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99% "우리는 감정노동자… 문제 학생에게 '그러지 말라' 부탁밖에 못해"

손현성 2023. 7. 27. 17: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교실에서 난동 피우는 학생에게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러지 말라'는 '부탁'밖에 없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서 '교권 확립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을 때 한 현직 교사가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한탄하듯 한 말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교총, 교원 3만2951명 설문 결과
교사 66% "부모가 가장 큰 스트레스"
99% "우수 인재들, 교직 기피 현상 우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2030청년위원회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학생 학습권 및 교사 수업권 보장 요구 기자회견에서 정당한 생활지도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교실에서 난동 피우는 학생에게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러지 말라'는 '부탁'밖에 없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서 '교권 확립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을 때 한 현직 교사가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한탄하듯 한 말이다. 교총이 전국 유치원·초중고교 교원 3만2,951명에게 저 얘기에 공감하느냐고 물었더니 무려 98.7%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학생이 수업을 방해해도 제지할 권한이 없어 멈춰달라고 사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교단이 한목소리로 호소한 셈이다. 교총이 25, 26일 이틀간 온라인상에서 진행한 '교권 침해 인식 및 대책 마련 긴급 설문' 결과의 일부다.


교사 99% "교사는 감정노동자"

교총은 27일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교사들이 생활지도 중 경험한 교권 침해 사례도 전했다. "중학생이 교원을 폭행했으나 학부모가 수업권을 주장해 격리조차 못했다" "학생이 교원에게 욕설을 하며 '교사는 못해도 나는 할 수 있다. 난 촉법소년이라 괜찮다'고 하더라" 등이었다.

설문 참여 교사의 99%는 '교사는 감정노동자'라는 인식을 보였다. 교직의 미래도 어둡게 봤다. '교권 추락으로 우수 인재의 교직 기피 현상이 있을지 우려하느냐'는 물음에 99.4%가 동의했다.

교사 3명 중 2명(66.1%)은 '가장 스트레스를 느끼는 대상'으로 학부모를 꼽았다. 악성 민원을 제기하거나 아동학대 신고를 위협하는 일부 학부모 행태에 교단이 느끼는 불만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응답자의 97.9%는 민원 스트레스 정도를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악성 민원 사례로는 '자녀가 마음에 안 드는 학생과 같은 반이 됐다며 반 교체 요구' '민원 해결이 안 된다며 국민신문고 등을 통한 지속적 문제 제기' 등이 꼽혔다.


"교권 침해 학부모 제재" "교육청이 강력 대응" 99% 이상

응답 교사의 99.3%는 교권을 침해한 학부모에게 과태료 부과 등 실효성 있는 조치가 따르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99.8%는 교육청이 허위 또는 반복적 민원 제기자를 업무방해죄로 고발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를 표했다. 정당한 교육활동이 무분별하게 아동학대로 치부되지 않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99.8%의 동의를 얻었다. 정성국 교총회장은 "교권 침해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근절될 때까지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징계 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에는 교사 89.1%가 찬성했다. 다른 대책에 비해선 동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일부 교육감이나 교원단체에서도 교사에 대한 소송 증가 우려를 들어 신중론을 펴는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교육부가 다음 달 교권 보호를 위한 생활지도 가이드라인과 악성 민원 대응책이 포함된 종합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설문에 응한 교사 93.4%도 생활지도 가이드라인에 교사 권한이 구체적 수준으로 담겨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