작전에 대해 알게 되면서 유학을 결심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한때는 북한 전문가를 꿈꿨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년 넘게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북한의 유엔 제재 회피 전략 등 북한에 관한 보고서를 썼다.
포니 씨는 틈틈이 흥남 철수 작전으로 생명을 구한 피란민의 후손들을 만났고 증조부의 업적으로 인해 한국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한국전쟁기념재단 참전용사 후손 장학생으로 선발된 그는 2년간 석사과정 등록금을 지원받았다. 100만명이 넘는 걸로 추산되는 흥남 철수 피란민 후손들은 포니 씨가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십시일반 생활비를 후원해주기도 했다. 포니 씨는 "받은 게 많은 만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포니 씨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흥남 철수 작전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그는 "특히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연이은 북한의 핵실험 등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정작 한국인들은 무관심한 걸 종종 봤다"며 "이런 위험을 알리는 것도 한국에서 받은 은혜를 갚는 방법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그는 "흥남 철수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전의 끝은 흥남에서 떠나온 피란민과 그 후손들이 다시 그 땅을 밟는 것이라고 믿어서다. 포니 씨는 "이산가족, 행방불명된 병사들에게 흥남 철수 작전은 오늘의 이야기"라며 "증조부의 결정이 그랬듯 지금 우리의 결정이 다음 세대의 명운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조할아버지에 이어 포니 씨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까지 3대가 미국 해병 장교인데, 모두 한국과 인연이 있다. 2015년 작고한 할아버지 에드워드 윌리엄 포니 씨는 해병 장교로 베트남전에서 한국군과 함께 싸웠다. 아버지 네드 포니 씨는 대위 예편 후 20년 넘게 교육자의 길을 걷다 비영리 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지원으로 2015년부터 한국에 살며 6·25에 대한 책을 준비했다. 현재는 아내의 암 투병으로 집필을 멈추고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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