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1부대'가 축제 테마?…관리감독 손놓은 울산시

일제 만행 '731부대' 프로그램 기획 논란
울산시 행사에 2억5000만원 보조금 지원
"주최주관은 연극협회…프로그램 사전 인지 못해"
시민사회 "제안서 받을때 파악 못했나…납득 안 가"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울산 태화강대숲납량축제에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731부대'를 프로그램으로 삽입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매년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울산시의 ‘축제 관리·감독 미흡’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7일 행사를 주최·주관하는 한국연극협회 울산광역시지회(울산연극협회) 등에 따르면, 협회는 오는 8월 11~14일 울산 태화강국가정원 야외공연장에서 16회 태화강대숲납량축제를 연다.

그러나 이 행사 프로그램 중 호러트레킹 코스에 2차대전 당시 일본 관동군의 생체실험부대인 731부대를 소재로 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제기됐다.

731부대는 만주 하얼빈 일대에 주둔하면서 한국인과 중국인, 러시아인 전쟁 포로 등 약 3000명을 대상으로 각종 세균실험과 약물실험 등을 자행한 세균전 부대다.

앞서 이번 축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리플릿에는 731부대 내용과 관련해 “살아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인체실험 및 세균 실험과 약물 실험 등이 이루어짐”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현재는 이 내용이 삭제된 상태다.

이 사실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틀 새 울산연극협회 홈페이지에 비판글을 20여건이나 올리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 누리꾼은 울산연극협회 게시판에 “731 부대가 웃고 즐길 만큼의 가벼운 과거였나요?”란 제목의 글을 썼다. 이 글에서 “731부대 관련자들이 다 죽었을것 같나요? 이름도 없이 잔혹한 실험 도구로 쓰인 조상님들을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누리꾼들 역시 “나라가 미쳐 돌아가네요. 이게 축제에 쓰일 소재인가요?”라는 글을 남기거나 “역사의식은 어디 간거냐” “이건 이스라엘 사람들이 나치 가스챔버를 공포체험 엔터테인먼트 사업장으로 만든것과 같은 급”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울산연극협회 측은 26일 밤 올린 사과문을 통해 “금번 호러트레킹 코스 중 731부대 관련해 업체와 코스로 지정한 점,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아직 축제가 시행되기 전이라 지적하신 트레킹 코스를 수정해 변경했다”고 밝혔다.

사과문이 올라온 이후에도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누리꾼들은 “사과문이 너무 성의 없다” “책임을 신규기획사에 돌리는 것도 문제” “몇 줄짜리 사과문에 문제가 된 해당 리플릿만 삭제하는 건 몰염치한 태도”라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관리감독 주체인 울산시는 해당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올해 이 행사에 2억5000만원의 예산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주최 주관을 울산연극협회에서 하다 보니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다”며 “전날 상황을 파악하고 협회에 프로그램 변경 등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 사회에서는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난립하는 지역 축제에 대한 관리 소홀로 발생한 총체적 문제라는 것.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보조금을 지원하는 울산시에서 해당 프로그램 내용을 몰랐다는 것은 납득이 잘 가질 않는다”라며 “주최주관사에서 제안서를 낼 때 파악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이번 사례도 주제 선정에 있어서 고민 없이 선정적으로만 접근해 역사의식 부재 문제와 겹쳐 누리꾼들의 공분을 산 것 아니냐”라며 “민선 8기 들어서 축제가 나눠먹기식으로 난립하고 있다. 축제평가위원회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 전체적인 축제에 대해 다시 한번 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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