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이 우선" 300명으로 시작한다는 우주청... 국회 공전에 연내 개청 불투명
나사 본떠 임무조직·센터 명명
관련 법은 국회 문턱 못 넘어
"추진력 잃기 전에 여야 결단해야"
정부가 올해 문을 열겠다 약속했던 우주항공청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300명 정도의 최소 인력으로 우선 시작하고, 추후 규모와 기능을 확대해간다는 구상이다. 우주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만큼, 일단 몸집을 줄여 속도를 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현을 위해선 법안 마련이 우선인데, 국회 논의가 수개월째 공전 중이라 연내 개청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항우연·천문연 그대로... 일부만 임무센터 지정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우주항공청 설립·운영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최고 인재들이 언제든 합류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규모로 출발하고,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초기엔) 300명 이내 규모 전문인력이 일하는 임무조직과 이를 지원하는 기관운영조직으로 구성하고, 예산은 약 7,000억~7,200억 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을 모델로 설립하는 국가 우주항공 전담조직이다. 청에는 청장·차장·본부장을 두고, 정책·연구개발·산업육성·국제협력·인력양성 등을 주요 임무로 한다. 흩어져 있는 우주항공 분야 범부처 정책, 산업육성, 국제협력 등도 여기로 모은다. 국가위성운영, 우주환경감시 등 이미 운영 중인 우주항공 인프라 중 공공·안보 성격이 큰 것은 우주항공청의 소속기관화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 관련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대학 등은 우주항공청 산하에 두지 않고, 세부 분야별 강점을 보유한 곳만 임무센터 형태로 지정한다. 예를 들어 항우연의 항공연구소, 천문연의 광학천문본부, 대학의 미래우주교육센터 등이 임무센터가 될 수 있다. 이는 나사 임무센터 모델에서 착안한 것으로, 연구기관·대학의 고유 역할을 유지함과 동시에 임무 달성을 위한 지정사업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신홍균 한국항공우주정책법학회장은 "연구기관 간의 업무 조정 없이 우주항공청의 업무 범위를 핵심 사항 위주로 한정해 설립하는 방식을 내놓은 것은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며 "국방연구원도 우주항공 분야 역량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임무센터로의) 포함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법안 통과도 전에 브리핑한 정부... 야당 "엉터리"
그러나 이는 확정된 안이 아니다. 기반이 되는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서다. 정부는 지난 4월 이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여야 이견이 계속되며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법안 통과 전에 청사진부터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장관은 "법안 제출 후 시간이 많이 지나 브리핑을 준비했다. 올해 안에 개청하려면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실 (계기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고 설명했지만,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엉터리 구상"이라며 날을 세웠다.
연내 개청은 첩첩산중이다. 시행령 마련 등에 법 통과 후 최소 4개월은 필요해 8월이 마지노선인데, 민주당 과방위원들의 요청에 따라 법안이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됐기 때문이다. 안조위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 구성되며, 최대 90일의 활동기한 내에 위원 6명 중 4명 이상 찬성해야 법안 통과가 된다.
전문가들은 설립 추진 동력을 잃지 않게끔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효충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우주 개발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어서 향후 5~10년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면서 "여야가 결단력 있게 결정해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칫 형식적 조직이 되지 않으려면 효율성이 중요한 운영 포인트라는 의견도 나왔다. 오현웅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인재를 초빙해 와도 자유롭게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가격·기술 경쟁력을 갖춰 수익 창출까지 해내려면 그간의 정부 주도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체와 전문가를 다양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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