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카자흐스탄 아기, 서울성모병원서 심장수술받고 건강 회복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심장수술이 시급했던 카자흐스탄 2세 아기가 서울성모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이번에 수술을 받은 환아 아미나 베케쉬는 태어난 무렵부터 호흡 곤란을 보이고 많이 울면 입술이 파랗게 변했다. 부모가 딸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다녔으나 카자흐스탄 현지에서는 의료기술의 문제로 치료를 받기 어려웠고 인근 나라에 가서 치료를 받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정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간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해외 환자들을 위해 꾸준히 나눔의료를 실천해왔던 서울성모병원은 카자흐스탄에 수술이 시급한 아기가 있다는 소식을 국제협력팀에서 전해들었다. 곧 가톨릭중앙의료원 사회공헌 전담기구인 가톨릭메디컬엔젤스(CMA)에 협조를 구해 CMA가 진행하는 선천성 심장질환 환아 치료사업의 대상자로 아미나를 서울성모병원으로 초청했다.
아미나가 앓던 병은 엡스타인 기형으로 태아기 심장 발생 과정에서 삼첨판막이 정상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아 생기는 선천성 심장병이다. 심장의 우심방과 우심실이 연결되는 부위에는 ‘삼첨판막’이라고 불리는 심장 판막이 있는데 삼첨판막은 우심방에서 우심실로 흐른 혈액이 다시 우심방으로 역류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비정상적인 삼첨판막의 모양으로 인해 매우 심한 삼첨판막 역류가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한 이차적인 우심방 및 우심실 비대가 발생한다.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칠 경우 우심실 기능 부전 및 부정맥 등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미나는 어머니 디나라 무카노바씨와 지난 4일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해 주치의인 이재영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이철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를 만났다. 진단 당시 심한 삼첨판막 역류로 우심실이 비대해졌고 심실 기능도 약간 저하된 소견을 보였다.
소아심장수술의 권위자인 이철 교수의 집도로 지난 11일 아미나는 6시간에 걸쳐 대수술을 받았다. 이 교수는 비정상적인 삼첨판막을 정상적인 삼첨판막 모양과 유사하게 만들어 혈액의 역류를 방지하는 판막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비대해진 우심방 및 우심실의 크기를 줄여주는 수술을 시행했다.
엡스타인 기형은 매우 드문 병이고 이에 대한 삼첨판막 성형술도 정상적인 심장 구조를 가진 성인 환자들에게 시행하는 일반적인 삼첨판막 성형술과 비교해 난이도가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에 외과 의사의 경험과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수술 후 심장계 중환자실(CCU)에서 집중 치료를 받던 아미나는 일반병실에서 경과를 지켜본 뒤 이달 26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아미나는 향후 현지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점검받을 예정이다.
소아 심장수술은 현대의학에서 가장 복잡하고 위험하며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다. 병원의 수준 높은 역량을 보여주는 척도다. 한 명의 심장병 환아를 살리기 위해서는 심장혈관흉부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수술실, 심폐기팀, 전문 간호사, 중환자실, 일반 병실 등의 다양한 분야의 유기적이고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철 교수는 “판막 수술이 성공적이어서 수술 후 우심실의 크기가 정상 범위로 회복되고 심실 기능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먼 곳에 와서 힘든 치료 과정을 잘 이겨낸 아이가 기특하고 외과의사로서 보람을 느낀다. 건강하게 잘 자라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무카노바씨는 “교수님, 모든 의료진 분들, 행정부서 직원들, 서울성모병원에 저희가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은 가톨릭 생명존중 정신을 바탕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우들을 위해 치료비를 지원하는 자선활동을 펼치며 ESG 경영활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몽골, 카자흐스탄 등 해외에서 심장수술이 시급한 소아를 위한 나눔의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3명의 환아를 초청해 심장질환을 치료했고 하반기에도 심장수술이 시급한 환아를 초청해 치료할 계획이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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