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일선 물러났던 전직 광역단체장, 총선 앞두고 기지개
허태정 전 대전시장, SNS 소통 통해 존재감 드러내
양승조 전 충남지사, 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공동위원장 활동
한동안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던 전직 광역단체장들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계 복귀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우선 권선택 전 대전시장의 행보가 눈에 띈다. 그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민선 사상 첫 민주 진영 대전시장으로 당선됐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징역형을 확정받으면서 2017년 시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당시 피선거권도 10년간 제한됐다.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한 권 전 시장은 27일 오후 대전시청 인근에서 정치부 기자들과 차담회를 열고 사면·복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면·복권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하면서도 정치 활동 재개와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권 전 시장은 "사면·복권은 최소한의 명예 회복을 위한 시발점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했는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안 됐다"며 "내가 지은 죄가 무겁다는 생각과 함께 나보다 늦게 된 사람도 (사면·복권이) 되는 것을 보며 인간적인 수모 감도 많이 겪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전시를 대표했던 사람으로서 내 개인 문제만이 아닌 시민의 명예까지도 달린 문제라는 생각"이라며 "이번만큼은 (사면·복권을) 놓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권 전 시장이 사면복권 명단에 포함될지 여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 복귀에 대해서는 "사면된다고 하더라도 정치를 재개할 거냐 말 거냐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며 "혹시 (사면·복권이) 된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묻고,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정치 지형은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22대 총선 출마에 대한 질문에는 "내가 원래 중구 출신이라 중구 포함해서 여러 군데 이야기가 나오는데 진도가 너무 나간 것"이라며 "너무 앞서 있는 영역이고, 지금으로서는 전혀 검토하거나 논의한 사실이 없다. 아직 관심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정당 선택과 관련해서는 "정치를 해야 하겠다는 판단이 있으면, 어떤 당을 갈 거냐 궁금하실 것"이라며 "나는 6년 동안 절치부심했다. (민주당에) 구원의 손길을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다 외면당했고, 무시당하고 참담했다. 내상을 많이 입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나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신의를 지키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말했다.
손을 내민 쪽이 국민의힘이어도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에는 "특정 당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사면·복권을 시켜줄 경우, 국민의힘에 입당해 내년 총선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최근까지 민주당 측에서 권 전 시장에 접촉한 적은 없었으며, 이장우 시장과는 최근까지 만남을 이어왔다는 게 권 전 시장의 설명이다.
허태정 전 대전시장 역시 내년 총선 등 정치 일정에 맞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외부 정치활동보다는 SNS 등을 통해 의견을 내놓거나 소통하면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진보성향 학자와 전문가 등이 참여한 대전환포럼 주최 행사에 토론자로 참여해 과학인재육성 등에 대한 의견 등을 피력했다.
허 시장은 이 자리에서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과학기술혁신체계 구축과 균형발전 전략 등 대전의 미래에 대해 열띤 발언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6월 1일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1년이 지났다. 나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면서 "감사한 일, 미안한 마음이 넘치고 미래를 향해 한발한발 나가겠다"고 지방선거 낙선 이후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허 전 시장은 내년 총선에서 이상민 의원(5선) 지역구인 유성을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만들어져 있는 곳이 유성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이 의원과의 불꽃 튀는 예선전을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정치 여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지방선거에 낙선한 양승조 전 충남지사 역시 중앙정치무대를 시작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 양 전 지사는 최근 폭우 피해를 입은 충남 부여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쳤다.
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정치권 이슈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히며 정치 보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양 전 지사의 경우 아직 내년 총선 출마 지역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역정가에서는 양 전 지사의 정치적 기반이 마련돼 있는 충남 천안을 지역구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천안을의 경우 민주당 소속이던 박완주 의원이 보좌관 성추행 의혹으로 제명된 곳이다. 박 의원 사건은 최근 검찰이 기소하면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며 "광역자치단체장을 역임한 유력 후보군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기존 후보들과의 경쟁 구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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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CBS 김미성 기자 ms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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