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교실이 이렇게? 학부모가 “어린 게 선생이냐” 폭언·학생이 실내화 던져

허진실 기자 2023. 7. 2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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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감 있고 교육열 있는 선생님은 오히려 버틸 수 없는 게 지금의 교육현장이에요."

A씨는 "내 앞에서 학생이 동료 교사에 대해 'X같은 XX''XX새끼''진짜 X져야 한다'고 욕을 하거나 입에 담지도 못할 수준의 음담패설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며 "하지만 학교에선 이런 일이 소문 거리도 안 되는 일상이기 때문에 일일이 지도하게 되면 모든 업무가 마비되고 학생, 학부모와 마찰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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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정의감·교육열 있는 선생님은 오히려 버틸 수 없어요”
전문가 "모호한 정서학대 범위 고소·고발 잇따라"
학교 교실 모습./뉴스1 DB

(대전ㆍ충남=뉴스1) 허진실 기자 = “정의감 있고 교육열 있는 선생님은 오히려 버틸 수 없는 게 지금의 교육현장이에요.”

충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 A씨, 올해로 4년 차인 그는 ‘사실상 학생 생활지도에서는 손을 놓은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몇 년 전만 해도 A씨 역시 학생과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알려주고 싶은 것도 많은 열정 넘치는 신임 교사였다. 하지만 A씨는 지난 4년간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면서 자신이 진정한 의미의 ‘교육자’가 되는 건 어렵겠다는 생각을 이따금씩 했다.

A씨는 “내 앞에서 학생이 동료 교사에 대해 ‘X같은 XX’‘XX새끼’‘진짜 X져야 한다’고 욕을 하거나 입에 담지도 못할 수준의 음담패설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며 “하지만 학교에선 이런 일이 소문 거리도 안 되는 일상이기 때문에 일일이 지도하게 되면 모든 업무가 마비되고 학생, 학부모와 마찰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주변에도 학부모의 폭행, 개인번호를 통한 학생의 스토킹 등으로 소송 중인 동료 선생님이 꽤 된다”며 “내게도 이런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기본만 하자고 생각하고 때때로 생활지도할 일이 생겨도 못 본 척 ‘흐린 눈’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사를 본 사람들이 ‘모든 교사가 생활지도를 포기했다’고 생각할까 두렵다”며 “현장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선생님이 훨씬 더 많고 단지 내가 부족한 탓”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6일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 세워진 푯말에 최근 극단선택을 한 서울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는 문구가 써져있다. 2023.7.26/뉴스1 ⓒ News1 허진실 기자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교권침해와 이로 인해 느끼는 무력감이 단지 한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26년차 초등학교 교사 B씨는 “교실에서 한 아이가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면서 다른 아이들의 수업까지 방해함에도 교사가 이를 지도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걸 느끼고 좌절했다”며 “한 번은 아이를 제지하는 와중에 팔을 잡았는데 지도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면서 아동학대로 고발당할까 불안했다”고 말했다.

또한 B씨는 “그동안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개인의 역량 부족으로 돌리면서 근본적인 구조 문제를 회피하려는 마음이 은연 중에 있었다”며 “선배 교사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신규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진 것만 같아 미안하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21~24일 전국초등교사노조에서 긴급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전 교사들 역시 심각한 교권침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권 침해 주요 유형은 △학부모, 학생의 폭언·폭행 △학부모의 악성 민원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및 협박 등 다양했다.

구체적으로 학부모가 “XXXX야. 어린 게 선생이냐. 자격이 없다”며 폭언을 하거나 학생이 실내화를 던지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거나 상담을 받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대전시교육청 에듀힐링센터에 접수된 상담 신청 건수는 총 1366건으로 지난해 대비 67% 이상 증가했다.

박소영 대전교사노조 정책실장은 “상담 건수는 실제 학교에서 일어나는 교권침해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며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생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부끄러움, 역고소 위험 때문에 참고 견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권침해가 단지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공교육의 질 저하를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아동학대법 상 모호한 정서학대의 범위로 인해 교사들을 상대로 한 무고성 고소,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며 “소송을 하는 교사는 트라우마에 빠지고 다른 학생들은 교육권을 침해당하며 이를 본 다른 교사들은 교육을 포기하거나 무력감에 빠지는 등 교육현장에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zzonehjs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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