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사린 파월 "금리, 추가인상도 동결도 가능"...시장은 "금리 종착지 왔다"

연준 0.25%p 인상, 연 5.25~5.5%
한미 금리 차 2%p 역대 최대
파월 "물가, 고용 지표로 결정"
월가 "과열 막으려는 매파적 동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6일 워싱턴DC의 연준 청사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FP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긴축을 재개했다. 이로써 미국 금리는 22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 연준은 9월 연속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며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감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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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물가 2% 아직 멀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연 5.25~5.5%로 결정했다. 2001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연 3.5%인 한국 기준금리와의 차이는 역대 최대인 2%포인트(상단 기준)까지 벌어지게 됐다. 연준은 지난달 1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췄지만, 한 달 만에 인상을 재개했다.

연준은 미국의 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물가에 대한 경계는 풀지 않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누그러졌지만 "물가 상승 수준은 여전히 높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6월 9.1%까지 치솟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달 2년 3개월 만의 최저치인 3%로 떨어진 것을 두고도 "환영할 만하나, 한 달 치 자료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연준의 물가 상승 목표치는 2%다.

다만 올해 또 금리를 올릴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파월 의장은 "데이터가 뒷받침될 경우 9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분명 가능하지만, 금리 유지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인상과 동결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 놨다. 향후 나올 물가와 고용 보고서 등 경제지표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남은 FOMC 회의는 9, 10, 12월 세 번이다. 그는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못 박았다. 2025년은 돼야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떨어질 수 있다며 현재 고금리가 장기화될 것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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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금리 인상 종착지 왔다"

2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이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방송이 나오는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착지에 도착했다고 보고 있다. 연준으로선 섣부른 긴축 종료 대신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시장의 과열을 경계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2021년에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란 '오판'으로 시장의 혼란을 키웠던 만큼, 섣불리 물가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프랜시스 도널드 마누라이프 투자운용 수석 연구원은 "연준이 장기적인 '매파적 동결' 상태에 있다"며 "파월 의장은 시장이 섣불리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되살리지 않도록 금리 인상 위협을 유지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지브 샤르마 키프라이빗뱅크 채권 담당 이사도 "이번 인상으로 금리 인상 주기는 끝났다"고 말했다.

애매모호한 연준에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날 뉴욕 증시는 이렇다 할 방향성을 잃고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0.23% 오른 3만5,520.12에 장을 마치며 1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와 나스닥은 각각 0.02%, 0.12%씩 내린 채 거래를 마쳤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