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베이스원 대박 … CJ ENM, 음악 날개 달고 재도약
韓·日 기획사 통해 K팝 강화
티빙, 매각·합병설 선긋고
국내 1위 OTT로 입지 다져
메가 IP 확보해 세계 공략
조직 재정비한 구창근 대표
"핵심 역량으로 실적 개선"
CJ ENM이 음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유통 등 전방위 '지식재산권(IP)'으로 턴어라운드(흑자 전환)를 추진한다.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IP를 직접 보유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이른바 '글로벌 IP 파워하우스' 비전이다.
구창근 CJ ENM 대표는 26일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열고 이 같은 하반기 경영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취임 후 단행한 조직 개편 조치에 이어 본격적으로 수익성 지표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CJ ENM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3.7% 감소한 1374억원에 그쳤다. 업계에선 올해 음악·미디어 사업을 필두로 한 실적 개선이 이뤄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구 대표는 이날 "우리가 하는 일은 좋은 제작 환경에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가장 효과적인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라며 "핵심 역량에 집중하다 보면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캐시카우로 힘을 쏟는 건 K팝의 글로벌 인기를 등에 업은 음악 사업 부문이다. 웨이크원 등 산하 레이블을 글로벌 K팝 기획사로 키우고, 팬덤 플랫폼 '엠넷플러스'를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앞서 CJ ENM은 엠넷의 K팝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 등을 제작하며 새 얼굴의 아티스트를 발굴해왔다. 올해 하반기에도 '아이랜드2' '프로듀스101 재팬 시즌3' 등의 프로그램에서 뜨는 신인들로 '휴먼 IP'를 늘려간다.
또 K팝 기획사로서 웨이크원의 경쟁력도 강화한다. 사전 기획부터 캐스팅, 트레이닝, 제작, 마케팅, 매니지먼트를 아우르는 레이블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현재 웨이크원에는 아이돌 그룹 케플러, 제로베이스원, TO1 등과 다비치, 로이킴 등이 소속돼 있다.
특히 제로베이스원은 지난 10일 데뷔 음반이 초동(발매 첫 일주일간 판매량) 182만장을 기록하며 데뷔와 동시에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앞서 엠넷의 신인 그룹 데뷔 프로젝트 오디션 예능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선발된 9인조 보이그룹이다.
이 밖에도 일본 현지 레이블 라포네엔터테인먼트를 성장시켜 현재 활동 중인 JO1, INI 등 외에도 글로벌 IP를 발굴할 예정이다. 미국·일본·태국 등에서 매년 개최 중인 K팝 축제 '케이콘'의 경우 지난 5월 일본 공연이 관객 12만3000명을 동원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고, 올해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기를 이어간다.
OTT 플랫폼 티빙도 CJ ENM의 재도약을 위한 핵심 축이다. 이날 구 대표도 티빙을 '미래 혁신 성장동력인 D2C(Direct to Consumer) 플랫폼 사업의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적자를 지속하며 일각에서 제기된 매각설이나 웨이브와의 합병설에 선을 그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최근 선임한 최주희 티빙 대표 주도로 콘텐츠 투자 최적화와 수익성 제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티빙은 오리지널 작품 '몸값'으로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에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올해 상반기엔 일간활성사용자수(DAU)도 지난해 하반기 대비 18% 증가한 126만여 명으로, 넷플릭스를 제외한 국내 OTT 중 1위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웨이브의 DAU는 103만명, 쿠팡플레이는 59만명 수준이다. 이 기세를 타고 플랫폼 UI·UX 개선, 데이터 기반 콘텐츠 큐레이션 등을 통해 플랫폼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아 '국내 1위 OTT'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구 대표는 '콘텐츠 유통 역량 강화'도 강조했다. 지금까지 강조해온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유통과의 균형 성장을 통해 수익 극대화를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상반기 자체 콘텐츠 해외 판매액이 지난해보다 30% 늘었고, tvN 예능 '서진이네'는 우리나라 예능 최초로 글로벌 OTT인 아마존 프라임에서 방영돼 24개국 상위 10위에 들었다.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제작 투자를 유지하면서도 IP에 대한 선택과 집중, 유통구조 다변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티빙 콘텐츠를 tvN 채널에 편성하는 시도를 이어왔는데, 앞으로는 아예 채널과 플랫폼의 공동 기획 등 시너지를 키울 예정이다. 또 소위 '글로벌 시장에도 잘 먹히는' 프로그램의 편성과 유통을 기획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논의해 IP 유통 확장에 대한 수익을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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