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아저씨'에 흔들리는 취약한 한국 증시 [사설]
올해 국내 증시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2차전지' 관련주가 요동치고 있다. 2차전지 코스닥 대장주인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26일 하루 변동폭이 26%를 넘었고,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 등 4종목도 25%에 달했다. 27일에는 에코프로 주가가 20% 가까이 떨어져 98만5000원에 마감했다. 대기업 시가총액과 맞먹는 2차전지 대표 종목들이 하루에 수십 % 변동성을 보인 것은 유례가 없다.
2차전지주 급등락은 최근 가파른 상승에 따른 차익 매물이 쏟아진 데다 공매도 등 여러 요인이 겹친 탓이다. 하지만 강력한 투자자 팬덤을 가진 '배터리 아저씨'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올 초 에코프로 등 2차전지 관련주 상승을 예측하며 '쏠림 장세'에 불을 지폈다. 26일에는 유튜브 채널에서 "이제는 조심하라. 이익이 증가하는 만큼 올랐다"고 언급해 화제가 됐다. 심지어 한 2차전지 소재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배터리 아저씨가 찍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하루에만 900억원이 넘는 역대 최고의 순매수가 몰렸을 정도다. 이처럼 그의 발언에 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우리 증시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제는 2차전지 광풍이 불면서 '포모(FOMO·나만 소외된다는 불안)' 심리에 빠진 투자자들까지 '빚투'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25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20조원을 돌파했다. 에코프로그룹주 3종에 대한 신용융자 잔고는 연초보다 2배 늘었고, 포스코그룹주 6종은 연초 대비 340% 증가했다.
미래 신산업인 2차전지의 성장성이 밝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적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뛰어넘어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정상으로 보기 어렵다. 에코프로는 6개월 새 주가가 10배 폭등해 애널리스트들마저 전망을 포기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성장성이 과도하게 선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시는 대박을 노리는 투기판이 아니다. 유행을 좇는 쏠림투자 대신 기업 가치와 제품 경쟁력, 성장성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되고 자본 시장도 활성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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