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이빨’을 아시나요?…냉전 유물, 평화공원 되던 날

김기성 2023. 7. 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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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분단의 흔적인 군사방어시설 '용치'(龍齒)가 주민 쉼터로 변신해 관심을 끌고 있다.

용치는 용의 이빨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적군의 전차(탱크) 침입을 막으려고 접경지역에 설치한 대전차 장애물이다.

용치는 경기도와 강원도, 서해안 접경지역에 주로 설치됐는데, 한동안 작전상 보안이 필요한 군사시설로 취급됐고 지금도 여전히 군 보안시설로 통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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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차 장애물로 설치…주변을 주민 쉼터로 조성
정전협정일을 하루 앞둔 지난 26일 경기도 파주시 대전차 장애물인 ‘용치’ 위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연합뉴스

전쟁과 분단의 흔적인 군사방어시설 ‘용치’(龍齒)가 주민 쉼터로 변신해 관심을 끌고 있다. 용치는 용의 이빨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적군의 전차(탱크) 침입을 막으려고 접경지역에 설치한 대전차 장애물이다.

용치는 1968년 1·21사태(무장공비 김신조 침투사건)를 계기로 1970년대에 주로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전쟁 후 다시 전쟁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 설치된 구조물이다. 그러나 ‘다행히’ 단 한 번도 실전에 사용되지는 않았다. 용치는 경기도와 강원도, 서해안 접경지역에 주로 설치됐는데, 한동안 작전상 보안이 필요한 군사시설로 취급됐고 지금도 여전히 군 보안시설로 통제되고 있다. 그러나 도심에 있는 것은 흉물스럽다는 민원 때문에, 하천에 있는 것은 수해 피해를 키운다는 이유로 대전차 방호벽과 함께 철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경기문화재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경기도 내 설치됐던 용치 54개 중 22개는 철거됐고, 파주 21개, 연천 4개, 고양·의정부·포천 각 2개, 양주 1개 등 6개 시군에 32개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쟁과 분단의 흔적을 조사하고 기록하기 위해 비지정 근대문화유산 중 전쟁·분단 관련 유산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조사결과 용치는 임진강·공릉천·문산천·중랑천·영평천 등 경기 북부지역 주요 하천과 임진강 본류와 지류가 합류되는 구간에 주로 설치됐다. 연천 한탄강변 용치의 경우 현존 구조물 중 가장 규모가 커 보존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포천 영평천·추동천 합류 지점에 설치된 용치의 경우 수해 우려로 철거될 예정이다.

용치는 이제 주민들의 쉼터로 활용된다. 고양시는 올해 3월 덕양구 덕은동 고양대덕생태공원에 용치 공원을 만들었다. 전차 방해물인 용치를 일부 활용해 휴게 공간과 사색 쉼터, 물놀이터, 징검다리 등을 조성한 것이다. 파주시도 군과 협조해 용치를 주민들을 위한 산책로와 쉼터로 조성했다.

하늘에서 본 용치의 모습. 경기문화재단 누리집 갈무리

정전 70주년을 맞아 사진전도 마련됐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연구원은 지난 24일부터 ‘전쟁과 분단이 남긴 유산’이란 주제로 ‘용치 사진전’을 열고 있다. 수원 경기도청(7월24~8월4일), 서울 전쟁기념관(8월8~20일), 파주 한반도생태평화종합관광센터(9월2일~15일), 도라전망대(10월3~12월31일)에서 순회 전시로 진행된다. 도는 내년 비지정 근대문화유산 중 38선 경계석, 방공호 등 또 다른 전쟁·분단 관련 유산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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