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2분기 영업익 7조 돌파···올해 첫 ‘20조 고지’ 올라설 듯
도요타·GM 제치고 세계2위 기록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운 기아가 처음으로 3조원이 넘는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로써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만 총 7조원을 돌파해 올해 전체로는 처음 2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아는 최근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 사이 경쟁이 “비정상적으로 격화되고 있다”며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전기차 가격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기아는 올 2분기 26조2442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2분기 대비 20.0% 성장했다고 27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3조403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52.3% 증가했다. 매출·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규모이다. 영업이익률은 13.0%로, 직전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 1분기의 12.1%를 갈아치웠다.
전날 발표한 현대차(영업이익률 10.0%)까지 더하면 두 회사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7조6409억원에 달한다. 지난 1분기 현대차와 기아는 합산 영업이익 약 6조4667억원으로,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폭스바겐그룹(10조2081억원)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2분기에 기아는 총 80만7772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10.1% 증가한 숫자다. 국내에서는 전년 대비 7.1% 증가한 15만816대, 해외에서는 10.8% 증가한 65만6956대를 팔았다.
SUV·크로스오버차(CUV) 등을 총칭하는 RV(레저용 차량) 판매가 늘어난 점이 매출 확대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2분기 RV 판매 비중은 68.0%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1대당 판매 가격도 전년 대비 10.3% 늘어난 3460만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15만대를 기록했다. 유형별로는 하이브리드가 8만2000대, PHEV가 2만3000대 팔리며 전년 대비 각각 22.1%·8.3% 증가했다. 준중형 SUV 스포티지의 신형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인기에 힘입은 결과다. 전기차 판매량은 4만4000대로 전년 대비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다만 기아는 하반기에 고금리·고물가, 지정학적 긴장 등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최근 테슬라발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인하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은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격화된 시장에서는 마켓(시장점유율)을 지키는 게 수익성보다 더 무게를 둬야 하는 부분”이라며 “필요하다면 가격 면에서 양보를 하면서 비정상적 시점을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올 초 테슬라가 주요 차종 가격을 10% 이상 내리자 포드·폭스바겐 등 경쟁사들도 합류하면서 전기차 가격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아직까지 할인 정책을 밝힌 바 없으나, 주 본부장 발언은 가격 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전기차 점유율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아의 대표 전기차인 EV6의 상반기 미국 판매량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혜택 배제 등으로 인해 지난해 대비 33.7%나 감소한 상황이다.
기아는 “올 3분기 내 전기 SUV ‘EV9’의 유럽·미국향 제품 양산에 돌입하고 4분기부터는 각 시장별로 본격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주요 해외시장에서 핵심 SUV 모델들의 판매 비중을 더욱 끌어올리는 동시에, 지역별 핵심 신차 판매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현대차·기아 합산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20조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 기아는 올해 연간 매출액 가이던스(전망치)를 기존 97조6000억원에서 ‘100조원 이상’으로 올려 잡았고, 영업이익도 9조3000억원에서 ‘11조5000억~12조원’으로 상향했다. 앞서 현대차도 전날 연매출 성장률을 지난해 대비 14~15%, 영업이익률은 8~9%로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현대차 연매출은 162조~163조원, 영업이익은 12조~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아 실적까지 더하면 연간 영업이익은 총 23조5000억~26조원에 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두 회사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17조528억원이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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