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러 국방장관에 북한판 ‘킬러 드론’ 소개…무기 수출 가능성
북한 관영매체들은 27일 김 위원장의 러시아 군사대표단 접견 소식을 보도하면서 “국방안전 분야에서 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과 지역·국제 안보환경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교환했다”며 “(북-러 간) 완전한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도 이날 “김 위원장과 쇼이구 장관이 안보 현안을 논의했다”고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이유로 국경을 폐쇄했던 북한이 처음으로 국경을 열고 러시아 고위급 대표단을 북한 무기전시장까지 초청한 자체가 양국 간 무기 거래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 ”이라고 평가했다. 쇼이구 국방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 김정은 ‘북한판 리퍼·글로벌호크’ 직접 설명
27일 북한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6일 쇼이구 장관 일행과 정전 70주년 기념 ‘무장장비 전시회 2023’을 참관했다. 공개된 20장의 사진엔 김 위원장이 쇼이구 장관 일행과 행사장 곳곳에 진열된 무기장비를 둘러보는 모습이 담겼다. 화성-17형 액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화성-18형 고체연료 ICBM, 극초음속 및 순항미사일, 핵어뢰(해일), 초대형방사포 등 김 위원장 집권 기간에 개발한 무기들이 총망라됐다.
특히 김 위원장이 신형 무인공격기와 무인정찰기 앞에서 쇼이구 장관 일행에게 설명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미국의 ‘킬러 드론’인 리퍼(MQ-9)와 흡사한 신형 무인공격기는 공대지미사일을 날개에 장착한 형태로 처음 공개됐다. 리퍼는 현존 최강의 무인공격기이자 ‘하늘의 암살자’로 불린다. 14시간 이상 정찰·감시는 물론 공대지미사일과 유도폭탄 등으로 적 수뇌부 암살 작전 등에 투입된다. 올해 3월 초 죽음의 백조인 B-1B 전략폭격기와 함께 한반도에 처음 전개돼 우리 공군과 연합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우리 군의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미국 ‘글로벌호크(RQ-4)’와 거의 똑같은 외양의 신형 대형무인기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앞·옆에서 촬영된 사진을 보면 엔진 위치와 날개 형태 등 전반적 모양과 크기가 ‘짝퉁 글로벌호크’로 보일 정도다. 글로벌호크는 30시간 이상 비행하며 20km 상공에서 지상 30cm 크기의 물체를 전천후로 식별할 수 있다.
사진 속 무인정찰기와 무인공격기 앞에 세워진 설명판에는 두 기종이 비행하는 장면도 있었다. 이날 조선중앙TV가 방송한 전시회 오프닝 영상에도 두 기종의 비행 장면이 담겼다. 이미 시험비행까지 진행했다는 의미다.
두 무인기에는 한국 공군 군용기의 국적 표기 도장인 ‘대한민국 공군’ 글자체와 거의 동일한 글자체로 ‘조선인민군공군’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신종우 한국안보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동체에 언뜻 보면 대한민국 공군처럼 보이도록 우리 군과 똑같은 글씨체로 ‘조선인민군공군’이라고 붙여놓은 것”이라며 “유사시 피아식별을 곤란하게 하려는 기만 의도”라고 분석했다. 군 소식통은 “두 무인기의 구체적 제원과 성능은 분석 중”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무인기 판매에 각별한 공을 들이는 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공습에 이란제 무인기를 대거 활용한 러시아에 북한 무인기를 제공할 수 있음을 시시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 “러에 무기 지원 대가로 핵기술 받을 수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번 러시아 대표단 방북을 계기로 북한의 무기 수출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수출 의혹은 이미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등 서방세계로부터 적극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러시아는 포탄이나 재래식 무기가 떨어져 허덕이고 있다는 말이 꾸준히 나온다”며 “북한의 지원이 러시아에는 단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전시장에서 노출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이나 무인기의 경우 러시아가 당장 필요로 하는 전력이란 점에서 북-러 간 무기 거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대가로 고도화된 핵기술 등을 받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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