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의 힘’ 4대 금융지주 상반기 순익 9兆 넘어 역대급 실적

송기영 기자 2023. 7. 2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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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유일하게 1조원대 실적
하나금융, 처음으로 2조원 넘겨
최대규모 충당금 적립에도 호실적
이자 장사 비판 피하기 어려울 듯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조선비즈DB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이 올해 상반기 역대 최고 실적인 9조18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KB금융지주는 1분기에 이어 리딩뱅크를 수성했으나, 우리금융지주는 최하위로 밀려났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 9조182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8조9662억원 대비 2.4%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치다. 4대 금융그룹은 2021년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 등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또다시 경신했다.

금융그룹별로 KB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2조9967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뒀다. 반기 단위로 KB금융의 역대 최대 규모 실적이다. 순이자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5조472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5조7590억원으로 5.2% 늘어나며 실적을 견인했다.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올해 1분기 2.04%에서 2분기 2.10%로 6bp(1bp=0.01%포인트) 올랐다. NIM은 금융기관이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을 나눈 것이다.

비이자이익도 크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2조897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101억원) 대비 105.5% 늘었다. 수수료이익은 1조8654억원으로 같은 기간 1.4% 감소했으나, 기타영업손익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481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기타영업손익은 흑자로 전환, 1조324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지주는 상반기 당기순익 2조62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다. 이자이익과 비(非)이자이익이 고루 증가했으나, 인플레이션에 따른 판매관리비 증가와 추가 충당금 적립 영향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조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8% 늘어났다. 2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548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3.2%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 확대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위험이 확대되고 있어 대손충당금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뉴스1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늘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겼다. 상반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은 2조20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884억원(16.6%) 증가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모두 늘면서, 대손충당금을 7774억원 쌓았음에도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하나금융은 “유가증권·파생상품 트레이딩 실적 증대를 통한 매매평가익 증가, 우량 기업 대출 중심의 양호한 자산 성장, 안정적 비용관리 등에 힘입은 결과다”라고 했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그룹의 이자이익(4조4072억원)과 수수료이익(9169억원)을 합한 핵심이익(5조3241억원)은 전년 동기보다 1.7%(863억원) 증가했다.

우리금융지주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역성장을 하면서 4위로 밀려났다. 우리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538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2.7% 감소했다. 2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6250억원으로 전년 동기(9222억원) 대비 33% 줄었다.

올해 상반기 순영업수익은 5조2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이자이익은 4조4130억원으로 같은 기간 7.5% 늘어났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1.85%로 지난 1분기보다 0.06%포인트 떨어졌다. 우리은행의 NIM도 1.59%로 같은 기간 0.06%포인트 떨어졌다. 비이자이익은 6110억원으로 22% 줄었다. 다른 은행에 비해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약한 탓에 수수료이익 등 비이자이익이 크게 뒤처진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은 상반기 8178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우리금융 측은 “비이자이익은 시장 변동성 확대로 작년 상반기 대비 감소했지만 캐피탈, 자산신탁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수수료 이익이 전년 동기 수준을 기록했다”고 했다.

4대 금융지주가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았음에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데 대해 여전히 ‘이자 장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4대 금융지주는 상반기에만 3조8893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9342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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