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닮은 ‘의왕 무차별 폭행’… 불특정 여성 노려 [사건수첩]

무차별 폭행, 비상계단 끌고 가
승강기 동승 뒤 계획 범행 실행
檢, 강간치상→강간상해로 변경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뒤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연상시키는 강간상해 사건이 경기 의왕시에서 일어났다. 수사 당국은 이 사건의 20대 가해자 역시 불특정 여성을 노려 계획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박진석)는 27일 강간상해, 공무집행방해, 공용물건손상미수 등 혐의로 A(23)씨를 구속기소 했다.

A씨는 이달 5일 낮 12시10분쯤 의왕시의 한 복도식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20대 여성 B씨를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려 다치게 하고, 성폭행을 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의왕 돌려차기 사건’ 피의자인 20대 A씨의 모습. 연합뉴스

그는 아파트 12층에서 버튼을 눌러 B씨가 타고 내려가던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10층 버튼을 누른 뒤 B씨를 무차별 폭행하다가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멈추자 B씨를 끌고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다른 점은 A씨가 B씨를 성폭행하려다 B씨의 비명을 듣고 나온 다른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붙잡힌 것이다. B씨는 갈비뼈 골절 등 전치 3주에 이르는 상해를 입었다.

이번 사건에서도 폐쇄회로(CC)TV는 범행을 규명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검찰은 CCTV 영상 등 자료를 분석한 결과 A씨가 범행에 용이한 하의를 입은 점, 피해자를 인적이 드문 비상계단으로 끌고 가려 했던 점 등을 확인했다.

이어 A씨가 불특정 여성을 노린 계획적인 범행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당초 ‘강간치상’ 혐의로 송치된 A씨에 대해 폭행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강간상해’ 혐의로 변경해 적용했다.

구속된 A씨는 경찰서 유치장에서도 폭력을 행사하고 기이한 행동을 벌여 추가 혐의로도 기소됐다. 그는 유치장의 아크릴판을 수차례 치고 발로 찬 사실(공용물건손상미수)과 경찰서 보호실에서 경찰관들이 보는 가운데 옷을 벗고 음란행위를 한 사실(공연음란), 보호실에서 수갑을 채우려는 경찰관들을 입으로 물려고 하고 발길질 한 사실(공무집행방해) 등이 고려됐다.

앞서 지난해 5월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최근 피의자 C씨의 항소로 대법원으로 상고됐다.

전직 경호업체 직원 출신인 가해자 C씨는 새벽에 귀가하던 피해 여성을 10여분간 쫓아간 뒤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돌려차기로 머리를 가격해 쓰러뜨리는 등 폭행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됐다.

안양·의왕=오상도 기자 sdoh@segye.com