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멸종 위기에 처한 코끼리들

권기균 과학관과문화 대표·공학박사 2023. 7. 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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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균 박사(과학관과 문화 대표)

미국 워싱턴DC의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1층에는 넓은 '로툰다'가 있다. 그 중앙에 거대한 아프리카코끼리 한 마리가 단상에 우뚝 서 있다. 덩치가 워낙 커서 그 존재감 하나로 주변의 모든 것을 단박에 압도하고도 남는다. 어깨높이 4m, 몸길이가 10.7m로 세계에서 가장 큰 코끼리 표본이다. 살았을 때 몸무게는 11톤이었다. 이 코끼리가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의 아이콘이다.

이 코끼리가 서 있는 무대에 이전에는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 식생들을 재현해놓았다. 그러나 2015년 사바나를 재현한 무대 분위기를 다 없애고 코끼리 하나만 올려놓았다. 그랬더니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높이 치켜든 코, 앞으로 쭉 뻗은 상아, 활짝 펼친 귀에서 코끼리의 엄청난 반발력과 긴장감이 느껴진다. 세상을 향해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

그리고 무대 아래 패널에선 코끼리 밀렵과 불법거래 실태를 낱낱이 고발한다. 그 내용이 충격적이다. 여기 그대로 소개한다.

"코끼리 밀렵 실태가 심각하다. 상아를 찾는 사람들 때문에 코끼리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 아프리카코끼리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밀렵이다. 15분에 한 마리꼴로 아프리카코끼리들이 밀렵꾼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있다. 코끼리의 상아는 끝이 뾰족한 앞니가 발달한 것이다. 상아도 몸집과 마찬가지로 일생 동안 계속 자란다. 상아는 흙을 파는 도구도 되고 맹수와 싸울 때는 공격무기도 된다. 아프리카코끼리는 암수 모두 상아가 길게 자란다. 보통 수컷의 상아는 길이가 1.8~2.4m, 무게는 23~45㎏ 정도다. 암컷은 상아의 무게가 7~9㎏ 정도다. 아시아코끼리는 흔히 수컷만 상아가 있고 암컷은 상아가 없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암컷은 앞니의 성장속도가 너무 느려서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수컷은 상아의 길이가 1~1.5m 정도다. 상아는 코끼리의 두개골 깊숙이 들어가 있다. 사슴뿔을 잘라내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상아를 수집하는 것은 곧 코끼리를 죽이는 것이다. 1989년부터는 국제적으로 상아의 거래가 금지됐다. 그런데도 1999년부터 2013년 사이에만 밀렵이 3배 늘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약 10만마리의 아프리카코끼리가 밀렵으로 죽었다. 15분에 한 마리, 하루 96마리, 1년에 3만5000마리가 넘는다. 상아 불법 거래상들은 대규모 범죄조직이다. 중무장을 하고 마약처럼 국제적 범죄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2013년 상아를 찾는 시장의 나라별 규모는 ①중국 ②미국 ③태국 ④이집트 ⑤독일 ⑥나이지리아 ⑦짐바브웨 ⑧수단 ⑨이디오피아 ⑩일본 순이다."

스미스소니언은 미국 국내와 국경지역에서 불법거래로 압류된 상아조각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 속의 상아들은 뉴욕의 보석중개상과 2명의 소매업자에게서 압수한 것들이다. 사진 속 쌀뒤주만 한 크기의 나무상자에 들어 있는 양 정도의 상아를 공급하려면 100마리 이상의 코끼리를 죽여야 한다.

1900년대에 아프리카에는 약 1000만마리의 코끼리가 살았다. 그러다 1970년대에는 60만마리, 2014년에는 겨우 43만마리만 남았다. 2015년 조사에서는 35만마리였다. 96% 이상 감소한 것이다. 아시아코끼리는 1900년대에 20만마리였다가 1970년대에 5만마리로, 2014년에는 4만마리로 80%가 줄어들었다. 이렇게 코끼리들이 사라지고 있다. 2019년 스미스소니언이 발간한 책 제목이 '마지막 코끼리들'이다.

코끼리 표본 아래에 적힌 글귀가 눈에 확 들어온다. '당신의 선택이 차이를 만듭니다.' 국회의원 선거구호가 아니다. 스미스소니언 코끼리 전시의 마지막 호소문구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알려드립니다.

-상아 수요를 끝장내야 합니다. 상아를 사지 마세요.

-말을 퍼뜨리세요. '상아로 만든 물건들은 곧 죽은 코끼리들'이라고.

-이 놀라운 동물 코끼리에 대해 더 많이 알아보고, 당신이 코끼리에 대해 알게 된 내용들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세요. 그리고 코끼리를 돕는 기관들을 후원하세요."

살육당하는 코끼리들의 수난사를 생각하면 분노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코끼리를 구하기 위한 작은 실천들이 필요하다.


권기균 과학관과문화 대표·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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