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트루먼 동상 왜 이곳에…조갑제 세우고 윤 대통령은 화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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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 앞에서 김영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상임고문이 소리쳤다.
그는 이날 이승만 전 대통령과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상 제막식이 열린다는 소식에 하루 일정을 비우고 경남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경상북도는 이날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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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왜 거기서 나와. 이승만, 트루먼, 당신들이 왜 거기 서 있느냔 말이야!”
27일 오전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 앞에서 김영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상임고문이 소리쳤다. 그는 이날 이승만 전 대통령과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상 제막식이 열린다는 소식에 하루 일정을 비우고 경남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민주주의 파괴자 이승만이 왜 여기 있습니까. 대한민국 어디에도 저 사람 동상을 세울 땅을 내어주어서는 안 됩니다.” 울분 섞인 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쩌렁쩌렁 울렸다.
민족문제연구소 등 17개 시민단체 회원 50여명은 제막식이 열리는 동안 항의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독립운동 분열, 해방 후 독립운동세력 탄압”, “분단 초래 ‘북진 통일’로 국민 기만”,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조장” 등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과오를 적은 손팻말을 들고 섰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헌법에는 4·19혁명 정신을 계승하도록 명시돼있다. 임시정부에서 탄핵당하고, 4·19혁명으로 쫓겨난 독재자 이승만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역사에 대한 부정”이라고 지적했다. 박찬문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장은 “다부동전적기념관은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의 최대 격전지였던 곳이고,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수많은 원혼이 잠든 곳이다. 전쟁의 과실을 나눠가진 그의 동상을 어떻게 여기에 세우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상북도는 이날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이들 동상은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이 지난 2017년 높이 4.2m 규모로 만들어 서울 전쟁기념관과 주한미군 영내에 설치하려 했으나 거부당한 뒤, 경기 파주에서 보관하다가 지난 6월 이곳으로 옮겨왔다. 두 동상 옆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화환이 놓였다. 조갑제 동상건립추진모임 대표는 “이승만 대통령부터 윤석열 대통령에 이르는 한국사의 정통이 이곳에 모두 모이게 됐다”고 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낙동강 방어선의 최대 격전지인 경북에 이승만·트루먼 대통령의 동상을 건립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동상을 보러 온 시민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들고 인증샷을 찍기 바빴다. 경상북도는 앞서 지난 5일 한국전쟁 당시 다부동 전투에서 활약한 백선엽(1920∼2020) 장군 동상도 이곳에 세웠다.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 백 장군의 동상이 세워지자 시민단체는 반발했다.
경상북도의 이런 행보를 두고 시민사회 내부에선 “정부가 이승만·백선엽을 우상화하려는 보수세력의 움직임과도 맞물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학진 기획실장은 “지난 2021년에도 이곳에 이승만 동상을 세우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역 이장들의 찬반 의견이 팽팽해 동상 설치를 포기했다. 그러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자 이철우 지사가 입장을 바꿔 동상을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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